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17) “전재산 사회환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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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17) “전재산 사회환원하겠다”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0.09.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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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양양 창업자 유일한 박사 유언장의 울림 ‘노블레스 오블리주
- 장남엔 “대학 졸업시켰으니 자립”, 한 푼 안 남겨…딸도 전재산 기부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는 소유주식 전부를 사회공익법인에 기증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한 경제인으로 존경받고있다. (사진제공=권오용)

“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1971년 4월8일 공개된 유한양행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의 사후 유언장은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유 박사는 1971년 3월11일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유 박사는 유언장에 “내가 모은 재산은 모두 여러 사람을 위하는 일에 쓰여야 한다”면서 “내 소유인 유한양행 주식 14만941주(당시 시가 2억2500만원) 전부를 사회공익법인인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현 유한재단)’에 기증함으로써 뜻있는 사회사업과 교육사업에 쓰도록 하라”고 밝혔다.

특히 장남에게는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가라”고 당부하며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유일한 박사는 또 사후 유언장에서 딸 유재라 여사에게 다음 글을 남겼다.
“유한공고 안에 있는 묘소와 주변 대지 5000평을 상속한다. 그 땅을 ‘유한동산’으로 꾸미고 결코 울타리 따위를 치지 마라.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해 티없이 맑은 어린 학생들 정신에 깃든 젊은 의지를 지하에서나마 더불어 보고 느끼게 해 달라.”

유일한 박사는 ‘자신은 빈손으로 떠나가나 유한양행은 사회의 것으로 남기고 싶다’는 신념을 그대로 실천했다. 세상을 떠난 뒤 유일한 박사의 유품을 정리해보니 구두가 두세켤레, 양복도 두세벌 밖에 없었다. 더위가 심한 여름에도 에어컨이 설치된 차를 타기 꺼렸다고 전해진다.

유 박사는 말로만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인생을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며 살았고, 그의 삶은 우리나라 모든 기업인에게 모범과 귀감이 되는 삶이었다.

유일한 박사 사후 공개된 유언장. 장남에게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가라”고 당부하며 한 푼도 물려주지 않는 등 재산의 사회환원을 실천하는 내용을 담은유언장은 당시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사진제공=권오용)

유일한 박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실현)’는 자신에게서 그치지 않았다.  딸인 유재라 여사는 1991년 타계했는데, 유 여사도 본인이 갖고있던 회사 주식 등 200억원에 달하는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며 아버지가 세운 유한재단에 헌납했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가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1926년 설립한 제약회사다. 그 스스로가 항일 무장투쟁에 뛰어들 정도로 강했던 애국심이 창업정신이자 기업문화였다. 유한양행의 임직원들은 ‘가장 좋은 상품의 생산, 성실한 납세,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실천 노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 바로 유일한 박사였다. 유 박사의 기업설립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동시에 기업활동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그 이윤으로 민족의 장래를 결정할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유 박사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그는 기업을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의 소유로 생각했으며, 기업은 사회의 이익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임을 누차 강조하곤 했다.
 
유한양행은 1939년 국내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을 경영하던 1960년대 당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장남 유일선씨를 ‘경영의 대물림을 막는다’는 이유로 1968년 해고했다. 유한양행은 이듬해인 1969년부터 현재까지 50년 가까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고, 단지 그 관리만을 기업인이 할 뿐’이라는 신념 속에서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임을 항상 강조했다.

지금으로 치면 대기업이지만 유한양행은 흔한 정치스캔들에도 연루된 바 없었다. 서슬퍼런 자유당 시절에도 정치자금 요구엔 일절 응하지 않고 요구받은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세금으로 냈다. 정부 사업에 도움을 주더라도 부정은 거부하겠다는 신념을 보인 셈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자인 유 박사의 이 같은 신념을 핵심가치로 삼고 오늘날까지 이를 계승・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제약사 본연의 업무인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통해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코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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