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엉뚱한 한국여자' 이경희…사재털어 어려운 이웃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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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엉뚱한 한국여자' 이경희…사재털어 어려운 이웃 도와
  • 임용태 기자
  • 승인 2019.12.05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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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부 산악지대 마을에 구들장 시설 지원…현지매체, 이씨 미담 소개
하노이에 사는 이경희씨는 사재를 털어 베트남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주변 베트남인들에게 '엉뚱한 여자'로 통한다. 이씨는 늘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한다. (사진=vnexpress)

[인사이드비나=다낭, 임용태 기자]  하노이 남뜨리엠군(Nam Tu Liem) 한 아파트에 사는 이경희(49)씨는 주변 베트남 사람들에게 '엉뚱한 여자'로 불린다. 사재를 털어 어려운 베트남 사람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시장에서 채소 판매를 하는 이씨는 산악지대에 사는 어려운 계층들에게 구들장을 설치해주는 등 현지인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이씨의 이야기는 현지매체에서도 크게 보도됐다. 브이앤익스프레스(VnExpress)가 보도한 이씨의 미담을 소개한다.

이씨는 식사도중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 하(Ha), 잘 지내니?" 이씨는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수화기 너머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베트남인인 발신자는 “너무 보고싶어요.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만난게 언제인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응웬 티 투 하(Nguyen Thi Thu)씨는 1986년 북부 하이퐁시(Hai Phong)에서 태어났으며, 당시 학생신분으로 이씨를 처음 만났다. 하씨는 당시 부모의 이혼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상태였는데 이씨가 이를 알고 따뜻하게 안아줬다.

이씨는 “하는 그 이후 점차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며 “이후 하가 동아대학교에 진학할 때도 장학금 신청을 조금 도와줬는데, 이제 하는 나에게 있어 딸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현재 하씨는 명륜초등학교에서 베트남어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하씨는 이씨가 물심양면 지원해 온 베트남인 중 한명이다.

이씨는 청소년들에게 생활 방식을 가르치고 식견을 넓혀주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독교 자선단체 국제청소년단(IYF)의 자원봉사 컨설턴트다.

베트남에 대한 이씨의 관심과 애정은 세월이 흐르면서 구체화 되었는데, 지난 2009년 이씨는 남편 및 두 아들과 함께 북부지역 푸토성(Phu Tho)으로 이주해 한 회사의 관리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씨의 친구들은 한국을 떠나 가난한 베트남으로 이주한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씨가 원했던건 단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은 것’이었다.

하노이에 막 도착한 이씨에게 베트남은 모든게 낮설었다. 이씨는 "도축 및 정육업자들이 시장에서 닭을 잡고 깃털을 벗겨내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온몸이 오싹하고 소름이 끼쳤다"고 회상했다.

언젠가 이씨가 쇼핑후 귀가하다가 그녀가 탔던 택시의 흙받이가 떨어졌는데, 운전사와 주변 경비원들이 그녀를 탓했다며 “그 때 베트남인들이 너무 심술궂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이씨와 아들 한명은 한달이상 지역사회와 거리를 둔 채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이웃집에 자폐아를 둔 어머니 히엔(Hien)씨를 만나면서 이런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씨는 그 아이가 아무리 버릇없이 굴어도 아이 엄마가 침착함을 유지하며 표정이 밝은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히엔씨는 아이를 돌보느라 많이 힘들겠다는 이씨의 위로에 "눈을 감은채로 영혼 깊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느끼려고 노력하면 된다”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으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결코 피곤하고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날 이후 기존의 선입견들을 버리고 지역 관습과 문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마음을 열었다고 털어놨다.

이씨가 베트남에와 처음 배운 것은 길을 건너는 방법이었고, 두번째는 지역 정육점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불과 일주일이 지나자 길 건너는 것은 물론 닭잡는 방법까지 익혔다고 한다. 이씨는 시장상인들의 반응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손닿는 곳에 있는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며 시장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경희씨는 베트남에 도착한 지 두 달만에 베트남 초등학교 1학년 교재를 구입해 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10시간씩 베트남어를 독학으로 배워나갔.

이경희씨가 지난해 12월 자신이 돕고있는 북부 라이쩌우성 산악마을의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자 이씨의 베트남어는 상인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늘었으며 각박해진 한국에서는 보기가 힘들었던 단순하고 작은 몸짓으로 생겨난 베트남인들의 친절함과 따뜻함에 이씨의 선입견들은 서서히 사라졌다.

시장에서 사는 채소의 위생과 품질에 관한 질문에 이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인들과 만나 대화하고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며 “눈을 감은채 영혼 깊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느끼도록 노력해 베트남에 대한 사랑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소득을 늘리기 위해 베트남에 사는 한국여성들을 돕는 무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부동산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는 구설이 뒤따랐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수업료를 받기로 했다.

첫 수입을 올리게 된 날 이씨는 건물 경비원이 어머니의 치료비 때문에 고생한다는 이야길 듣고 흔쾌히 본인의 수입을 건네기도 했다.

IYF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이씨에게 남을 도와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베트남에 대한 사랑으로 경희씨는 자연스럽게 지역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산간지역 아이들에게 재킷을 제공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다니는걸 본 이씨는 한국의 구들장을 떠올려 이 지역 가정에 구들장을 시공해주기로 결정했다.

친구들과 화장품 유통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구들장 시공을 결정하고, 구들장 놓는 법을 알려주기 전에 북부 국경지역 3곳의 지방 당국에 시공 허가를 요청했다.

경희씨는 “손이 더러워지는 것에 개의치 않고 집집마다 공사를 도왔는데, 많은 베트남인들이 자재운반을 돕거나 음료를 제공해 줘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며 “이러한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 나에게는 베트남인들에 대한 놀랍고도 따뜻한 인상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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