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22)남극서 알프스까지 ‘K-푸드’의 대명사 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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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22)남극서 알프스까지 ‘K-푸드’의 대명사 신라면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1.02.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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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매출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식품업계의 반도체’ 별명도
- 신춘호 회장의 R&D집념이 성장원동력…경영일선 퇴진, ‘Mr. R&D’신화 계속될 것
농심 라면은 남극의 푼타아레나스에서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까지 세계 곳곳에서 팔리며 'K-푸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2조6000억원의 절반 가까운 1조1000억원이 해외매출이다. (사진=농심 홈페이지 캡처)

라면 한 박스로 필자의 면(面,얼굴)이 크게 선 적이 있다. 30년도 더 이전인 1987년, 독일 쾰른에서 석달간의 연수를 마친후 당시 도움을 줬던 유학생 몇명에게 농심 라면 한 박스를 이별 선물로 내 놓았다. 비싸기도 했지만 너무도 귀했던 라면이 박스채로 나오자 후배들은 환호하고 감동했다. 필자는 이 먼 곳까지 한국의 맛을 배달한 농심라면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K푸드’의 대명사 신라면은 신춘호 회장(92)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1965년 설립한 롯데공업의 소고기 라면이 효시다. 과거 김치를 통해 외국 여행중이나 체류중에 한국의 매운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면 이제는 라면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구촌 구석구석에 한국의 맛을 전하는 라면. 그 중심에 농심 신라면이 있다. 반세기 역사를 지닌 한국 라면은 이제 해외무대에서도 당당히 이름을 떨치고 있다. 신라면은 1986년 ‘깊은 맛과 매운 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농심의 야심작이다.

1985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선 농심은 이후 확고한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심 끝에 신라면을 출시했다. 핵심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 장국의 매운 맛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농심 창업자 신춘호 회장과 로고. '미스터 R&D로 불릴만큼 R&D에 대한 집념으로 오늘날의 농심이 있게 한 신 회장은 다음달 경영일선에서 퇴진한다.

신라면은 출시이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출시한지 3개월만에 30억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릴 정도였다. 이듬해인 1987년에는 180억원을 넘는 매출액을 올리며 국내 라면시장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했고, 지금까지 라면시장 부동의 1위 제품으로 군림하고 있다.

신라면은 국내의 인기를 발판으로 세계무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은 긴  설명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다. 이미 해외교포들이나 관광객들 사이에서 신라면은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리며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 대표 수출제품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그만큼 해외 각지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제품이자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외국에서도 누린다는 뜻이다.

신라면은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그동안 수출실적이 없던 이슬람국가,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몰라도 신라면은 안다’는 현지 외국인들의 말이다. 라면을 판다고 상상할 수 없는 지역에서까지 신라면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유럽 알프스 최고봉으로 해발 4000m가 넘는 스위스 ‘융프라우(Jungfrau)’. 신라면은 이곳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필수 먹거리로 통한다. 관광열차인 산악열차를 2시간 가량 타고 융프라우 정상에 서면 비로소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신라면컵’이 판매되는 전망대 매장이다. 융프라우 최고 별미인 신라면컵은 성수기 하루 판매량이 약 1000개에 이른다.

세계 최고봉이 모여있는 ‘히말라야’에서도 신라면을 찾을 수 있다.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나라 네팔이 대표적이다. 등산 마니아들이 한번쯤은 도전한다는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 여러 국가의 트래킹 족들이 산을 오르기 전 배낭에 챙기는 간식이 바로 ‘신라면컵’이다. 이제는 웬만한 트래커들의 필수품으로 통한다.

지구 최남단에는 ‘신라면집’이라고 불리는 라면가게도 있다. 남미 칠레 남쪽 끝 마젤란 해협에 위치한 인구 12만의 도시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와 더불어 지구 최남단 도시 타이틀을 달고 다니며 남극으로 가는 관문인 이곳에 한글로 ‘辛라면’ 간판을 단 라면가게 ‘신라면집’이 자리잡고 있다. 칠레를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다녀가면서 자연스레 붙여진 이름이다. 남극을 오가는 사람들과 칠레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꼽힌다.

K-푸드 ‘효자상품’인 신라면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65년 첫 라면의 생산과 함께 같이 시작한 것이 라면 연구소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연구개발(R&D)역량은 시장에서 압도하겠다는 창업자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집념의 소산이었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창업된 회사가 지난해 매출 2조6398억원, 영업이익 1602억원, 해외매출 1조1000억원으로 폭풍성장한 원동력도 Mr.R&D로 불리운 신춘호 회장의 연구개발에 대한 소신이었다.

국민을 배부르게 하고 세계 곳곳에 한국인의 맛을 알려준 신춘호 회장은 올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고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저멀리 스위스 융프라우에서부터 히말라야 산맥을 거쳐 지구 최남단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Mr.R&D, 신춘호의 신화도 물론 이어질 것이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코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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