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13) 세쌍둥이 채식당 '땀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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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13) 세쌍둥이 채식당 '땀안'(하)
  •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업경제학박사)
  • 승인 2019.09.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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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의 일상화…음력 초하루와 보름 한달에 두번 채식
- 어디서나 후한 채소인심…쌀국수 한그릇에도 수북이 내줘
베트남의 채식당. 베트남 사람들은 음력 초하루와 보름 두차례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 채식이 생활화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베트남의 채식당. 베트남 사람들은 음력 초하루와 보름 등 한달에 두차례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고 한달에 한번은 반드시 채식하는 사람도 70~80%나 돼 채식이 생활화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사이드 비나=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업경제학박사)] 다낭에 온지 한 달이 채 안된 3월말이었다. 사무실 사람들과 처음으로 회식하러 간 곳이 채식당이었다.

팀장은 첫 회식을 채식당으로 가게 되어 미안하단다. 하지만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는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그렇게 연구원 식구들과 가 본 채식당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2층 건물의 넓은 식당은 사람들로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팀장의 말에 의하면 베트남 사람들은 한 달에 두 번, 음력 보름과 초하루에 채식을 한다. 한 달에 한 번, 반드시 채식하는 사람도 70~80%는 된다고 했다.

채식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채식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당시는 몰랐는데 회식했던 그 날이 채식하는 날이었다.

채소를 쌓아놓은 가게. 베트남은 쌀국수 한그릇에도 채소를 수북이 제공하는데서 보듯 어느 식당을 가나 채소인심이 후하다.

◆ 베트남사람들, 자연에서 나는 채소 일상으로 보고 먹으면서 자라 

베트남에서 채식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식당에서는 쌀국수 한 그릇에도 밭에서 금방 따온 듯한 생풀들을 수북이 내어 준다. 물수건 한 장에도 추가비용을 받는 베트남에서 채소 인심만큼은 어딜 가나 후하다.

뜨거운 국물에 생풀(?)을 넣으면 살짝 데친 채소처럼 되어 먹기 수월하다. 사실 북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계절이 여름인 베트남은 채소가 자랄 수 있는 최상의 자연조건이다.

길거리 어디를 보더라도, 나무는 상록수이고, 풀은 계속해서 자란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연이 만들어낸 채소를 일상으로 보면서 먹으면서 자랐다.  

베트남 사람들이 월 2회 채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에서는 매월 두 번,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제사를 지낸다.

가정은 가정대로, 가게는 가게대로, 간단하게 제수를 차리고 향을 피우며 기도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즐기는 채식의 배경에는 민간신앙과 불교·유교문화가 깊이 결부되어 있다. 대표적인 불교의식인 새와 물고기를 방생하는 것도 이 날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제의(祭儀)를 통해 조상을 섬기고 후손에게 복을 염원한다. 제의는 떠도는 원귀(영혼)를 달래는 상차림이며,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 의식이기도 하다.

이런 문화적 기반위에 매월 2회의 채식문화가 만들어졌다. 더불어 도처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채소는 베트남 사람들의 식탁에서 자연스런 채식의 기반이 되었다.

가게 앞에 간단하게 차려진 제사상. 베트남 사람들은 음력 초하루와 보름 등 한달에 두번 제사를 지내는데 채식문화도 이 제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게 앞에 간단하게 차려진 제사상. 베트남 사람들은 음력 초하루와 보름 등 한달에 두번 제사를 지내는데 채식문화도 이 제사와 결부된 것으로 여겨진다.

◆ 서양의 채식과는 문화적 토대 다르다는 생각 들어

서양의 채식은 자연과 문화적 토대가 강한 동양의 채식과는 결이 다르다. 과도한 육식문화가 낳은 반작용이 서양사회에 채식문화가 접목된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서양의 채식은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이란 느낌이 든다.

우리는 ‘채식주의자’란 용어 하나로 다 통할 수 있지만, 서양에서는 지칭하는 용어가 참으로 다채롭다.

채소만 먹는 비건(완전 채식주의자)에서 오보 베지테리언(채소+동물의 알), 락토 베지테리언(채소+유제품),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채소+동물의 알+유제품), 페스코 베지테리언(채소+동물의 알+유제품+해산물), 플렉시테리언(채소+가끔 육식), 그리고 과일과 견과류만 먹는 극단적 채식주의자(프루테리언) 등으로 구분한다.

관련 용어가 많은 것은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반증이다. 동시에 이들에게 채식은 자연스러운 식습관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인위성이 강한 구호라는 생각도 든다.

채식을 하는 서양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채식당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에는 전문 채식당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아직은 가정과 일반식당에서도 채식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면 육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성인병, 현대병 등 육식으로 인한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육식으로 치닫는 우리 식문화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채식을 늘릴 수 있을지 고심할 때다. 자연스런 생활 속 식문화로 채식의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세쌍둥이 아들을 둔 부부가 운영하는 채식당 땀안의 실내모습. 땀안은 아이들 때문에 한달에 4번만 문을 연다.
세쌍둥이 아들을 둔 부부가 운영하는 채식당 땀안의 실내모습. 땀안은 아이들 때문에 한달에 4번만 문을 연다.

◆ 과유불급, 채식과 육식의 균형이 바람직

지나친 육류 소비는 비만을 초래한다. 비만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다. 비만은 단순히 몸의 질병으로 끝나지 않는다. 몸의 비만은 대형차 선호, 과소비 집착, 에너지 과소비 등 생활습관의 비만으로 이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설 때, 학생들이 더위에 고생하지 않도록 밤새도록 에어컨을 켜놓는’ 미국은 에너지비만국이다.

서구식 육류소비를 즐기면서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우리나라는 1인 플라스틱 사용량이 가장 많은 플라스틱비만국이다. 육류의 과소비가 몸의 비만을 불러오고, 몸의 비만이 환경 파괴를 가속하는 것이다.

베트남은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경제성장을 이룬 대부분의 나라들은 서구 식문화가 유입되면서 전통 식문화가 파괴되었다.

과잉 육류 소비로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사람들은 부를 얻었지만, 사회적 질병인 비만을 반대급부로 받고 있다.

필자는 채식을 주장하지 않는다. 채식과 육식이 균형을 이룬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다. 세상에 좌우의 균형이 필요하듯, 식문화도 채식과 육식의 조화가 필요하다.

베트남은 자연스런 생활속 채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면서도 생활속 식문화도 건강하게 지켜가기를 바래본다.

석태문 박사의 칼럼은 본지와 '뉴스퀘스트'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석태문 박사는

경북대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경상북도 능금산업 발달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대구경북 지역 사회 및 경제발전 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고있으며 지난 3월부터 베트남 다낭사회경제연구원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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