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8) 가짜뉴스와 痴人說夢(치인설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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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8) 가짜뉴스와 痴人說夢(치인설몽)
  • 이형로
  • 승인 2020.01.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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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무계한 헛소리하는 정치인과 가짜뉴스 너무 많아
- 경자년 한해, 현실을 직시하며 멋진 꿈을 말하는 시인설몽(時人說夢) 되기를
중국 서예가 사마청삼(司馬靑衫)의 '치인설몽'. 본래 ‘어리석은 사람 앞에서 잠꼬대를 한다'라는 뜻이나 지금은 '어리석은 사람이 꿈 이야기를 한다'는 말, 다시말해 허황된 말을 지껄인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요즘 세태에 생각나는 말이다. (사진=인터넷캡처)

당나라 고종 때 서역에서 온 승려 승가(僧伽, ?~710)가 양자강과 회하유역인 안휘성에서 의술을 펼치며 행각할 때였다. 이역승의 남다른 이행(異行)을 탐탁치 않게 여긴 어떤 사람이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스님은 성이 무엇이요?(汝何姓)“. "하씨요.(姓何)”
"그럼 어느 나라 사람이요?(何國人)“, "하나라 사람이요.(何國人)”

보통 하(何)는 '무엇', '어찌', '어느' 등의 뜻으로 쓰이는 의문사다. 그러나 승가대사는 질문자의 말을 그대로 따라 자신은 하씨이며 하국인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그 후 승가대사는 강소성 광교사의 개산조사가 된다. 당 중종 때 국사로 추대되며, 이후 태종에게 대성(大聖)이란 시호를 추존받는다. 사주에서 입적했기 때문에 사주대성(四州大聖)으로 불린다. 당시 명인들과도 친분이 두터워 이태백은 그를 위해 '승가가(僧伽歌)'를 헌정하기도 했다.

승가대사 석상.

북해태수이며 비문을 잘 짓고 특히 초서로 이름을 날린 이옹(李邕, 674~746)도 대사와 교류한 인물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대사가 입적하자 그를 위해 비문을 지었는데, 그를 하나라 사람이며 하씨라고 기록했다.

북송의 승려 혜홍(惠洪, 1071~1128)은 냉재야화(冷齋野話) 제9권에서 이 일화를 예로들며, 이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하고 있다.

"이옹은 대사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은 하씨이며 하나라 사람이라 했다. 이것이 이른바 '어리석은 사람에게 잠꼬대를 한다(對痴人說夢)‘는 것이다. 결국 이옹은 꿈을 참이라 믿고 말았으니 정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

이 일화에서 '치인설몽(痴人說夢)'이란 성어가 유래했다. 치인설몽은 본래 ‘어리석은 사람 앞에서 잠꼬대를 한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리석은 사람이 꿈 이야기를 한다'는 즉, 허황된 말을 지껄인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이해되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승가대사의 대답은 얼핏 언어유희 같지만 일종의 선문답이라 해야 마땅하다. 상대방에 따라 말장난이 될 수 있고, 근기(根機)가 있는 사람에게는 송곳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말장난이란 바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하루는 봉이 김선달이 시장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물건만 괜히 들었다 놨다 값만 물어보고 다녔다. 그런 김선달이 눈에 거슬린 견과류 장수는 대꾸도 안하고 아예 무시했다. 천하의 봉이 김선달이 이를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하다. 김선달은 잣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무엇이요?"
상인은 세상에 잣도 모르는 놈이 있나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자시요!"
그러자 봉이 김선달은 잣을 한 움큼 두 움큼... 입에 털어넣고 아구작 아구작 먹더니, 옆에 있는 갓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무엇이요?"
"가시요!"

손을 흔들며 상인의 대답을 뒤로 하고 김선달은 유유히 사라졌다. 이런 김선달을 멀뚱멀뚱 쳐다봐야만 하는 상인이다. 본인이 먹으라 해서 먹고 가라고 해서 가니 상인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봉이 김선달은 말장난으로 귀여운 사기를 쳤지만, 승가대사도 말장난을 한걸까? 그리고 그와 교류를 하고 사후 비문까지 써준 이옹이 과연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이며 성이 무엇인지 몰라 그렇게 적었을까? 그래서 이옹이 혜홍에게 '꿈을 진짜로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어야 했을까?

말장난이라도 봉이 김선달은 우리에게 웃음이나 주고 있지. 요즘 정치인들은 말장난도 아니고 잠꼬대나 하고 있으니 문제다. 잠꼬대라면 차라리 낫다. 헛소리로 치부하고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잠꼬대도 아니면서 황당무계한 헛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소리를 진짜로 알고 신봉하는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요즘 가짜뉴스는 진짜 90%에 가짜 10% 정도를 섞어 사람들을 교묘히 속이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가 이런 경우에도 성립되는가? 가짜뉴스의 수요가 있으니 공급하는걸까, 아니면 공급을 하니 수요가 생기는 것일까? 필자는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라 도통 모르겠다.

미국에서 모자사업을 하는 동포 친구가 만든 개꿈(犬꿈)로고 디자인 모자. 왼쪽부터 읽으면 '개꿈', 오른쪽부터 읽으면 '꿈깨'라는 말이 된다. 경자년 새해에는 개꿈에나 나올법한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며 멋진 꿈을 말하는 시인설몽의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35년전 미국으로 이민가 LA에서 모자장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필자는 기타 연주를 잘하며 평생 음악에 묻혀 살고 있는 그에게 '악치(樂痴)'란 별명을 지어 주었다. 하루는 그와 이런 저런 문자를 나누다 모자에 새길 로고를 합작하게 되었다.

바로 '犬꿈'이란 글자인데 여기서 개 견犬자는 사람이 뛰어가는 형상이다. 필자의 제안을 친구가 도안한 것이며, 꿈 글자는 우리시대의 소리꾼 장사익 앨범에서 빌려온 것이다.

왼쪽부터 읽으면 '개꿈'이요, 오른쪽에서 읽으면 '꿈깨!'라는 말이 된다. 개꿈이란 원래 두서가 없고 스토리도 빈약해서 잠을 깨고 나서도 기억으로 남는건 거의 없는, 쓸데없이 머리 속만 뒤숭숭해지는 그런 꿈이다. 그래서 ㄱ 또는 ㄲ을 여러 개 겹쳐서 만든 글자꼴이다. 우리 새해에는 개꿈이나 꾸며 잠꼬대하지 말고 얼른 꿈에서 깨어나자. 개꿈 깨!

올해 경자년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횡설수설 잠꼬대를 하는 '치인설몽'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며 멋진 꿈을 말하는 '시인설몽(時人說夢)'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새해에 한마디 덧붙여 본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3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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