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12)골프장과 기업문화…웰링턴CC와 안양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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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12)골프장과 기업문화…웰링턴CC와 안양CC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0.04.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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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의 기업문화 담긴 웰링턴CC…기술중시, 고객만족, 예측가능성, 품위와 정성
- 안양CC 이병철 회장의 기념식수 수종…‘전세계를 향한 삼성의 의지 담겨’
웰링턴CC 봄(사진 위)과 가을 풍경. 사시사철 푸른 잔디의 웰링턴CC는 효성의 기술중시 경영, 고객만족, 예측가능성 등 기업문화가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웰링턴CC)

효성그룹의 웰링턴CC 페어웨이는 이른 초봄인 3월에도 파랗고 늦은 가을에도 파랗다. 다른 골프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래서 내장객마다 감탄하며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이렇게 초봄부터 푸른색이 나옵니까.” 웰링턴CC의 임직원들은 이맘때쯤이면 이 물음에 답하느라 바쁘다. “기술경영의 성과입니다. 기술을 중시하는 효성의 기업 문화가 담긴거죠. 그래서 웰링턴의 페어웨이는 사철 푸릅니다.”

이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집념과 기술경영이 담겨 있기에 가능했다. 조 회장은 공학도 출신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해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런 조 회장의 두뇌와 기술은 지금의 효성을 만들었다.

◆공학도 출신 조석래 효성회장…스판덱스등 세계1위 품목 모두 기술집약산업

지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효성의 제품 품목들은 모두 기술집약적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누려온 세계 1등의 지위를 효성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뒤집기에 성공한 품목이다. 미래지향적 안목과 오랫동안의 집념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판덱스다. 이 품목은 효성이 지난 1989년 고부가가치 기능성 섬유시장 진입을 위해 개발하기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기술개발에 매달린 결과 지난해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수준을 차지하고 세계시장점유율이 32%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폴리케톤이나 탄소섬유 등 효성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품목도 모두 기술집약적이다.

좋은 소재를 쓰면 완제품의 경쟁력이 산다. 일본이 20년 넘는 불황에도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은 세계 1등의 부품, 소재 경쟁력이라고 한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조 명예회장은 화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으로 기술중시 경영으로 스판덱스를 세계1위로 키워냈다.(사진=전경련)

공학도 출신으로서 기술집약산업 역량을 갖춘 조 회장은 웰링턴CC의 페어웨이 잔디에 두 가지 특성을 담아줄 것을 주문했다.

첫째는 사철푸른 페어웨이를 유지해주고 둘째는 공이 잔디 위에 뜨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피식 웃는다. “그게 가능해요?” 하지만 치고 나선 표정이 달라진다. “정말 그렇네.” 이는 효성이 자랑하는 페어웨이 잔디가 기술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잔디 위에 공이 뜨는 것은 한국 잔디의 특징이다. 사계절 푸르른 것은 한국 잔디와 양잔디를 섞어 심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자들의 말을 빌리면 두 종류는 뿌리가 엉키면 서로 죽여 버린다. 효성은 둘 사이의 화합이 가능한 비율을 2년여에 걸친 실험을 통해 산정해냈다. 기술로 이겨낸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웰링턴CC의 페어웨이다. 페어웨이를 거닐며 플레이어들은 감탄을 거듭한다. 마치 고급 카펫 위를 걷는 듯하다고. 이런 질감은 사람들에게 가장 민감한 섬유 소재에서 세계 최고를 인정받은 효성 기술의 소산이다.

◆나무와 조경에 관심많던 이병철 회장…안양CC, 나무값만 1조원으로 커져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바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탄생시킨 안양CC의 잔디다. 이곳 역시 오너의 집념이 들어있다. 이 선대 회장은 좋은 잔디, 배수가 잘되는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직접 찾은 질좋은 잔디를 수원의 삼성전자 공터에 이식해 4년에 걸쳐 안양CC의 페어웨이로 옮겨 심었다.

안양CC에 가면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을 살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조경이다. 지금은 숲을 이루고 있지만 조경을 위해 심어놓은 나무들의 가치만 1조원을 넘을 거라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13번째와 17번째 홀에 가면 이병철 회장의 홀인원을 기념해 심은 나무가 있다. 사방으로 반듯하다. 삼성 임원의 얘기를 들으니 이 회장이 사방으로 반듯하게 자라는 나무만을 골랐다고 한다. 본인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삼성도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반듯하게 키울 거라는 의지를 담았을 거다. 뻗는 것이 나무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길이나 방향이 들쑥날쑥 한 것도 나무의 속성이다. 그런데 사방으로 뻗어라, 전 세계에 골고루 삼성이 뻗어나가라는 희구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탄생한 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골프장 웰링턴CC와 안양CC다. 안양CC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집념과 끈기(運鈍根)가 스며있고, 웰링턴CC에는 조석래 회장만의 기술경영이라는 기업문화가 담겨있다. 웰링턴CC에서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업문화는 ‘고객만족’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나무와 조경에 일가견을 가진 경영인으로 그가 기념식수한 나무는 사방으로 고르게 자라는 수종으로 '세계를 향한 삼성의 성장' 염원이 담겨있다. 안양CC 조경을 위해 심어진 나무는 지금 평가액이 1조원이 넘을 정도로 커졌다. (사진=호암자서전)

골프장을 내방하는 이는 플레이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웰링턴CC에 가면 동반했던 운전기사들은 인근에 있는 온천사우나의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다. 기사들이 편하게 대기함은 물론 어려움에 처한 지역의 소상공인들에 대한 작은 배려이기도 하다.

한 대리기사는 “10년간 대리기사로 일했지만 온천이용권을 선물로 받아 본게 처음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인기순위가 부쩍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왜 그럴까? 운전기사도 일단 웰링턴CC에 오면 고객이기 때문이다.

◆기술+고객감동, 웰링턴CC…운전기사에 온천이용권 무료제공, 지역 소상공인 위한 배려

이런 웰링턴CC의 고객감동은 내방한 고객이라면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티오프 간격이다. 무려 10분이나 주어진다. 다른 골프장에서 앞팀에 떨어지거나 뒷팀이 밀려있어 눈치를 보며 운동을 하는 것과 비교된다. 여기에는 조 회장의 운동철학이 담겨있다. 가급적이면 잔디를 밟고 걸어 다니며 플레이하라는 취지다. 그래야 고객이 더 건강해진다는 효성의 철학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웰링턴CC는 화장실에 비치된 구강청결제로도 고객을 배려하고 있다. 당초 구강 청결제는 조그만 플라스틱 병에 포장돼있지만 워낙 작다 보니 뚜껑을 둘러싼 비닐을 뜯는 데 조금 불편했다. 특히 시력이 좋지않은 이들은 절취선이 잘 보이지 않아 몇 번이나 헛손질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절취선 윗부분이 뜯어진 구강청결제가 가지런히 놓이기 시작했다. 비닐을 뜯는 데 불편하다는 일부 고객의 소리에 회사측이 바로 시정했기 때문이다.

골프를 좋아했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벙커샷 모습. 웰링턴CC는 조 회장의 경영철학과 효성의 기업문화가 담겨있는 곳이지만 정작 조 회장은 건강문제로 웰링턴CC 개장이후 한번도 라운딩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술중시, 고객만족과 함께 웰링턴CC에서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효성의 기업 문화는 ‘예측가능성’이다. 웰링턴CC의 27개홀 중 21개는 티 박스에서 그린이 보인다. 평지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시공이었다.

티 박스에서 그린이 보이니 공략 포인트가 보인다. 방향을 어디로 둬야 할지 캐디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굳이 그걸 물어보는 고객은 다른 골프장에서 했던 질문을 그냥 무심결에 던지는 것이다.

물론 27홀중 6홀은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캐디의 도움을 받아 자기가 전략을 짜야 한다. 마치 기업경영에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것과 같다. 아무리 예측 가능성을 높여도 위기는 실재한다. 6홀은 예측 불가능한 위기이고 이 위기를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겨내는 것 또한 역량이다.

웰링턴CC는 경영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예측 가능성과 위기를 섞어 놓아 가르쳐 주고 있다. 물론 웰링턴CC도 고가에 분양됐지만 돈으로 장식한듯한 천박함은 보이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품위가 느껴진다. 명문의 정성이 느껴진다. 효성이라는 기업을 상징하는 보라색이 풍기는 고상한 색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한국재계의 명문가이면서도 학자풍의 이미지를 풍기는 조 회장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다.

그런데 웰링턴CC에는 지나치지 말아야 할 명소가 있다. 그리핀코스 8번이다. 티샷을 하고 왼쪽 카트 길로 걸어가지 말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보라. 오솔길이 보인다. 잔디로 포장된 좁은 길을 따라가 보면 꽃과 나비가 보인다. 나뭇잎 하나 떠있지 않은 연못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웰링턴CC는 기술경영, 고객만족, 예측 가능성, 품위와 정성 등 효성의 기업문화로 가득 찬 곳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친 마음을 풀면서 골프장에 담긴 기업문화까지 느껴보면 더 좋을듯 하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코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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