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18)인포데믹과 三人成虎(삼인성호), 衆口鑠金(중구삭금)
상태바
[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18)인포데믹과 三人成虎(삼인성호), 衆口鑠金(중구삭금)
  • 이형로
  • 승인 2020.05.11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말은 쇠를 녹이고, 세사람이면 호랑이도 만들어…가짜뉴스, 코로나19보다 강력한 바이러스
- 균형감각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걸러내야…발원지 의심나면 검증하는 자세 필요
三人成虎(삼인성호, 사진 위)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문은 저자거리에 없는 호랑이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처럼 가짜뉴스, 거짓정보는 코로나19보다 강력한 바이러스로 폐해가 크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접어든지 벌써 20년, 과학발달을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있는 우리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도 전세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류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인포데믹이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인포데믹(Infordemic)'이란 정보(information) 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유튜브와 같은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급속히 퍼져나가는 현상, 즉 '정보 전염병'을 의미한다. 미국 전략분석기관 인텔리브릿지(Intellibridge)사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회장이 지난 2003년 5월11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에서 초기에 퍼진 가짜뉴스가 몇가지 있었다. 폭죽놀이가 바이러스를 소멸시킨다든지, 한약재인 울금이나 항고혈압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정보가 그것이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론 마늘 섭취, 소금물로 가글하기, 커리의 주성분인 강황 등이 효과가 있다는 거짓 정보 등이다. 더구나 독성물질인 메탄올 소독이 효과가 있다는 위험한 가짜뉴스마저 있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코로나19가 5G이동통신 전파를 타고 퍼진다는 황당한 소문이 SNS에 유포됐고, 5G기지국에 불을 지르는 방화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가짜뉴스와 더불어 요즘은 코로나19 음모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생물무기 전쟁설, 미국의 인구조절 음모설까지 나돌고 있다. 생물무기설은 코로나19 위기가 미•중 양국의 패권경쟁과 맞물리면서 널리 퍼지고 있다.

옛날에도 헛소문 특히 가짜뉴스는 천리마보다 빨리 퍼졌다. 그때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지만, 발없는 소문은 천리마도 쫓아가기 힘들다고 했다. 당시에도 폐단은 극심해서 경계한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다.

현대 중국서예가 몽한량((蒙漢良)의 '衆口鑠金(중구삭금)' 작품과중국 산동 무씨사(武氏祠) '증삼살인(曾參殺人) ' 화상석 탁본. 중구삭금은 말이 쇠를 녹인다는 뜻이며 증삼살인은 증자의 어머니가 베를 짜고 있는데 한사람, 두사람이 와서 '증자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지만 믿지않다가 세번째 사람이 와서 그렇게 말하자 믿게 됐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삼국지 위지 손례전(魏志 孫禮傳)에 ‘竊聞 衆口鑠金, 浮石沈木, 三人成市虎, 慈母投其杼(절문, 중구삭금, 부석침목, 삼인성시호, 자모투기저)'라는 구절이 있다.
 
"뭇사람들의 말은 쇠도 녹인다고 했으며, 심지어 돌이 물에 뜨고 나무가 가라앉는다는 소리를 믿으며, 소문은 저자거리에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내며, 거짓 소문은 자애로운 증자 어머니도 북을 집어 던졌다고 들었습니다“

중구삭금(衆口鑠金)이란 말은 춘추시대 좌구명(左丘明)이 당시 8개국의 역사를 나라별로 엮은 국어 주어(國語 周語)에서 유래한다.

주나라 말엽 경왕은 화폐개혁을 단행하여 새 동전을 만들고 남은 돈으로 큰 종을 만들려고 했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자 대부 선목공(單穆公)과 악관 주구(州鳩)는 백성들에게 부담을 주고 다른 악기와 소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만류하였다. 그러나 경왕은 신하들의 간언을 듣지않고 기어코 종을 만드니 아첨하기 좋아하는 악공들은 이구동성으로 종소리가 아름답다고 왕의 비위를 맞췄다.

그러자 경왕은 반대한 주구를 불러 다들 종소리가 좋다고 하는데 왜 반대했느냐고 따졌다. 그는 백성들이 싫어하는 일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대답한다.

"옛말에 뭇사람들의 진실된 마음은 만리장성도 쌓고, 뭇사람들의 말은 쇠도 녹인다고 했습니다(故諺曰, 衆心成城, 衆口鑠金)."

이듬해 경왕이 죽자 주구의 말대로 종소리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관리를 하지않은 종은 먼지만 쌓이게 되었다.

뭇사람들이 우기면 '돌도 물에 뜨고 나무가 물에 가라앉는다(浮石沈木)'라는 말은 한나라 육가(陸賈, BC.240~BC.170)의 저서 신어 변혹편(新語 辨惑篇)에 나오는 말이다.

한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출몰했다면 보통은 거짓이라며 믿지 않는다. 그러다 두 사람이 그렇다면 긴가민가하다가, 세 사람 이상이 그렇다고 하면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믿게 되는게 사람의 심리다. 이른바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라는 말이다. 한비자와 전국책(全國策)에서 전해지는 말이다.

하루는 공자의 제자 가운데 효성이 으뜸인 증자(曾子) 즉 증삼(曾參)의 어머니가 베를 짜고 있는데, 아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인을 했다고 알려주러 온 사람이 있었다. 그러자 증삼 어머니는 효성이 지극한 내아들이 그럴리가 없다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베만 짰다.

다시 한 사람이 와서 당신 아들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여전히 베만 짜고 있었다. 얼마 후 다른 사람이 "증삼이 사람을 죽였대요!" 소리지르며 뛰어들어 오자, 증삼 어머니는 불안해하며 북을 집어던지고 담장 넘어 달아났다.

아들을 지극히 신뢰하던 어머니도 한두 사람의 말은 믿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이 그렇다면 마음이 움직이는게 사람의 심리다. 보통 증모투저(曾母投杼), 증삼살인(曾參殺人)으로 알려진 이 일화도 전국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난 20여일간 북한 김정은의 건강이상설부터 사망설까지 퍼지며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결국 김정은이 지난 2일 모습을 드러내며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지난달 17일 어떤 북한전문가가 주장한 건강이상설이 탈북자 사회로 흘러갔고, 미국 CNN도 ‘수술후 위중상태’ 보도로 무게가 실렸고, 이어서 검증되지 않은 '내부소식통'을 내세운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두사람을 포함한 탈북민과 보수매체, 특히 유튜버의 확신으로 이어지며 나비효과를 낳았다.

결국 이러한 인포데믹은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김정은을 하루에도 수십 번 죽기 직전의 환자 또는 고인으로 만들어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사회를 혼란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심지어 우리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까지 열어 관련정보를 종합하여, 김정은에 대해 '특이동향 없음'이라는 권위를 실은 결론을 내렸음에도 인포데믹 앞에서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말았다.

인포데믹은 '아니면 말고'식의 여타 가짜뉴스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우리들의 생명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사회적 기반마저 송두리채 뒤흔드는 폭발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력과 경제적 낭비는 수치로 환산하기 힘든 사회적 손실이다.

인포데믹에 대처하기 위한 치료제와 백신은 균형감각과 성숙한 시민의식 안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와 정보의 발원지에 대한 누가, 왜라는 의심을 해야한다. 약간의 의문이라도 있다면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보다 훨씬 무서운 인포데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이성이다.

눈앞의 태산도 나뭇잎 한장으로 눈을 가리면 볼 수 없으며, 콩으로 귀를 막고 있으면 우레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그러나 나뭇잎과 콩알을 떼어내면 티끌도 볼 수 있으며, 모기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35길 93, 102동 437호(신천동,더샵스타리버)
  • 대표전화 : 02-3775-4017
  • 팩스 : -
  • 베트남 총국 : 701, F7, tòa nhà Beautiful Saigon số 2 Nguyễn Khắc Viện, Phường Tân Phú, quận 7, TP.Hồ Chí Minh.
  • 베트남총국 전화 : +84 28 6270 1761
  • 법인명 : (주)인사이드비나
  • 제호 : 인사이드비나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16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14
  • 발행인 : 이현우
  • 편집인 : 장연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진
  • 인사이드비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사이드비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sidevina@insidevina.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