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6) 杞人憂天(기인우천), 램프증후군
상태바
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6) 杞人憂天(기인우천), 램프증후군
  • 이형로
  • 승인 2020.09.07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기우(杞憂)…걱정은 걱정을 불러
- 코로나19 재확산, 경계심 늦춰서 안되지만 과도한 불안은 좋지않아
- BTS 메세지 '고민은 제게 맡기고 하던일 열중하세요' 음미해볼만
기인우천(杞人憂天), 줄여서 기우(杞憂)라는 말은 중국 춘추시대 기(杞)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는데서 유래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 안되지만 과도한 불안에 빠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귀가행 버스가 늦게 온다. 코로나19의 재창궐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원인이다. 20여분 후 버스기사 뒷좌석에 앉았다. 라디오에서는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어느 교회의 확진자가 늘었다느니, 전문의들이 파업을 연장했다느니 우중충한 뉴스만 들렸다.

에이~. 기사는 뭐라 투덜대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가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채널을 고정시켰다.

그래, 기분좋은 소식이라고는 없는 우울한 뉴스를 들으면 뭐하랴. 버스 기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쓸데없이 걱정한다고 요즘 상황이 바뀔 것도 아닐바엔 차라리 노래나 들으며 기분이나 풀자.

중국 춘추시대 기(杞)나라에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평생을 살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하늘과 땅이 무너지고 가라앉으면 어디 갈 곳도 없다며 잠도 이루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하였다. 이를 보다못한 친구가 과학적으로 조근조근 설명하자 비로소 마음을 놓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열자 천서편(列子 天瑞篇)에 실려있는 일화로 여기에서 '기인우천(杞人憂天)' 혹은 '기인지천(杞人之天)' 보통은 줄여서 '기우(杞憂)'라는 성어가 만들어졌다. 유사한 표현으로,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든다는 용인자우(庸人自扰) 또는 아픈 곳이 없는데도 앓는 소리를 낸다는 무병신음(無病呻吟)이라는 말이 있다.

기나라는 송나라 안의 작은 속국이다. 중국에는 네 개의 송이란 나라가 있었다. 첫째가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는 춘추시대의 송나라, 둘째가 육조(六朝)의 하나로 국성을 따라 유송(劉宋)이라고 하던 송나라, 셋째가 조광윤이 후주로 부터 선양받은 북송, 마지막으로 금나라 군대에 대항한 명장 필재우가 활약하던 남송이다.

기인우천(杞人憂天)을 표현한 그림. 중국 현대작가 건봉(建峰) 작품.

기인우천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송나라는 물론 춘추시대의 나라다. 상(商)나라 30대왕인 제을의 장자 미자계는 왕위를 이복동생인 신(辛)에게 빼았겼다. 신이란 인물은 폭정과 주지육림으로 유명한 상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이다.

그의 폭정을 벗어나고자 하는 백성들의 열망을 핑계로 주나라 무왕은 상나라를 멸한다. 그런데 이 핑곗거리를 우리는 보통 '명분'이란 아름다운 말로 대신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멀리는 이성계의 '4불가론'이 있었으며, 가깝게는 박정희의 '5.16혁명 공약'이 있었다.

이때 상나라의 왕자인 미자계는 무왕에게 우리 백성은 왕을 잘못 만난 죄밖에 없으니, 그들만은 제발 살려 달라고 간청한다. 이에 무왕은 상나라 수도 호경에 식읍을 주어 미자계에게 유민들을 관리하게 하였다. 넓은 의미의 특별보호구역(reservation)인 셈이다. 이렇게 미자계가 제후로 봉해진 나라가 바로 송나라다. 이후 700여 년간 존속하다가 B.C 286년경에 춘추5패 가운데 제•위•초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송나라에 왜 어리석은 사람들이 유독 많았을까? 상나라를 멸망시킨 왕조가 중국에 봉건국가의 기틀을 처음으로 완성한 주나라다. 주나라도 초기에는 정권이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 당연히 권력투쟁이 있었고, 힘으로 누를 수 있는건 힘으로 눌렀다.

상나라 유민들을 일단 송나라라는 한 곳으로 몰아넣었지만 늘 뒷통수는 가려웠다. 그래서 필요했던게 정치적인 프로파간다였다.

너희들은 여러가지로 멍청했기 때문에 우리한테 당한거다. 아니, 당할 수 밖에 없었던거라며 송나라 백성들을 세뇌시켰던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지 않은가? 일본제국의 황국사관 즉 일제의 식민사관이 바로 주나라의 정책을 롤모델로 한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주나라의 저작물에서 송나라 사람들은 우매한 사람들의 표상이 되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또 다른 일화로는 토끼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기만을 기다린다는 어리석은 농부 이야기다. 여기서 유래한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성어는 열자와 맹자에도 실려 지금까지 우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방탄소년단(BTS). BTS는 다이나마이트에서 '고민은 제게 맡기고 하던 일에 열중하세요'라고 노랜한다. 코로나19로 걱정이 많은 요즘 한번 음미해볼만한 내용이다.

정치•사회적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질병이나 사건 사고에 대해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들이 늘고있다. 대중들이 예상에 비해 별거 아닌 사회현상에 대해 걱정하는 과잉불안을 '램프증후군(Lamp syndrome)'이라 한다.

이는 동화속 알라딘이 요정 지니를 불러내듯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걱정을 수시로 불러일으켜 그 걱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심리학 용어다. 걱정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실제로 일어난다 하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치 요술과도 같다는 점에서 요술 램프에 비유된다.

램프증후군은 의학적으로는 '범불안장애(汎不安障碍, GAD)'에 속하는 정신과적 질환으로 분류된다. 범불안장애라는 의학적 진단명에서 알 수 있듯이 램프증후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증상을 의미한다. 사서 걱정하는 불안은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복잡해진 사회구조가 미래에 대한 예측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심화되었다.

이렇게 과잉근심사회, 불안사회에 들어서면서 현재보다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접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防禦機制, Defence mechanism)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예측하는 램프증후군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이다.

램프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사소한 일에도 걱정하고 고민하다 삶의 에너지마저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램프증후군을 두고 적정한 불안이 긴장감을 자극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존재한다.

사그러들 것같던 코로나19가 재확산되어 땀띠나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자니 짜증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하필이면 이때 정부가 의료격차를 줄인다는 이유로 공공의대 설립과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입학정원을 늘인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사단체의 즉각적인 반발로 혼란과 국민들의 불편이 빚어졌다.

요즘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19 때문에 국민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판에  정부와 의사들의 행태는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했다. 

의료인들의 파업은 일반 근로자들의 파업과 다르다. 일반 근로자들의 파업은 대부분 특정기업을 상대로 하지만 의료계는 전국민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칼자루(메스)를 쥐고있는 집단이 자기이익만 챙긴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여야와 의료협회가 법안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기로 합의했으니 정말 다행이다. 더 이상의 혼란과 고통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미드라쉬(Midrash)에 나오는 귀절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코로나19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마리아사랑넷 캡처)

우리 민족은 고난극복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다같이 노력한다면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민족이 바로 우리 대한국인(大韓國人)이다.

요즘 우리의 자랑스런 젊은이들 방탄소년단(BTS)도 이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So I'ma light it up like dynamite (다이너마이트처럼 오늘밤을 밝혀줄께요)/ Ladies and gentlemen, I got the medicine, so you should keep eyes on the ball(신사숙녀 여러분, 고민은 제게 맡기고 하시는 일에 열중하세요)'

유대인의 성경 주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에도 이런 귀절이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35길 93, 102동 434호(신천동, 더샵스타리버)
  • 대표전화 : 02-3775-4017
  • 팩스 : -
  • 베트남 총국 : 701, F7, tòa nhà Beautiful Saigon số 2 Nguyễn Khắc Viện, Phường Tân Phú, quận 7, TP.Hồ Chí Minh.
  • 베트남총국 전화 : +84 28 6270 1761
  • 법인명 : (주)인사이드비나
  • 제호 : 인사이드비나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16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14
  • 발행인 : 이현우
  • 편집인 : 장연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진
  • 인사이드비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인사이드비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sidevina@insidevina.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