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29) 어린이가 존중받는 사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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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29) 어린이가 존중받는 사회(하)
  •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업경제학박사)
  • 승인 2020.01.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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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이 두번 있는 나라…6월1일, 추석은 어린이 명절
- 1990년 아시아 최초, 세계 두번째로 유엔아동인권협약 가입한 베트남
베트남에는 어린이 날이 6월1일과 음력 8월 보름 추석 등 두번이 있는데 가정, 회사, 마을공동체 등에서 다양한 행사와 선물로 축하와 격려를 한다. 베트남은 아시아 최초, 세계에서 두번째로 유엔아동인권협약에 가입할만큼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큰 나라이다.(사진=석태문)

베트남에서 어린이날은 여성의 날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두 번이다. 6월1일은 국제 어린이날이다. 음력 8월 대보름인 추석은 작은 어린이날에 해당한다. 6월1일 어린이날은 사회주의 권역 나라에서 공동으로 기념하는 날이다.

5월말 여름방학이 시작되니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수업과 숙제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어린이날은 오롯이 어린이를 위해 가족행사를 하거나 공동축제를 한다. 아이들은 공휴일이지만 부모는 출근하는 날이다. 자녀를 위해 헌신하려면 부모는 당연히 이 날 하루, 휴가를 받아야 한다.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행사도 다양하다. 가족단위로 하는 행사는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무언가 특별한 것을 베풀어 준다. 가족 소풍을 가든, 장난감을 아이에게 선물하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부모가 해주는 날이다.

◆가정, 직장, 시민단체, 마을공동체 등에서 축하행사로 '미래세대' 격려

회사나 시민단체, 마을에서 공동으로 어린이날을 축하하는 행사도 개최한다. 필자의 사무실에서도 자녀들을 초청하여 선물과 다과를 마련한 뒤, 아이들을 격려하는 행사를 열었다. 행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자녀들은 부모가 일하는 사무실 체험을 하는 시간이 된다.

회사에서 개최하는 어린이날 행사는, 부모에게는 회사일의 중단없이 자녀를 돌보고, 아이들에게는 부모 일을 체험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는 셈이다.

이날 저녁에 마을공동체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도시의 마을공동체란 대문은 하나인데 2~3층 주택들이 여러 채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보통 20~30가구가 같이 산다. 같은 주소를 사용하고, 아파트식 일련번호로 개인 가구를 구분한다. 일련번호가 25번까지 있다면 ‘한 대문 25가족 공동체 마을’인 것이다.

이 공동체에서 저녁에 어른, 아이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상을 나눠주었다. 부모들이 갹출해서 거둔 돈으로 장만했을 상들이니 모든 아이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을 것이다.

어린이날, 마을공동체의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공동으로 상을 주니, 어린이들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자긍심을 가지며 성장할 것이다.

또 한 번의 어린이날은 추석이다. 음력 8월 대보름, 이 날도 베트남의 국경일이 아니다. 어른들은 출근하지만 학생들은 공휴일이다. 베트남에서 명절은 음력 1월1일인 설(뗏, Tet)이 가장 큰 명절이고, 두 번째가 추석이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추석은 조상을 위한 제사를 지내지 않고 단지 어린이를 위한 명절로 보낸다. 미래세대를 위한 명절이란 설정은 이방인에게는 참 그럴듯하고, 특이하게 여겨졌다. 두 번의 어린이날이 있고, 어린이에게 두 번의 공휴일을 주는 유일한 나라가 베트남이 아닐까.

◆두번의 어린이날, 성인은 근무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공휴일

추석은 어떻게 베트남에서 어린이날이 되었을까? 베트남에는 많은 신화가 있다. 추석과 관련된 여러 전설 중에서 꾸오이(Cuoi) 전설은 추석이 어린이날로 바뀐 배경이다. 꾸오이의 아내는 실수로 신성한 반얀 나무(banyan tree)에 오줌을 쌌다.

반얀 나무는 마술처럼 땅 위로 쏟은 후 달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남편 꾸오이는 달로 간 반얀 나무를 찾으려 나섰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매년 추석이 되면 아이들은 밝고 화려한 등불을 들고, 꾸오이의 귀환을 빌었다. 꾸오이가 쉽게 집으로 돌아오도록 아이들이 등불로 밤길을 밝히는 것이다.

베트남의 추석은 이렇게 꾸오이의 귀환을 염원하는 아이들이 중심이 된 명절로 바뀌었다. 베트남인들은 어린이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존재로 여겼다.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작은 사설학원. 베트남은 도시-농촌, 평지-산간지역 어린이들의 생활및 교육 격차가 커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과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추석은 1년 중 달의 힘이 가장 센 날이다. 다산과 풍성한 수확을 상징하는 이 날은 농작물과 가축의 풍성함만이 아니라, 더 많은 자녀 탄생을 염원하는 날이 되었다. 베트남의 추석이 조상숭배에서 어린이를 위한 날로 바뀐 연유이다.

도이머이(쇄신)정책으로 세계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지 4년만인 1990년 9월, 베트남은 어린이와 관련한 주목할 조치를 취했다.

베트남은 아시아 최초, 세계 두번째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다. 2019년 현재 196개국이 비준한 이 협약은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협약이다. 아동은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인간이라고 규정한 협약이다.

◆두자녀 정책, 경제성장 매진 가능…저출산 문제되자 2017년 폐기

베트남의 어린이 정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두자녀 정책(Two-Child Policy)이다. 이 정책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산업화를 추진하던 모든 나라의 관심사였다.

멀게는 맬서스의 인구론이 제기한 ‘식량은 산술급수, 인구는 기하급수로 증가한다’는 인구폭발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가깝게는 다자녀출산으로 엄마가 가사노동에 얽매이는 나라일수록 후진국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론도 한몫 했다.

1980년대 베트남의 생애 자녀출산 수는 5명을 넘었다. 자연출산율 수준이 2.1명이니 이렇게 높은 출산율로는 경제성장이 불가능했다.

1983년 최초로 두 자녀 정책이 시작되었다. 1985년에는 위반 가정에 처벌까지 부과하였다. 1986년에는 가임연령(여성 21세, 남성 24세 이상), 자녀출산 간격(3~5년)까지 제한하였다. 국가는 무상으로 피임기구도 공급해 주었다.

1993년에는 2015년까지 출산율을 2.1까지 떨어뜨리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두 자녀정책으로 합계출산율은 1979년 5.6에서 1993년에는 3.2로 크게 떨어졌다.

이를 통해 베트남은 황금인구구조, 소위 노동인구가 가장 많은 인구구조를 가졌고 경제성장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자녀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지역별 출산율과 성비(gender) 차이는 물론, 황금인구구조가 붕괴하면서 급격한 고령화의 충격이 예고된 것이다.

지구촌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인구 문제는 한번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018년 세계 최초로 0.98의 초저출산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트남의 출생율도 2018년 7월기준 자연출산율 2.1보다 낮은 1.79로 떨어졌다. 2017년에 베트남 정부가 서둘러 두자녀 정책을 포기한 이유이다.

베트남의 가족계획, 인구정책이 급격히 바뀌었다. 양과 질 두 측면 모두 인구감소에서 증가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자녀출생 수는 2.1명을 유지하고, 2030년 총인구는 1억400만명까지 끌어올린다. 성비 불균형도 자연성비인 105(여성 100명, 남성 105명)로 시정할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목표들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변화된 인구정책은 자녀교육과 어린이정책에 대한 부모와 사회의 관심도를 크게 바꿀 것이다.

아이는 태어난 지 100일을 축하하는 잔치를 시작으로 진정한 가족의 일원이 되는 돌잔치를 거친다. 14세가 될 때까지 매년 두번의 어린이날 축하를 받으면서 윗세대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한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어린이 관련 정책도 쏙쏙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0년에 시작한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2003년에는 문해력 94%를 넘기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 최고수준의 문명율이다. 2020년에는 중학교 의무교육이 시행된다.

◆도시-농촌, 평지-산간지역 어린이 생활•교육 격차 해소해야

그러나 도시와 농촌, 평지와 산간지 어린이의 생활 및 교육 격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소수민족별 격차는 훨씬 더 심하다.

생물학에 최소율 법칙이 있다. 가장 약한 고리가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어린이에 대한 제반수준이 최소율 법칙에 의해 제한되어선 안 된다.

저소득층 어린이 거주지역의 교육수준을 올리기 위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사회적 형평성 우려를 야기했던 일부 선진국의 교육 폐해를 베트남이 답습해선 안된다.

고소득층 자녀에 대한 극한의 사교육비 지출, 사교육을 통해 명문대 진학과 사회적 부의 세습이란 등식을 이루기 위한 교육 집착이 베트남 사회에서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베트남은 극한 지출과 교육 집착을 방지할 사회적 합의를 사전에 도출해야 한다. 어린 자녀를 사교육의 굴레에 가두고, 부모의 야망과 자녀의 편익이란 원초적 욕망의 틀 속에 가둬선 안 된다.

베트남은 두 자녀 정책을 과감히 포기했다. 총인구가 1억명이 넘어서면 그에 상응한 경제효과가 날 것이란 자신감도 붙었다. 베트남이 인구의 양적, 질적 성장을 시도하는 이유이다.

베트남은 20세기의 굴레를 벗어던졌다. 베트남은 이제 신세대들이 책임질 21세기를 살고 있다. 총인구의 23%를 넘는 14세 이하의 어린이는 모두 21세기에 이 땅에 왔다. 전쟁을 모르고 어려움도 많이 사라진 상대적 풍요의 시대를 사는 세대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개인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베트남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앞서 가입했던 어린이 존중 정신을 상기해야 한다.

어린이는 미래를 책임질 세대이다. 어린이가 본래부터 가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베트남은 물론 지구촌의 모든 어른이 해야 할 일이다. 어린이는 한없이 그리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석태문 박사의 칼럼은 본지와 '뉴스퀘스트'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석태문 박사는
경북대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경상북도 능금산업 발달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대구경북 지역 사회 및 경제발전 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고있으며 지난 3월부터 베트남 다낭사회경제연구원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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