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2) 대입수능과 磨斧作針(마부작침), 舍人從蛙(사인종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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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2) 대입수능과 磨斧作針(마부작침), 舍人從蛙(사인종와)
  • 이형로
  • 승인 2020.11.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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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안전하게 잘 치르기를 기원…혹시 기대밖 결과 나와도 좌절말아야
- ‘도끼를 갈아 바늘 만든다’는 마부작침…끝없는 노력의 중요성 강조
- ‘뱀에게 개구리 던져 사람 구한’ 사인종와 일화…지식보다 지혜의 힘
서영근의 작품 마부작침과 지당 이화자의 작품 마부위침.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끝없는 노력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봄꽃만큼이나 화려하던 단풍잎은 어느덧 낙엽이 되어 찬바람에 흩어졌다.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도 지났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자 팬데믹 코로나19는 전 세계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9일 사실상 2.5에 준하는 단계로 격상시켰다. 이는 하루 평균 500명이 넘는 확진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12월3일에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때문이기도 하다. 수능은 코로나19로 이미 연기된 상태여서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돼도 3일 예정대로 치른다는게 당국의 방침이다.

코로나19로 학교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시험을 봐야 하는 수험생,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수험생 모두 안전하게 시험을 잘 치르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동안 준비를 소홀히 했거나 혹은 실수로 기대했던 점수가 안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번의 시험을 망쳤다고 좌절하기에 우리 인생은 그리 짧지 않다.

요즘 대부분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 남들이 학원을 보내니 우리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혹시라도 그들에게 뒤쳐지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하는 학부모들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사찰 법당에서 기도하는 학부모들.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지는 시험에서 수험생 모두 안전하게 치르고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혹시라도 기대밖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마부작침의 의미를 새겨보며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선 정조 임금 때 좌의정을 지낸 김종수(金鍾秀, 1728~1799)는 '보리밥 정승(麥飯政丞)'이란 별명에 걸맞게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당폐(黨弊)를 일으켰다는 죄목으로 경상도 기장으로 귀양가서 그곳 이방 집에서 한 해 여름을 지내게 되었다.

하루는 그가 마루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난데없이 독사 한 마리가 배 위로 기어올라와 똬리를 틀었다. 그것을 보고 기겁을 한 사람들은 우왕좌왕 붉은 혀를 낼름거리는 독사만 쳐다보고 있었다. 당사자를 깨우면 놀라 몸을 움직일테고, 그러면 독사가 놀라 물게 될 것이 뻔했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데 이방의 어린 아들이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가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왔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뱀 곁으로 다가가 개구리를 던져놓는게 아닌가. 그러자 독사는 폴짝폴짝 뛰어 달아나는 개구리를 잡아 먹으려고 김종수의 배 위에서 재빨리 내려왔다.

어린아이의 지혜가 어른의 생명을 구해낸 것이다. 이 일화가 국조인물고(國朝人物考)에 전해지는 '개구리로 생명을 구하다'라는 와이구명(蛙以求命), 혹은 독사가 '사람을 버리고 개구리를 쫓아가다'라는 사인종와(舍人從蛙)라는 일화다.

어린 시절 필자는 방학이 되면 그날로 책가방 싸서 시골 외가로 줄행랑쳤다. 서울에서만 자란 필자가 시골생활을 직접 체험한 행복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사인종와(舍人從蛙) 일화에서 우리는 이방 아들의 지혜가 어디서 기인했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나 학원의 주입식 교육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직접경험에서 얻은 지혜다.

한번의 직접경험은 열번의 간접경험보다 낫다. 그러니 방학 때만이라도 1~2주는 아이들을 시골에 풀어 놓자. 상황이 안된다면 체험학습이라도 보내자. 정 그것도 안된다면 다양한 주제의 책이라도 읽게 하자.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 패턴에선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지 않는다.

지혜는 암기식 지식과 달라서 성인이 되어서는 그 폭을 넓히기 어렵다. 공자는 마흔 살을 불혹(不惑)의 나이라 했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잠든 사람 배위에 똬리를 튼 독사에게 개구리를 던져 목숨을 구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사인종와. 지식보다는 지혜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말이다.

마부작침(磨斧作針) 또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이란 말이 있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목적하는 바를 이룬다는 의미다. 북송의 구양수(歐陽修,1007~1072) 등이 편찬한 신당서 문예열전(新唐書 文藝列傳)의 이백전(李白傳)과 축목(祝穆, ?~1255)이 지은 방여승람(方與勝覽)의 마침계(磨針溪)편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바로 시선 이백(李白, 자는 太白, 701~762)의 어렸을 때 이야기다. 그는 한때 미주(眉州) 땅의 상의산(象宜山)에 은거한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수학하고 있었다. 어느 날 공부에 싫증이 난 그는 스승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산을 내려오고 말았다.

산길을 따라 쫄래쫄래 내려오고 있던 이백이 냇가에 이르자 한 할머니가 바위에 도끼(방여승람에는 쇠공이[鐵杵])를 열심히 갈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백이 그 할머니에게 묻자, '바늘을 만들려고 도끼를 갈고 있다'라는 대답이다.

이백은 할머니의 말에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꾸짖듯이 말했다. "도중에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 도끼로 바늘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란다."

이 말을 들은 이백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다시 산으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해서 학업을 마쳤다. 후에 이백이 시선이라고 불리며 추앙받게 된 것은 이때의 경험과 깨달음이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마부작침과 비슷한 뜻의 사자성어로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십벌지목(十伐之木), 깃털도 그 양이 많이 쌓이면 배도 가라앉힌다는 적우침주(積羽沈舟), 우직하게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한석봉과 떡 써는 어머니 버전이 전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공을 쌓아 오던 일이 허사가 된다는 '십년공부 도로 아미타불'이란 우리나라 속담이 있지만, 이는 옛날 과거시험에나 적용되던 말이다. 십여년 공부해서 3년에 한 차례 치루는 식년시(式年試)에 낙방하면 다시 3년을 기다려야하니 생긴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올해의 수능성적이 좋지 않으면 1년 후에 다시 기회가 있지 않은가. 원하던 대학에 가서도 취직시험 준비로 1~2년 휴학하는게 요즘이다. 그러니 올해 수능성적이 좋지 않다고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필자의 은사이신 동양철학자 김충렬(金忠烈, 1931~2008) 전 고려대 교수는 중국철학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동양철학 전반을 현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분이다. 선생은 수업시간에 우리들에게 누차 말씀하셨다. "여러분이 평생 하루평균 3시간씩 공부한다면 대학자가 될 수 있다."

비록 선생은 학자를 집어서 언급하셨지만, 이는 모든 방면에도 적용될 말씀이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평생 하루에 3시간씩 공부해서 그 방면의 대가(大家)가 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보통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한때 학교 공부를 잘해 이른바 SKY대학을 졸업했다는 판검사 출신 정치인들의 작태를 보면 가관이 아니다. 매스컴의 관심을 받아보겠다고 일부러 '어그로' 끄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간혹 무지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 있다. 이는 판검사로 임용된 이후 그 자리에 스스로 만족해서 더 이상 공부를 안한 결과다.

만일 당신이 학부모라면 어떤 자식을 원하겠는가? 자신이 무지한 줄도 모르고 목에 힘이나 주고 사는 사람과 지혜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서 선택한다면 말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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