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9) 强弩之末(강노지말), 枉己正人(왕기정인)
상태바
[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9) 强弩之末(강노지말), 枉己正人(왕기정인)
  • 이형로
  • 승인 2020.10.19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노지말…아무리 강한 세력도 시간 흐르면 쇠퇴하기 마련이라는데
- 임기 1년6개월 남은 현정부, 역대정권과 비교하면 이채로워…야당 복 때문?
- ‘자신은 올곧게 처신안하면서 남에게는 바르게 살라’…야당, 왕기정인 뜻 새겨보길
청곡(晴谷) 박일규 작 '强弩之末(강노지말). 강한 쇠뇌로 쏜 화살도 사정거리 끝에 이르면 비단 천조차 뚫을 수 없다는뜻으로 아무리 강한 힘과 세력도 시간이 흐르면 쇠퇴하기 마련이라는 비유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9일까지로 1년6개월 정도가 남았다. 역대 대통령은 이쯤 되면 초기의 힘을 잃고 서서히 레임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40%를 상회하고 있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이채로운 현상이다. 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초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하여 한(漢)나라를 창업한 유방(劉邦)이었으나, 해마다 추수철이 되면 만리장성을 넘어와 닥치는대로 약탈해가는 북방의 흉노족은 큰 골칫거리였다. 7대황제 무제(武帝, B.C.141~B.C.87)때에 이르러 국력이 강해지자 흉노족 정벌논의가 시작됐다.

변방에 주둔했던 경험이 있어 흉노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던 왕회(王恢)는 이 기회에 군사를 일으켜 오랑캐를 정벌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어사대부 한안국(韓安國, 자는 長孺, ?~B.C.127)은 "수천 리나 되는 먼 거리를 이동하며 정벌한다면, 병사들과 말이 지치게 되어 결국은 오랑캐들을 이롭게 만드는 것“이라며 아직 때가 이르다고 반대했다.

彊弩之極 矢不能穿魯縞(강노지극 시불능천노호)
衝風之末 力不能漂鴻毛(충풍지말 역불능표홍모)

‘강한 쇠뇌로 쏜 화살도 멀리 날아가면 노나라에서 만든 얇은 비단조차 뚫을 수없고, 세찬 바람도 마지막에는 깃털조차 움직일 수 없도록 힘이 줄어든다‘. 한안국은 이렇게 말하며 흉노족의 힘이 약해질때까지 기다리는게 낫다고 주장했다.

사기(史記) 한장유열전(韓長孺列傳)에 실려있는 한안국의 일화다. 이와 비슷한 내용이 한서(漢書)에도 실려있다. 강노지극(彊弩之極)이 ‘강노지말(强弩之末)’이란 표현으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사자성어로 전해지고 있다.

강노지말이란 '아무리 강한 장력의 쇠뇌에서 발사한 화살이라도 사정거리 끝에 이르러서는 비단 천조차 뚫을 수 없다'는 의미다. 아무리 강한 힘이나 세력도 시간이 흐르면 쇠퇴하기 마련이라는 비유의 말이다.

문재인 정권도 이제 힘이 다한 화살처럼 지지도가 떨어져야 정상인데 오히려 힘을 받고 있다. 이는 누군지, 어떤 집단이 동력을 불어넣어 주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 8•15 광복절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하여 보수단체들의 광화문 집회를 말렸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그 집회로 말미암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10월3일 개천철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를 막기위해 설치된 경찰차벽.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대를 차단하기위해 설치된 '명박산성'에 빗대 '재인산성'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나 여론은 정부의 차단조치보다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하려한 주최측에 대한 비판이 우세했다.

그러자 보수단체는 정부가 광화문 집회를 빙자하여 코로나19 확산을 자기들에게 뒤집어 씌웠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집회의 당위성은 여론에 묻혀 버리고, 정부에 그러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국민의 힘은 그들과 분명한 선을 긋기는 커녕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직접 시위에 참가하여 독려하기도 했다.

보수단체는 그때 정부에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개천절과 한글날에도 집회를 한다고 신고했다. 그러자 정부에선 도심 불법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차벽으로 이른바 ‘재인산성’을 쳤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경찰의 차벽 전술이 처음 등장한 것은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인 미순이가 희생되어 시민들이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던 2002년이다. 2008년 6월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막기위해 경찰은 차벽과 컨테이너를 동원한 ‘명박산성’을 구축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사와 2015년 열린 민중총궐기집회에도 차벽이 등장했다.

그러다 2020년 개천절•한글날 집회에 사상 초유의 사태인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이유로 또다시 경찰차벽과 명박산성이 재인산성으로 소환됐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시위는 자신들의 주장을 정부나 국민들에게 어필하려는게 가장 큰 목적이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추종자들에게만 받아들여지고 중도층 시민들에게 외면당한다면 그 시위는 안하니만 못하다.

맹자 만장(萬章)편에는 '왕기정인 욕기정세(枉己正人 辱己正世)'란 경계의 말이 있다. '왕기정인'이란 자기자신은 올곧게 처신하지 못하면서 남들에게는 바르게 살라는 자를 말한다. '욕기정세'는 자기자신은 욕먹을 짓을 하면서 세상은 바로 세워야 한다고  부르짖는 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대정부 질문할 때 보면 바로 이런 꼴이다. 자기 자식의 잘못은 덮어두고 상대방 자식을 물고 늘어지는 자, 현역시절 조작사건을 주도한 당사자가 조작을 거론하며,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한 자가 그 정책을 질타하며, 검증되지 않은 기사로 윽박지르는 자, 세계가 인정한 K-방역을 정치방역이라 우기는 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를 견제하며 잘못된 정책을 질정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야당이라면 당연한 해야할 임무요 책무다. 그런데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으로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조건적인 비판이라면 상대방이나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야당에는 그럴듯한 인물이 그렇게 없단 말인가. 같은 내용물에 포장만 바꾸면 신상품이 되는가.

진보의 장점이 다양성이라면 보수의 장점은 전문성을 꼽을 수 있다. 정부•여당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보수 정당의 장점을 살려 더욱 정교하고 치밀한 정책을 제시하면 된다. 쓸데없는 비난으로 일관하여 사사건건 정부나 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되겠는가.

현재 우리나라 정당 지지율을 대강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 약 35%, 국민의힘 25% 그리고 군소정당이 약 10%라 한다면 나머지 30% 정도가 중도층이다. 현재 여야를 지지하는 이들은 자기가 선호하는 정당이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한 바뀌지 않을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문제는 중도층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도층을 얼마나 얻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 중도층은 야당인 국민의힘에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나 여당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판단을 하지만 야당자체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판단은 커녕 관심조차 없다. 정부•여당이 잘해서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하는게 아니라 야당이 기본적인 역할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 정부와 여당은 야당 복(福)은 타고 났다.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회쳐먹고, 찜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는다'라는 기막힌 글을 올렸던 야당 인사는 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막말로 여론의 뭇매와 함께 자기 당의 지지표를 자신이 표현대로 발라먹었다.

필자도 그의 표현을 빌려 한마디 해본다. 야당도 이왕 우려 먹으려면 좀 더 그럴듯한 건더기를 가져다 삶아라. 소 한마리 들어갈 가마솥에 겨우 닭발 몇개 넣고 아무리 불을 지펴봐야 진국이 우러나지 않는다. 적어도 소갈비 한짝 정도는 삶아야 찜쪄먹고 뼈까지 발라 먹을게 아닌가.

찜쪄먹고 발라먹을 건더기가 없다면 그 시간에 정책개발이나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성의와 실력조차 없다면 차라리 정부•여당이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보면 어떤가. 그러면 혹시 중도층의 동정표라도 얻지 않을까. 야당의 뻘짓이 애처로워서 하는 고언(苦言)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35길 93, 102동 434호(신천동, 더샵스타리버)
  • 대표전화 : 02-3775-4017
  • 팩스 : -
  • 베트남 총국 : 701, F7, tòa nhà Beautiful Saigon số 2 Nguyễn Khắc Viện, Phường Tân Phú, quận 7, TP.Hồ Chí Minh.
  • 베트남총국 전화 : +84 28 6270 1761
  • 법인명 : (주)인사이드비나
  • 제호 : 인사이드비나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16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14
  • 발행인 : 이현우
  • 편집인 : 장연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진
  • 인사이드비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인사이드비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sidevina@insidevina.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