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 민들레와 蒲公九德(포공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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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 민들레와 蒲公九德(포공구덕)
  • 이형로
  • 승인 2019.11.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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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지침될만한 9가지 덕목…忍, 剛, 禮, 用, 情, 慈, 孝, 仁, 勇 특성 갖춰
- 보잘것 없는 것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는 교훈
덕수궁의 민들레꽃. 민들레꽃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고 화려하지도 않은 '하찮은' 꽃이지만 그 특성은 우리에게 의 지침이 될만한 9가지 덕목, 蒲公九德(포공구덕)의 교훈을 깨우쳐주는 꽃이다. (사진=이형로)

덕수궁의 작은 연못 낙춘지(落春池)를 걷다 돌 틈에 다소곳이 핀 한 송이 흰 민들레를 보았다. 도대체 어디에서 여기까지 날아온 녀석이란 말인가. 가을이 깊어가니 그 녀석은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민들레 홀씨는 100리 넘게 날아간다고 하며 돌, 보도블럭 틈에서도 자라는데서 보듯 생명력이 강하다.

민들레는 중국에선 주로 포공영(蒲公英)으로 부른다. 이는 옛날 어느 부잣집 딸이 가슴에 종기가 생겨 수치심에 목숨을 끊으려 물에 뛰어들었는데 포(蒲)씨 성의 어부가 구해서 자신의 딸 포공영에게 간호를 시키고 민들레를 캐와 치료토록 하자 종기가 사라졌으며 이를 두고 마을사람들이 그 약초를 어부의 딸이름을 따서 불렀다는 설화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 보도블럭 틈에서도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

민들레는 화려하지 않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하찮게 여겨진다. 하지만 민들레 꽃의 특성을 알게 되면 하찮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옛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민들레가 아홉가지 덕목을 갖춘 식물이라 여겼다. 서당에서는 뜰 주변에 민들레를 심어놓고, 글을 배우는 어린 제자들이 매일같이 보면서 교훈으로 삼도록 가르쳤다. 이를 ‘포공구덕(蒲公九德)'이라 하며 지금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첫째, 민들레는 사람이나 동물이 밟고 심지어 자동차가 지나 다녀도 죽지 않고 결국에는 참고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으니 이를 인덕(忍德)이라 한다.

둘째, 민들레는 뿌리를 자르거나 캐내어 며칠을 말려도 싹이 다시 돋고, 가래나 호미로 짓이겨도 가느다란 뿌리를 다시 내려 굳건히 살아나는 강건함을 과시한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비록 골프장 같은 곳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그 강인함은 본받을 만하니 이를 강덕(剛德)이라 한다.

셋째, 민들레는 돋아난 잎의 수만큼 꽃대가 올라와, 먼저 핀 꽃이 지고 난 뒤 다음 꽃대가 꽃을 피운다. 꽃을 피우는 순서를 제대로 알고 있으니 예덕(禮德)을 지니고 있다.

넷째, 우리 인간에게 여린 잎이나 뿌리를 먹을 수 있도록 온몸을 다 바치는 쓰임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용덕(用德)이다,

다섯째, 봄에 일찍 꽃을 피우며 꽃에는 꿀을 많이 품고 있어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인정이 있으니 이는 바로 정덕(情德)이다.

여섯째, 잎과 줄기를 자르면 흰 젖 같은 액즙이 나와 그것을 바르면 상처를 낫게 하는 약이 되니 어머니와 같은 사랑이 있다하여 자덕(慈德)이다.

일곱째, 소중한 약재로 뿌리를 달여 부모님께 드리면 흰머리를 검게하여 그 분들을 젊게 보이게 하니 효덕(孝德)이 있음이다.

여덟째, 민들레는 자기 몸을 찢어 모든 종기에 매우 유용한 즙을 내어 준다. 자기 몸까지 희생하여 타인에게 아낌없이 주니 인덕(仁德)을 갖추었다.

아홉째, 씨앗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산과 들은 물론, 길가나 보도블럭 틈새 심지어 아스팔트 갈라진 곳에도 떨어져 스스로 번식하니 이는 두려움을 모르는 용덕(勇德)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 아름다운 서정과 희망 불러일으키는 이해인 시인의 ‘민들레’

민들레는 흔하다. 우리 주위에서 아무 곳 아무 때나 눈에 띈다. 그래서 민들레를 노래한 시도 많다. 그 많은 시 가운데 이해인 시인의 '민들레'를 한번 감상해 보자.

은밀히 감겨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차라리 입을 다문 노란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솜털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한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시인은 민들레의 생태와 전설을 모두 알고 되새김질해서 누에가 명주실을 자아내듯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품위있는 한 필의 비단을 짜냈다.

첫 구절에서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꽃봉오리에 숨겨진 꽃씨를 생각의 실타래란 표현으로, 둘째 구절에서는 민들레의 별명인 앉은뱅이꽃이 되어 노래했다.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자유로운 그의 생각만큼은 나비 정도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 셋째 구절에서는 바람에 날려 100여리나 되는 머나먼 여정에 오르지만, 이마에는 작은 희망이나마 있어 오히려 바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하늘에선 별로, 땅에선 예쁜 노란꽃이 된다. 우리들에게 서정적 감정과 희망을 안겨주는 아름다운 시다.

민들레 홀씨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소원을 빌며 입바람으로 날려보내면, 그 소원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깊어가는 가을, 이제라도 작은 소원이나마 민들레 홀씨에 실어 함께 날려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관모(갓털)가 달린 민들레 씨앗은 바람에 46㎞나 날라가며 보도블럭 틈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려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민들레는 어떤 꽃…갓털 달린 씨앗 바람에 46㎞까지 날아가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 4~5월쯤에 꽃이 핀다. 뿌리에서 직접 돋아난 여러 장의 잎은 무 잎을 닮아서 깊게 파인 톱날 모양을 하고 땅에 거의 붙어 퍼져있다. 잎 사이로 돋아난 꽃줄기는 처음에는 짧지만 30~50cm 정도 높이로 자라고 꽃줄기 끝에 한 송이의 꽃을 피운다. 꽃줄기는 가운데가 비어있고 꺾으면 흰 유액이 나온다.

요즘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민들레는 토종민들레가 아니라 대부분이 서양민들레라는 점은 아쉽다. 서양민들레는 유럽산이 1910년대 유입된 것으로 겉모습이 토종과 닮아서 구별이 쉽지 않지만 꽃송이 뒷부분인 꽃받침을 비교하면 확실하게 구별이 가능하다. 꽃받침의 겉 조각이 위로 뻗어있으면 토종 민들레이며 밑으로 젖혀졌으면 서양민들레다.

서양민들레에 비해 우리 토종 민들레를 찾기 힘든 까닭은 번식력 때문이다. 서양민들레는 처녀생식을 할 수 있어서 암술에 꽃가루가 묻든 묻지않든 어미세포가 그대로 씨앗이 될 수 있다. 즉 꽃가루받이를 거치지 않아도 씨앗을 맺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토종 민들레는 토종인 다른 개체의 꽃가루로 수분을 해야만 씨가 만들어 진다. 노래 가사처럼 '일편단심 민들레'다. 꽃이 지고 나면 수많은 씨앗 하나하나에 붙어있는 갓털(관모冠毛; 가벼운 솜털)로 인해 공처럼 둥근 열매가 만들어진다. 이 씨앗들은 바람에 쉽게 날아갈 수 있어서 46km 즉 100리까지 날아간다는 보고도 있다.

토종 민들레건 서양민들레건 우리나라 온 산과 들에 널려 피고 있는 꽃이 민들레다. 흔하디 흔한 식물이 민들레다. 우리 어렸을 적 사립문 둘레에도 민들레 천지였다. 그래서 '문 둘레'에서도 흔하게 피는 꽃이라고 했고 이것이 ‘민들레’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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