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13) 코로나19와 중국•일본의 '賊反荷杖(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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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13) 코로나19와 중국•일본의 '賊反荷杖(적반하장)'
  • 이형로
  • 승인 2020.03.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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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잘못 감추려고 피해자인 상대방 핑계대는 뻔뻔한 태도
-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일본은 방역 허점투성이 나라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한국인의 입국제한 조치를 취했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에 훈계를 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과 크루즈선 감염자를 통계에서 제외하는 등 방역 투명성을 의심받는 일본이 한국에 화살을 돌리는 것은 제 잘못을 덮기위해 피해자인 상대방을 가해자로 모는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사진=YTN 캡처)

아니나 다를까 중국이 드디어 반격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적으로 수세에 몰린 중국이 시진핑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관영매체까지 동원해 한국을 향해 훈계를 하고 나섰다.

중국은 코로나19에 처음부터 효과적으로 대응해서 이제는 안정기에 들어섰으니 "한국과 일본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비상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중국의 책임은 쏙 빼놓고 주변국을 향해 화살을 돌리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 정도면 최상급이다.

지난달 24일 중국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과 일본은 시스템과 법제도의 문제 때문에 중국처럼 감염자와 의심환자를 신속하게 격리수용할 수 없어 예방과 통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중국은 전염병과의 전쟁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이웃나라에 '제2의 우한'이 생긴다면 중국처럼 하기 어려워 역유입이 걱정된다"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또한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 거점으로 작용한 신천지가 우한에도 마수를 뻗치려 했으나 우한 공안에 발견돼 쫓겨났다"며 "한국정부는 종교단체의 부적절한 행위에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이런 태도에 우리나라 매체들 대부분은 ‘중국이 적반하장적 태도를 취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 참으로 ‘젊잖은' 우리 언론이다.

◆적반하장은 중국의 특기…어제 오늘의 일 아닌 것 알지만 어처구니 없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토종 속담성어로 홍만종(洪萬宗, 1643~1725)이 1678년에 지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유래한다. 순오지는 홍만종이 병석에 있을 때 보름만에 완성했다하여 '순오'(旬五, 15일)라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의 서유기는 물론 정철, 송순 등 우리나라 시가(詩歌)에 대한 평론과 함께 우리의 역사나 사상에 대한 일화, 속언에 대한 내용 등 다양한 분야를 수록하고 있으며 부록에 130여종의 우리 속담을 함께 싣고 있다.

적반하장이란 도망가도 시원찮을 도둑이 되레 몽둥이를 들고 집주인에게 대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에 사용한다. 홍만종은 그 뜻과 함께 그 말의 유래를 적어놓았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것은 잘못한 자가 오히려 상대를 업신여기고 성내는 것을 빗댄 말이다.(賊反荷杖 以比理屈者反自陵轢 적반하자 이비리굴자반자릉력)“

도둑이 남의 집에 물건을 훔치려고 들어갔는데 주인에게 들키게 된다. 주인이 도둑이라며 소리를 지르자 이웃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러자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집어들고 "도둑놈 잡아라!"며 도둑이 아닌 척했다는 민담(民談)에서 유래된 말이 바로 적반하장이다.

우리나라에는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는 주객이 바뀐 일이 옛부터 많았는지 관련 속담도 많다. 우선 홍만종의 순오지에도 실린 '아가사창(我歌査唱)',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뜻으로 책망을 들을 사람이 도리어 큰 소리를 친다는 뜻의 속담이 있다. '방귀뀐 놈이 성낸다', '사돈 남 나무란다', '소경 개천 나무란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다', '문비(門裨)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등도 같은 뜻이다. 문비는 정월 초하룻날에 악귀를 쫓는 뜻으로 대문에 붙이는 신장(神將) 그림이다.

적반하장의 뜻과 유래가 실린 홍만종의 순오지 필사본. 적반하장은 물건을 훔치려던 도둑이 주인에게 들키자 오히려 몽둥이를 들고 도둑이야 외쳤다는 민담에서 유래된 것으로, 잘못한 자가 오히려 상대를 업신여기고 성내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적반하장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6년 10월7일 우리 해역에서 한국 해경이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중국어선을 침몰시킨 사건이 있었다. 

당시 환구시보는 '중국어선 포격을 허용한 한국정부는 미쳤나'라는 제목의 자극적인 사설을 싣고 '한국은 제정신인가', '민족주의 발작'이란 막말까지 써가며, 중국어민은 한국 해경의 폭력적인 법집행 때문에 필사적으로 저항한 것뿐이라며 모든 잘못을 한국 해경과 이를 지시한 한국정부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한국해역에서 불법어로를 한 중국어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투의 전형적인 적반하장격인 태도였다.

작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입장을 내놨다. 이에 공영방송인 NHK를 비롯한 일본언론들은 적반하장이라는 말을 어리석게도 직역하며 문제로 삼았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차관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품위없는 말을 쓰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인용은 정확하지 않았다. 그는 '적반하장(賊反荷杖)' 대신 '누슷비토타케다케시이(盜っ人猛々しい; 도둑이 더 뻔뻔하다)'라는 일본 속담을 썼다.

한자문화권인 일본에서도 우리의 사자성어에 해당하는 '사자숙어(四字熟語)'를 널리 사용하지만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적반하장이란 성어는 순한국적인 것이니 말할나위가 없다. 뜻으로만 본다면 적반하장이나 '누슷비토타케다케시이'란 말은 통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서 적반하장이란 말은 단순히 상대를 비난하는 의도로 쓰는 말이지만 특별히 품위가 없다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적반하장은 한국에서 오히려 교양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있다. 같은 의미의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속담보다 품위가 있다고 여기는 말이며 정당간의 논평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한국의 대통령이 한국국민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에서 일본어 번역까지 고려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을 하지않았어도 일본은 무슨 트집이라도 잡아서 비난했을 것이다. 오히려 차관급 인사 따위가 타국 정상에 대해 직설적인 비난을 하는 자체가 비정상적이며 품위없는 짓이다.

한국주재 일본특파원들은 적반하장이란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미우리 한국 특파원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상대국에게 '누슷비토타케다케시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품위가 너무 없다. 한국 국회의장도 이 단어를 썼다.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민족이다"라고 기사를 썼다. 기자가 고의로 왜곡 번역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또한 특파원이란 자가 그 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면 그는 특파원의 자격이 없다.

◆일본 코로나19방역 투명성 떨어져…감염자통계 축소, 하루 검사자도 3000명 불과

그전에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자 YS는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고쳐 놔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한국특파원들은 일제히 '버르장머리'가 '버릇'의 비속어(卑俗語)라며 한국의 대통령이 무례한 말을 썼다고 비난했다. '버르장머리'는 분명히 비속어다. 자, 그때의 일본 특파원들은 '버르장머리'라는 말의 속뜻까지 정확히 알고 비난했다. 그때의 선배 특파원처럼 지금 후배들도 그 정도는 알고 들이대야 되지 않겠는가?

지난 5일 일본은 한국인의 입국제한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자국 크루즈 선내 환자는 통계에 포함하지도 않는 등 방역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 코로나19 확진 검사도 하루에 고작 3000여건만 실시해 하루 1만건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사실상 비교불가인 상황이다.

우리는 검사시간도 기술개발을 통해 6시간 가량으로 단축했다. 여기에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검사를 받아 환자나 의료진 모두 감염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있는 '드라이브 스루'라는 한국식 코로나19 대응 모델도 개발하는 등 검역과 방역에 선도적인 조치도 도입하고 있다. 의료시스템을 통해서도 체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관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즉 국내의 코로나19 환자가 감염된지도 모른 채 해외로 나가 현지에서 감염 전파시킬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그런 조치를 취했다는건 아베 정권의 정치적인 '적반하장'식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이 우리보다 위험한 판국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중•일 양국 기자와 우리 기자를 비교해 보건대, 우리 기자들은 너무 '젊잖다'는 것이다. 우리 기자들도 이제는 상대방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주었던 '적반하장'이란 품위있는 제목은 쓰지 말자. 지금부터라도 '방귀 뀐 놈이 오히려 성낸다'라는 순토종 우리 속담을 써보자. 제목이 길어 좀 번거로워도 그들이 번역을 어떻게하는지 지켜보자.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중국과 일본의 적반하장적인 태도 다음에는 반드시 비열한 후속조치가 따랐다. 이번에는 그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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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세 2020-03-10 11:50:17
적반하장을 하던 주객전도를 하던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우리를 쉽게 보기 떄문입니다. 미국이였으면 감히 중국이나 일본이 저런식으로 나왔을까요. 미국의 국무부장관은 코로나19로 부르지 않고 '우한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어서 나라의 힘을 키워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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