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16) 4•15총선과 濫竽充數(남우충수)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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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16) 4•15총선과 濫竽充數(남우충수) 후보자
  • 이형로
  • 승인 2020.04.13 11: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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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능하면서도 유능한 척 속이는 사람’ 걸러내는 투표 해야
- 귀중한 한표… 차악 아닌 최선을 선택하는 날은 언제나 올까?
4•15 총선이 눈앞에 다가오며 유권자들은 선택의 고민도 커지고있다. 정치혐오로 투표를 포기하면 더욱 무능하고 혐오스런 정치인이 활개를 치게되는 만큼 유권자들은 무능하면서도 유능한 척 하는 '남우충수(濫竽充數)' 인물을 걸러내는데 귀중한 한표를 던져야한다.

21대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동안 4•15 총선을 준비한 각 지역구의 후보자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교적 조용한 선거전 행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며칠 남기지 않고는 예전과 다름없이 스피커를 최대한 데시벨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또다시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는 선거철만 되면 늘 말한다. 그 사람이 그 사람, 참신한 인물이 없고 마음에 드는 정당도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뽑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마음 한구석을 짓누른다.

◆정치혐오감에 투표 포기하면 더욱 혐오스런 정치인 갖게돼

당나라 한유(韓愈, 768~824)는 '잡설(雜說)'에서 "세상에 백락이 있고서야 천리마가 있는 것이다. 천리마는 늘 있지만 백락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 千里馬常有 而伯樂不常有)."라고 했다.

그러나 마시장에 나와 있는 말들이 그저 그렇다면 제 아무리 천리마를 한눈에 알아본다는 백락이라 할지라도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중에서 보다 나은 말을 골라야하는 백락이 돼야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국민의 대표를 뽑을 수단이 투표이니 그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 뽑아놓고도 늘 배신감을 느끼지만 일단 그것은 접어두고 통렬한 메세지는 던져야 한다.

이번 총선은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1,118명의 후보가 등록해 평군 4.4대 1의 보였다. 후보자 중에는 전과 10범이 있는가 하면 최연소후보는 25세, 최고령후보는 81세다. 남성이 905명, 여성이 213명인데 70세 이상도 36명이나 된다. 그리고 이번 4•15총선은 만 18세 이상 유권자의 첫선거이자 준연형동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첫 선거이기도 하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가장 적격자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연고주의나 후보자의 스펙을 보고 지지했다가 당선된 후 당리당략, 이기주의 행태를 보인 당선자를 보고 크게 실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미국 정치학자 프랭클린 P. 애덤스(Franklin Pierce Adams, 1881~1960)는 "선거란 누구를 뽑기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물국회에 신물이 나 정치를 혐오한다며 관심도 없고 투표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들은 더욱 혐오스런 정치인만 갖게 될 것이다.

그나마 후회없는 선택을 위해서는 나름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겠다. 그 기준가운데 지역구의 후보자가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실력있는 유능한 인물인가, 혹은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신의를 지닌 인물인가가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늘 같은 교과서적인 덕목일지라도 이것이 바른길이니 다른 방법이 없다.

4•15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 사상유례 없는 무려 48cm에 35개 정당이 찍혀있다. 정당난립으로 길어진 투표용지는 정치 희화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피리 못불면서 유능한 악사들 틈에 끼어 연주하며 실력있는 체'  

그리고 그 이전에 우리는 우선 다음과 같은 인물들은 선발 명단에서 지워버려야 하겠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하는 자, 하루에 서너 번씩 말을 바꾸는 자, 정치인으로 소신과 철학도 없이 거수기 노릇만 하는 자, 대안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자,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는 정당 또는 그런 자, 옳은 일이 무엇인지 해서는 될 일인지 아닌지 춘장인지 된장인지 분별 못하고 안하무인격인 자 등이 그 대상이다.

역대로 은사(隱士)는 부귀와 공명이 보장되는 관리의 길을 마다하고 강호(江湖)에서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했다. 또한 고결한 인품과 굽히지 않는 절개로 뭇 사람들의 존경과 신망을 한몸에 받았다. 때로 학문과 경륜을 인정받아 높은 벼슬을 받기도 했다.

남북조시대 송나라 은사인 주옹(周顒, ?~493)이 남경의 북산(北山)인 종산(鐘山)에 은거하다, 후에 남제(南齊)의 조정에 출사해서 해염 현령을 제수 받았다.

이때 함께 은거하던 친구 공치규(孔稚圭, 447~501)가 장문의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어 그의 변신을 조롱했다. 그는 출사이전 주옹의 은거를 두고 "초당에서 어줍잖은 실력으로 피리 불고, 북악에서 함부로 두건을 쓰고 다녔다(偶吹草堂 濫巾北岳)"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옹의 출사를 "수풀도 한없이 부끄러워하고, 시냇물도 더없이 부끄러워했다(林慚澗愧)"며 후안무치한 인물이라고 그의 변절을 신랄하게 꾸짖었다.

여기서 '우취(偶吹)'는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함께 연주를 한다'는 뜻으로 실력도 없으면서 명성을 훔치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생황과 비슷한 악기인 우(竽)를 잘 불지도 못하면서 악사로 행세하며 국록을 축낸 남곽선생(南郭先生)의 고사인 '남우충수(濫竽充數)'에서 유래한다. 여러 악사들과 합주를 할 때는 진짜 실력을 몰랐으나, 독주를 하게 되자 실력이 들통날까봐 도주했다는 고사가 한비자 내저설(韓非子 內儲說)에 실려있다.

북악은 북산, 곧 주옹이 은거했던 종산을 가리킨다. 건(巾)은 은자들이 쓰는 두건이며, '남건(濫巾)'은 가식적으로 은자처럼 두건을 쓰고 돌아다녔다는 뜻이니 '우취'와 그 속뜻은 통한다 할 것이다. 실력도 없는 인물이 금배지를 달고 설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수많은 공약(公約)을 내놓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공약을 제대로 지킨 후보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많은 것들이 공약(空約)이 될 것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0대국회 지역구 의원 2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약이행 분석 결과 ▲완료 3,564개(46.80%) ▲추진중 3,530개(46.35%) ▲보류 342개(4.49%) ▲ 폐기 74개(0.97%)로 나타났다.

임기가 끝나는 5월30일까지 불과 2개월도 채 남겨 놓지않은 현재 국회의원 공약이행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모두 공약(空約)으로 허공 속에 사라지게 되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그런 정당과 인물을 또다시 선출해야 할 것인가?

각 정당에서는 참신하고 실력있는 정치신인들을 영입했다고 자화자찬한다. 부디 ‘구미속초(狗尾續貂, 개꼬리로 담비 꼬리를 대신하는 것)’가 아니길 바란다. 혹여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될 일이다.

어쨌든 우리는 투표를 해야한다. 이번에도 역시 귀중한 한표를 행사해서 우리에게 정치혐오감을 안겨준 그들에게 강렬한 메세지를 전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차악이 아닌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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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 2020-04-15 04:02:09
정여사님인지 정선생님인지
어느 인물을 찍었는지....
하여간 관심을 갖아주셔 고맙습니다~~^^

정효선 2020-04-13 23:14:17
교주님 홧팅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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