[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9) 청춘남녀의 사랑, 베트남의 결혼 엿보기(하)
상태바
[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9) 청춘남녀의 사랑, 베트남의 결혼 엿보기(하)
  •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업경제학박사)
  • 승인 2019.07.26 2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결혼식에는 초대받은 하객만 참석…축의금은 신랑신부측 같이 접수
- 전인구의 60%가 30세이하, 매년 50만명 결혼…예식산업 호황
전통의상 차림으로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예비신랑신부.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를때는 대부분 웨딩드레스를 입고, 집에서 결혼식을 할 때는 전통의상을 입지만 요즘에는 집 결혼식에서도 웨딩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많다.
전통의상 차림으로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예비신랑신부.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를때는 대부분 웨딩드레스를 입고, 집에서 결혼식을 할 때는 전통의상을 입지만 요즘에는 집 결혼식에서도 웨딩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많다.

[인사이드비나=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업경제학박사)] 혼례의 마지막 절차는 결혼식이다. 까우, 쩌우와 각종 음식물 차림은 약혼식과 같다. 혼례는 전통식으로 하거나, 서양식으로도 한다. 전통과 현대의 두 예식을 같이 하기도 한다. 다들 집안 사정에 맞추어 예식의 범위를 정한다.

집에서 결혼식을 할 때는 전통의상을 입지만 요즘은 웨딩드레스를 입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신부 집과 신랑 집에서 각각 식을 올린 후 신랑 집에서 피로연을 개최한다.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를 때는 거의 웨딩드레스를 입지만 우리와 같은 폐백의식을 치를 때는 전통의상으로 갈아입는다. 신랑․신부의 집이 먼 거리일 때는 약혼식과 결혼식을 같은 날 치르기도 한다.

◆ 결혼식은 신랑⁕신부집에서 각 1회씩 두 번, 피로연은 신랑집에서

신부․신랑 집에서 각 1회, 예식장 1회를 포함, 모두 세 차례 예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집에서는 가족과 친지만 모시고, 예식장에서 친지와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여 식을 올리고 피로연을 연다.

결혼식장에는 초대장을 받은 하객만 참석한다. 초청받은 하객은 최소 1인당 20만동(1만원) 정도의 부조금을 낸다. 재미있는 것은 부조금 받는 통이 하나 밖에 없다. 신랑, 신부 측이 따로 부조금을 받는 우리와 다르다.

두 집은 부조금으로 모든 예식 경비를 지불하고 남은 돈은 신랑 신부에게 준다. 일종의 지참금 형식으로 신부에게 준다. 이 금액이 적게는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신랑․신부가 새 출발하는데 유익한 마중물 돈인 것이다.

농촌의 결혼식은 시간이 더 걸린다. 전통의상을 예복으로 입지만, 서양식 의상도 입는다. 요즘은 많이 간소해져서 보통 하루 만에 예식이 다 끝난다. 그러나 두 집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예식을 좀 여유 있게 할 때는 신부, 신랑 집에서 각각 하루씩 걸리기도 한다. 공동체 사회인 농촌은 결혼식이 곧 마을 잔치가 되기 때문이다.

약혼식때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예물들.
약혼식때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예물들.

◆ 축의금은 최소 20만동(1만원), 하객답례품은 담배…‘결혼의 기쁨 연기처럼 널리 퍼져라’

조심해야 할 일도 있다. 신랑 집에서 예식을 할 때는 신부측 사람 중 이혼한 사람은 참석하면 안 된다. 백년해로를 망친 사람이 예식에 참석하면 부정 탄다고 여긴 것이다. 두 집 모두 예식을 올리기 전에 조상의 제단에 인사를 드린다.

결혼식 선물은 신부측 친지와 친구들이 신부에게 준다.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 금붙이들이다. 선물을 많이 받은 신부는 열손가락과 팔, 목에 금붙이를 주렁주렁 달기도 한다. 금붙이 선물은 값이 비싸 200~300만동(10만~15만원)에 이른다. 부조금이 큰 만큼, 나중에 다 갚아야 한다.

하객이 돌아갈 때 농촌에서는 담배를 선물로 준다. 결혼식날의 기쁨이 담배 연기처럼 넓게 멀리 퍼지라는 의미이다. 도시에서는 건강을 염려하여 담배를 선물로 주는 풍습이 사라졌다고 한다.

결혼 예식을 다 마치고 3일이 지나면 신부는 더 이상 친정에 가지 않는다. 우리가 많이 들었던 출가외인(出嫁外人) 문화이다. 지금은 관습 정도로만 남아있다.

베트남에서 법적 혼인 시기는 남자 20세, 여자 18세이다. 2015년도 다낭시의 결혼 연령은 남자 28.2세, 여자 24.2세로 남자가 네 살 높다. 갈수록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졸업자 증가로 청년들의 교육기간도 늘어났다. 당사자들이 부담하는 혼수 비용의 몫이 커진 영향도 있다.

◆결혼비용 평균 460만원, 웨딩산업 시장 2조4,000억…웨딩컨설턴드 등 신종직업 등장

신랑․신부가 부담하는 결혼비용은 평균 460만원이다. 대졸 초임이 월 30만원 수준이니, 두 사람이 나누어도 7개월 반의 급여를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물론 살림집 마련 비용은 별도다.

딘(Dinh)은 다낭에서 대학졸업 5년차 샐러리맨이다. 월수 75만원으로 동기들보다 많은 편이다. 결혼을 위해 40㎡(12평) 규모 2층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한다. 다낭에서 그 정도 집을 마련하려면 보통 1억2,000만원이 든다.

받은 월급을 다 모아도 집 장만은 요원하다. 결혼한 딘의 형이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것도 집 장만을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베트남에서는 식품류의 가격이나 물가나 저렴해서 집만 장만하면 생활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베트남은 청년의 나라이다. 30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결혼적령기 인구도 100만명이 넘는다. 매년 50만건의 결혼식이 치러진다. 베트남의 웨딩산업 규모는 어림잡아도 연 2조4,000억원(20억 달러)의 거대시장이다.

전문 웨딩컨벤션센터는 증가일로에 있다. 관련된 신종직업도 출현 중이다. 웨딩컨설턴트, 웨딩 플래너, 드레스업체, 뷰티컨설턴트, 웨딩사진사, 웨딩음식조달업체, 신혼여행사 등은 결혼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직업들이다.

대형화면을 띄운 결혼식 모습. 베트남 전제인구의 60%가 30세 이하의 젊은 층이고 매년 50만명이 결혼식을 치르는 등 갈수록 웨딩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화면을 띄운 결혼식 모습. 베트남 전제인구의 60%가 30세 이하의 젊은 층이고 매년 50만명이 결혼식을 치르는 등 갈수록 웨딩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집장만 어려움, 과도한 지참금 문화 바뀌어야

웨딩 비즈니스는 점점 더 전문화되고 있다. 더 나은 결혼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만들어진다. 베트남에서 신사업을 검토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분야가 좋을까.

“만약 특별한 기술이 없다면 결혼 산업에 뛰어들라.” 농담이지만 뼈가 있는 말이다. 베트남의 인구구조로 볼 때 당분간 결혼산업은 호황을 누릴 것이다. 결혼산업이 호황을 누릴수록 청년들이 지출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

과도한 지참금도 바뀌어야 할 혼례문화이다. 집 장만의 어려움은 베트남 사회가 새 출발하는 청년과 가족에게 주는 사회적 부담이다. 한국의 청년들도 ‘작은 결혼’이라는 자기들의 결혼 문화를 만들고 있다. 청년들이 당면한 결혼 문화를 되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 역사의 혼례 문화가 탄생시킨 아름다운 풍속이 베트남에서 지속되길 바란다. 그러자면 전통과 현대가 섞이고, 청년의 부담은 줄어드는 효율적인 혼례 문화가 필요하다. 청춘 남녀의 사랑이 베트남에서 지속적으로 밝은 미래를 꽃피울 수 있도록 말이다.

석태문 박사의 칼럼은 본지와 '뉴스퀘스트'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석태문 박사는

경북대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경상북도 능금산업 발달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대구경북 지역 사회 및 경제발전 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고있으며 지난 3월부터 베트남 다낭사회경제연구원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35길 93, 102동 437호(신천동,더샵스타리버)
  • 대표전화 : 02-3775-4017
  • 팩스 : -
  • 베트남 총국 : 701, F7, tòa nhà Beautiful Saigon số 2 Nguyễn Khắc Viện, Phường Tân Phú, quận 7, TP.Hồ Chí Minh.
  • 베트남총국 전화 : +84 28 6270 1761
  • 법인명 : (주)인사이드비나
  • 제호 : 인사이드비나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16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14
  • 발행인 : 이현우
  • 편집인 : 장연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진
  • 인사이드비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사이드비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sidevina@insidevina.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