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7) 김우중 회장을 기리며…'일하고 또 일했던 삶, 이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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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7) 김우중 회장을 기리며…'일하고 또 일했던 삶, 이제 편히 쉬소서'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19.12.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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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끼 식사를 각각 다른 나라에 할만큼 바쁘게 활동…한국 경제영토 확장의 첨병
지난 2017년 하노이에서의 김우중 회장. 당시 '요즘 젊은이들이 약해졌다'고 하자 김회장은 "우리가 언제 젊은이들에게 기회라도 줘봤느냐"고 반문했다.청년사업가 양성프로그램은 이런 김 회장의 생각에서 시작됐으며 여기를 거친 1,000여명의 청년들은 경제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사진=권오용]
지난 2017년 하노이에서의 김우중 회장. 당시 '요즘 젊은이들이 약해졌다'고 하자 김회장은 "우리가 언제 젊은이들에게 기회라도 줘봤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청년기업가 양성프로그램은 이런 의식의 발로였다. 여기를 거쳐간 1,000여명의 청년들은 김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경제영토 확장을 위해 뛰고 있다. [사진=권오용]

필자는 전경련 기획본부장으로 재직당시 김우중 회장을 가까이서 뵐 수 있었다. 당시 전경련 회장단회의에는 사무처 임직원으로는 유일하게 기획본부장만 배석했다.

나라도 춥고 회사도 춥던 1998년 1월,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긴급소집된 전경 련 회장단 회의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회장단은 평소 격의 없이 지내는 사이였지 만 농담조차 선뜻 꺼내기 힘들 정도로 긴장이 팽배해 있었다.

김우중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다보스포럼 다녀오는 길에 몇 군데 둘러봤어요, 환율이 좋아져 돌멩이도 수출이 될 것 같아요.” 500억달러 국제수지 흑자론의 시발이었다. 당시 정부의 흑자 전망은 28억달러. 그 해 한국경제는 정부 전망보다 거의 15배나 많은 416억달러의 흑자를 시현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되살아났고 희망이 보였다. 결국 정치가 망친 나라를 경제가 다시 일으켜 세웠다. 김우중 회장은 재계에 위기극복의 자신감을 불어넣은 주인공이었다.

그는 일하고 또 일했다. 어느 날 아침 신문을 펼치니 리비아의 트리폴리에서 무슨 행사를 주재하는 사진이 실렸다. 오늘은 편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조금 뒤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 다. “김우중 회장님이 11시에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자고 그러시네요.”, “아니 리비아 계시던데?”, “행사 끝나고 바로 비행기 타셨대요.” 입이 벌어졌다.

토요일 오후 업무보고가 있었다. 밤 10시께 회의가 끝나 힐튼호텔 로비 바에서 마침 중계되던 축구경기를 보고 나왔다. 11시 반쯤 됐을까. 그런데 김 회장 수행비서가 로비에 서있었 다. “회장님은요?”, “아직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알고보니 밤 10시에 다른 회의가 또 시작됐다고 한다. “이래가지고 언제 쉬세요?” 하고 물었더니 “짬나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야”하면서 또 일거리를 찾는 표정이었다. 그가 이렇게 일하고 또 일한 덕분에 우리는 초근목피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세계10대 경제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는 국내에 있는 날보다 해외출장일이 더 많은 기업인이었다. 그렇게 아프리카 오지와 동구권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한국의 경제영토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

몇 년 전 하노이에서 만나 뵀을 때 가장 기억나는 곳이 어디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의 붉은 흙이 보고 싶어, 뜨거운 공기 맡으며.”
비록 은퇴했지만 그의 가슴에는 이글거리는 열정이 있었다. 요새 젊은이들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자 “우리가 언제 젊은이들한테 기회라도 줘봤는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눈빛이 빛났다.

그는 가슴속의 열정을 모아 젊은이를 위한 기회를 만들었다. 남들이 말의 성찬을 벌이고 있을 때 그는 발로 뛰었다. 청년기업가 양성프로그램(GYBM)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렇게 밖으로 나간 한국의 젊은이가 1,000명이 넘는다.

그들은 김우중 회장의 희망대로 다음 세대를 위한 가교를 쌓을 것이다. 그들이 개척한 경제 영토는 한국을 먹여 살리고 김우중 신화를 세계 곳곳에 재현해 낼 것이다.

김우중 회장 덕분에 나는 아침, 점심, 저녁을 각각 다른 나라에서 먹는 흔치않은 경험을 했었다. 아침은 런던, 점심은 룩셈부르크, 저녁은 조금 늦게 루마니아에서. 그때는 그게 뭐 대수냐 싶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세계를 봤고 미래를 만났다. 김우중 회장 시대의 젊은이로 그와 같이 있었다는 것, 그와 같은 스승이 계셨다는 것 하나로 나는 한없이 행복하다. 김우중 회장님의 영면을 빈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코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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