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1) 皮裏陽秋(피리양추), 皮裏春秋(피리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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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1) 皮裏陽秋(피리양추), 皮裏春秋(피리춘추)
  • 이형로
  • 승인 2020.11.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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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 속의 (공자의) 춘추 경전…겉으로는 가만있지만 마음속에 시비구분 분명
- SNS세상, 넘치는 글과 댓글…똑똑한 우리국민, '말을 안한다고 생각이 없을까'
皮裏陽秋(피리양추)는 몸 속의 춘추라는 말로 겉으로는 잘잘못을 가리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시비구분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SNS 글과 댓글이 넘치는 요즘 곱씹어볼만한 글귀다.

가을빛 깊어가며 겨울의 들목인 입동(立冬)도 지나 경자년(庚子年)은 저물어간다. 정동길 봄이면 연초록 새싹, 가을이면 샛노란 은행나무 단풍을 즐기며 출퇴근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정동길은 변하지 않아서 좋다.

그동안 버스로 출퇴근해서 좋은 점은 차 안에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에는 주로 책 원고를 다듬거나 참고 자료를 검색하며 보냈는데, 칼럼을 연재한 후로 한 가지가 늘었다. 뉴스를 검색하는 일이다. 우리를 즐겁게하는 뉴스는 뭐가 있을까, 또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개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짜고짜 육두문자로 시작해서 육두문자로 끝나는 댓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피력한다. 위트와 유머를 섞은 짧은 댓글이지만 그것을 읽는 이들에게 웃음은 물론 자신의 의견까지 충분히 어필하는 글도 있다.

위트와 유머는 주변국인 중국이나 일본에선 찾아보기 힘든 우리 국민들의 전매특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관해 관심도 많다. 지난주 몇가지 뉴스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1.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전남 광양 역사문화관 인근 상인들 소녀상 이전을 요구. 소녀상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에 차질을 빚어(9일자 노컷뉴스)
댓글(1); 앞으로 광양에 절대로 관광가지 않겠다에 한표!
대댓글; ①매화축제 오면 쥑이 삔다. ②광양이 원래 관광지역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극단적으로 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갈라치기밖에 안된다.
댓글(2);기자양반, 재생사업 차질 빚는다는데 기사에 그 내용은 없네요?
댓글(3); 상권과 소녀상이랑 뭔 상관이람?

2. 주한독일대사 "소녀상은 표현의 자유…기분나빠도 받아들여야“
- 일본 항의로 철거위기 처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접근해야(15일자 연합뉴스)
댓글(1);소녀상이 기분문제냐?
대댓글;①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보라. ②손가락을 보지말고 달을 보라.
댓글(2);기분 나빠할게 아니구여, 반성하라는 겁니다!
대댓글;①반성은 빈약한 나라로 만든 조선정부와 국민들이 해야하는게 아닌가?
②그러면 유태인이 독일에게 당한것도 빈약했던 유태인이 반성해야겠네?

3. "유니클로에 줄선 개돼지", "반일선동이 더 개돼지" 불매 1년의 두 얼굴(8일자 조선일보)
댓글(1); 개돼지 맞음.
대댓글; ①현실성없이 반일정서에만 기댄 정부, 여당의 싸구려 대중선동이 더 맞는 말 같다.   ②불매운동을 정부•여당에서 주도했냐? 
③당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개돼지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하나가 돼야 이깁니다. 이런 식의 파괴적인 말은 국민 분열만 있을뿐 저들이 바라는 것이죠.
댓글(2); 선정적 제목으로 국민 이간질시키지 마라.

4. "유니클로 개돼지들" 日 불매운동 강요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14일자 아시아경제)
댓글(1);생각좀 하고 살아라. 일본 불매가 강요냐?
대댓글;①선택적 불매운동하는 것들이 ㅋㅋ
②어휴, 오지랖 넓은 집단주의자들!
③니네 집엔 일제 하나도 없다 자신하냐?
④정말 생각없는 댓글이 넘쳐나네요.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에서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날치와 MB규어스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5. "BTS 조회수 안부럽소"..'이날치' 한류 영상, 3억뷰 넘었다(11일자 아시아경제)
댓글(1);우리 마당놀이 판소리 제대로 번역해서 알리면 누군들 배꼽 잡고 넘어갈 것. 이게 진짜 우리 문화지!
대댓글;①BTS도 우리 문화임.
②판소리도 중국꺼라고 덤벼들 듯~
댓글(2);이날치와 MB규어스의 콜라보도 흥겹고,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신선하고 잼나다.
대댓글;①MB규어스의 콜라보는 환상적입니다. 흥의 끝을 보는듯. 그나저나 우리 가카 MB는 17년동안 건강하셔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6. 서민 "국민 똑똑치 않아..'文•조국 잘생겨서' 맘카페 지지도 높아"(13일자 헤럴드경제)
댓글(1);그저 웃지요
대댓글;①외모 콤플렉스 있으신가봐요?
②생긴것 가지고 당신이 먼저 말했으니 한마디. 생긴대로 논다는 말이 틀린말은 아닌 듯.
③잘 생긴건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지지? 국민이 진짜 바보냐?
댓글(2);오세훈, 홍정욱, 김태호도 얼굴 괜찮은데...
대댓글;①심은하 남편도 추가요
②나경원도 괜찮자너
③황교안도 나쁘진 않지
④맘카페 가만히 있을꺼야?
댓글(3);국민들이 당신보다 낫다.
대댓글;①서민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지?
②모든 국민을 기생충이라 안한것이 다행인가?
③서민 교수 말이 맞구만 아닌척 하기는. 니들은
책이나 읽냐?
④책 많이 읽는 나는?

피리춘추(皮裏春秋), 또는 피리양추(皮裏陽秋)란 말이 있다. 진서(晉書) 저부전(褚裒傳)에서 진(晉)나라 강제(康帝)의 장인으로서 학문과 품행이 뛰어난 저부(褚裒, 303~350)의 사람 됨됨이를 표현한 말이다. '가죽 속 춘추' 즉 '몸속의 춘추'라는 뜻으로, 겉으로는 잘잘못을 가리지 않는 사람도 마음속으로는 시비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음을 일컫는 말, 다시말해 ‘말을 않는다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는 의미다.

본래 '피리춘추'라는 말이 '피리양추'로 바뀐 까닭은 피휘(避諱) 때문이다. 진나라 간문제(簡文帝)의 모친 정태후(鄭太后)의 아명인 아춘(阿春)을 피하여, 春을 같은 의미의 陽으로 바꿔 썼기 때문이다.

피휘(避諱)는 기휘(忌諱)라고도 하는데 문장에서 군주나 조상 등의 이름(諱)자가 나타나면 삼가는 뜻을 표하기 위해, 의미가 통하는 다른 글자로 대체하거나 획의 일부, 혹은 피휘한 글자를 통째로 생략하기도 하였다.

피휘의 유형으로는 군주의 이름을 피하는 국휘(國諱), 집안 조상의 이름을 피하는 가휘(家諱), 성인의 이름을 피하는 성인휘(聖人諱), 그리고 심지어 원수지간인 사람의 이름을 피하는 원휘(怨諱)도 있었다.

예를들면, 고대 제왕은 매해 첫째 달에 문무백관들의 신년하례를 받으며 향후 일년의 정사(政事)를 결정했다. 그래서 첫째 달을 '정월(政月)'이라 했으나, 진시황 때 그의 이름 영정(嬴政)을 피휘하여 정월(正月)로 바꿔부른 후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다.

당나라 때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의 世자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그 글자를 빼고 관음보살(觀音菩薩)로 부르게 되었으며, 6부의 하나인 민부(民部)도 역시 이세민의 民자를 피하여 호부(戶部)라 고쳤고 이는 조선시대까지 전래됐다.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춘추. 오경(五經)의 하나인 춘추는 편년체 사서로 공자는 사건이나 인물을 예와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이념으로 비판 평가하며 서술했다.

춘추(春秋)는 유가의 기본경전인 오경(五經)의 하나로 최초의 편년체 사서다. 노나라 은공(隱公) 원년으로부터 애공(哀公)14년까지의 12대 242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본래는 단행본이었지만 지금은 주석서인 춘추삼전(春秋三傳: 공양전 公羊傳, 곡량전 穀梁傳, 좌씨전 左氏傳)의 부속형태로 전하고 있다.

주나라 시대에 각 제후국에서는 각기 역사를 기록했는데 진(晉)나라에서는 승(乘), 초나라에서는 도올(檮杌), 노나라에서는 춘추(春秋)라 불렀다. 춘추라는 말은 춘하추동의 줄임말로 일년이라는 뜻인데, 공자가 지었다고도 하고 또는 노나라의 사관이 기록한 책을 공자가 독자적인 역사의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필삭을 가했다고도 한다.

춘추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며, 춘추의 경문 속에서는 사건이나 인물이 공자가 강조한 예(禮)와 명분을 중시히는 정치이념 아래 비판 또는 평가되고 있다. 즉 춘추는 사건에 의탁해 포폄(褒貶)으로 대의명분을 피력한 책이며, 후대에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 일컬어지는 공자의 독특한 미언대의(微言大義; 짧은 말 속의 큰 의미)가 경문전체에 일관하고 있다.

유가 가운데 춘추에 관해 처음 언급한 사람은 맹자다. 그는 임금이나 아비를 시해하는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배출되는 혼란기에 명분을 바로잡고 인륜을 밝혀 세태를 바로잡고자 공자가 춘추를 지었다고 했다. 순자는 최초로 춘추를 경(經)으로 격상시킨 인물이다.

2017년 여름 중부권 폭우 때는 관측이래 최대의 물난리가 나서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었다. 이때 충북의 도의원들이 외유를 갔다는 비난을 받자, 당시 여당의 모 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민을 집단 익사를 하는 설치류인 레밍(lemming, 나그네쥐)에 비유하여 비난을 받았다. 즉 우리나라 국민들은 줏대없이 군중심리에 쉽게 휘둘린다고 한 것이다.

그는 한미연합사령관을 역임한 존 위컴이 1980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은 레밍과도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따를 것이다"라 한 말을 소환한 것 같지만, 당시 위컴의 이 발언은 신군부를 지지하는 한국인들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한 말로 앞의 도의원의 뜻과는 결을 달리한다.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를 선도하고 있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의 국민들이 개돼지일리도 레밍도 더군다나 모 교수가 말하듯이 바보는 더욱 아닐 것이다. 각자의 몸속에는 적어도 '춘추' 한 권씩은 품고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오늘 아침에도 국민들의 댓글은 활기차기만 하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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