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4) 我是他非(아시타비), 送故迎新(송고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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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4) 我是他非(아시타비), 送故迎新(송고영신)
  • 이형로
  • 승인 2020.12.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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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로남불’ 만연했던 한 해…묵은 해와 함께 보내며 버리고
- 새해에는 ‘내탓이요’ 기운 널리널리 퍼지기를 염원
이상만의 작품 '送舊迎新(송구영신)'과 정상옥 전 동방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작품 '我是他非(아시타비). '내로남불'이 만연했던 묵은 해를 보내며 새해에는 '내탓이요' 기운이 사회에 가득하기를 염원해본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에 송고영신(送故迎新)이란 말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에선 송고영신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으로 많이 쓰고 있다. 올해는 송구영신의 마음이 정말 간절하다. 묵은해를 빨리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절실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 해마다 연말이면 쓰는 표현이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그렇지 않은 해가 있겠냐마는 특히 올해는 그 표현이 피부는 물론 뼛속까지 파고든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한해를 관통하며 고통을 줬다. 거기다 시도때도 없이 불거졌던 조국사태 여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등은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을 더 짜증나고 힘들게 만들었다.

송고영신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후한(後漢) 반고(班固, 32~92)의 한서 왕가전(漢書 王嘉傳)이다. 왕가(王嘉, ?~B.C.2)는 강직한 성격으로 의롭다 여긴 일은 과감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여 뭇사람들의 신망을 얻었으며 서한(西漢) 13대 황제인 애제(哀帝)에 의해 재상으로 발탁되었다.

애제는 동현이란 미소년을 총애하여 동성애를 의미하는 단수지폐(斷袖之嬖)란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동현을 가까이 두고 정사를 돌보지 않는 애제에게 왕가는 상소문으로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吏或居官數月而退 (이혹거관수월이퇴)
送故迎新交錯道路 (송고영신교착도로)

"관리가 몇 개월만 직책에 있다가 물러나도,
옛 사람을 보내고 새 사람을 맞이하느라 도로는 서로 뒤섞여 혼잡할 지경이었습니다"

이처럼 송고영신이란 처음에는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지금과 같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라는 의미로 쓰인 것은 오대말 송나라 초기의 저명한 학자이자 서예가인 서현(徐鉉, 916~991)의 시 제야(除夜)에서 비롯한다.

寒燈耿耿漏遲遲 (한등경경루지지)
送故迎新了不欺 (송고영신료불기)

"한겨울밤 등불은 깜빡깜빡 물시계의 시간은 더디 가건만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 일은 어김이 없구나"

누군들 한 해를 무작정 보내고 싶어서 보내겠는가. 우리 인간세와는 상관없이 서두름도 게으름도 없이 늘 일정한 속도로 가는 것이 시간이요 세월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물시계의 물방울도 천천히 떨어지고, 시계 바늘도 매우 더디게 간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 흐르는 물, 아니 총알보다 빨리 달아나는 녀석이 시간이요 세월이다.

청곡 박일규의 오월동주 작품과 중국작각 김흠파의 동주공제 작품.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다가도 위난을 당하면 힘을 합쳐 극복한다는 의미다.

전국교수협의회는 올 한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정치권에서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관용구로 쓰이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을 한자로 옮긴 순국산 사자성어다.

교수들은 올해 코로나19의 3차확산 등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정치•사회적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로남불의 태도로 일관한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심리학과의 정태현 교수는 "소위 먹물깨나 먹고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의 어휘 속에서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따뜻한 충고, 그리고 상생의 소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최재목 철학과 교수도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확산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며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가 선정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교수들은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새로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함께 죽는다. 서로 내로남불을 외치다 공명조처럼 공멸하는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지금의 소주(蘇州) 지역에 둥지를 튼 오(吳)나라와 절강(浙江) 지역을 본거지로 한 월(越)나라는 누대에 걸쳐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 사이였다.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고사성어가 전해질 정도다.

불공대천의 원수지간이었던 그들도 위난을 당하자 일단 협력하여 그 상황을 벗어났다. 거기서  '오월동주(吳越同舟)'와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한다.

어느 해 두 나라는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는 배가 부족하여 두 나라 사람들이 배를 같이 타는 일도 있었다. 배가 강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강풍이 불어닥쳤다.

當其同舟而濟遇風 (당기동주이제우풍)
其相救也若左右手 (기상구야약좌우수)

“그런 그들도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풍랑을 만나면
서로 돕기를 마치 좌우의 손과 같았다“

손자병법 구지편(九地編)에 실린 고사로 '서로 반목하면서도 같은 어려움과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협력한다'는 뜻이다.

자,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위급한 시기에 편가르기만 하며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다.

그 정도로도 모자라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국민들의 편가르기로 대한민국이란 배를 마구 뒤흔들고 있다. 전세계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이란 거센 폭풍 속에서도 서로의 탓만 하고 있다.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Mea culpa,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다)"

이는 천주교에서 미사드릴 때 참회의 고백을 하며 되뇌는 말이다. 라틴어 '메아 쿨파'에서 번역된 '내 탓입니다'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주먹 쥔 손으로 자기 자신의 가슴까지 두드리며 하는 참회의 말이다. 여기에는 '네 탓'은 없고 오직 '내 탓(Mea culpa)'만 있을 뿐이다.

중국 선종(禪宗)을 중흥시킨 6대조 혜능(慧能, 638~713) 선사는 일찌기 아시타비를 경계하는 무상송(無相頌)을 남겼다. 그 깊은 뜻을 새겨보며 경자년 묵은 해를 보내고 신축년 새해를 기다린다.

若見他人非(약견타인비)
自非却是左(자비각시좌)
他非我不非(타비아불비)
我非自有過(아비자유과)

“만약 남의 잘못만을 들추어 낸다면
오히려 자기의 잘못도 드러난다.
남은 잘못이고 나만 옳다고 한다면
잘못이라는 그것이 내 허물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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