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8) 보궐선거와 一丘之狢(일구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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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8) 보궐선거와 一丘之狢(일구지학)
  • 이형로
  • 승인 2021.02.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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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태의연한 흑색선전과 중상모략 어김없이 등장
- 한 언덕에 사는 오소리, 생긴 것 똑같아 구분 어려워…정치권 모습은 다른가
일구지학(一丘之狢)은 한 언덕에 사는 오소리라는 말로 냄새가 고약한데다 서로 똑같이 생겨서 구분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나 마찬가지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정치권의 모습은 이와 다를까?

설이 지나자 올해도 어김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설민심은 자기네 당에 기우러졌다고 한다. 수십년이 지나도 왜 그리 한결같은지 불가사의하다.

명절이 되면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로 가서 유권자들을 만나 표밭관리를 한다. 그리고 ‘민심’이라며 늘 소속당이 잘하고 있다며 상대당을 비난한다. 가소로운 일이다. 나라를 팔아먹는 것과 같은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지역구의 민심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라서 하는 말일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서는 후보자들끼리 토론회를 하고있다. 아니나 다를까 후보자들은 같은 당 혹은 동일한 목표를 가진 인물끼리도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 우선 내가 돋보이기 위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구태의연한 흑색선전과 중상모략(中傷謀略)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흑색선전이란 데마고그(Demagogue), 네거티브(Negative) 그리고 마타도어(Matador)를 꼽을 수 있다. 데마고그는 상대방에 대한 악의적 의도성도 있지만 주로 내부의 지지 결집을 위해 활용된다. 네거티브는 사실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부정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방법이며, 마타도어는 근거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방을 중상모략하는 행위를 뜻한다.

중상모략은 중상과 모략이란 단어의 합성어다. 중상이란 근거없는 말로 상대방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를 손상시킨다는 의미고, 모략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상대방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한•중•일 세나라에서 두단어를 함께 사용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런 중상모략의 흑색선전을 의미하는 마타도어는 투우경기를 마지막 마무리하는 주연 투우사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마타도르(Matador)에서 유래한다. '죽이다'는 의미의 스페인어 마타르(matar)의 명사형이다.

스페인의 투우에는 각각 역할이 다른 세 부류의 투우사가 등장한다. 먼저 말을 타고 등장하여 창으로 황소를 찔러 기운을 떨어뜨리는 피카도르(Picador), 그리고 장식이 달린 작살을 소의 어깨와 목에 꽂는 반데릴레로(Banderillero)가 등장한다. 이들이 소를 지치게 한후 마지막으로 멋지게 나타나는 주인공이 바로 마타도어다. 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잔뜩 흥분해서 돌진해 오는 황소의 심장에 정확히 칼을 꽂아 죽이는 것으로 경기를 마무리한다.

느닷없이 나타나 소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마타도어, 황소를 유인하는 붉은 망토인 물레타(muleta) 뒤에 날카로운 칼을 숨기고 있는 마타도어는 공작과 음모, 배신이 난무하는 정치판에 어울리는 말이다. 출처도 밝히지 않고 근거도 없이 상대방을 중상모략한다는 용어로는 이처럼 어울리는 말은 없을 듯 싶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는 자장이 공자에게 정치인이 갖추어야할 현명함에 대하여 묻고(子張問明), 공자가 답하는 대목이 실려있다.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明也已矣(침윤지참 부수지소 가위명야이의)'

'물이 서서히 젖어드는 듯 오랜기간 지속되는 비방과 살을 에는 듯한 직접적인 참소를 행하지 않으면 현명하다 할 수 있다'

우리 말에 '베갯머리 송사'라는 말이 있다. 부부가 함께 자는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살거리며 청하는 일을 뜻한다. 이 말을 국조인물고(國朝人物考)에서는 한자성어로 침변교처(枕邊敎妻)라는 말로 번역했다.

너무 고압적으로 가르치면 그 효과가 적으니 잠자리의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지금은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허구한 날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의 나쁜 점만을 자신의 지지자에게 속살거린다면 그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오소리 학(狢)자에는 담비(貂)라는 의미도 있다. 담비는 체취가 향기로우며, 예로부터 꼬리털로는 고급 붓인 황모필을 만들었고 모피는 호피만큼 선호하였다. 중상모략과 마타도어로 서로 물고 뜯으며 악취 풍기는 '오소리 학'이 아닌 향기나는 '담비 학' 의 정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이것이 바로 공자가 경계한 '침윤지참(沈潤之譖)'이요, 정치꾼들이 상대방의 나쁜 점만을 지속적이고 교묘하게 들추어내 비방하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또한 부수지소(膚受之愬)란 바로 단칼에 황소의 숨통을 끊는 마타도어라 할 수 있다.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상모략으로 말이다. 공자는 이런 행위를 벗어나야 비로소 현명하고 명철한 정치가라고 설파한 것이다.

한서 양운전(漢書 楊惲傳)에 '일구지학(一丘之狢)이란 말이 나온다. '한 언덕에 살고 있는 오소리'란 뜻이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족제비과의 오소리란 녀석은 생긴 것도 비호감인데 한 곳에 모여 살면 어느 놈이 어느 놈인지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할 수 없다. 그놈이 그놈 같다. 그나마 점잖은 표현으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의미다.

'개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되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다. 사람의 품성과 버릇은 웬만해서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청설모 털로 만든 청필(靑筆)이나 쥐의 수염으로 만든 서수필(鼠鬚筆)도 매우 좋은 붓이지만, 담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은 매끄럽고 탄력이 좋아 가성비 좋은 명품 붓으로 대접받았다.

이미 구정물이 흠뻑 밴 개꼬리 정치꾼들은 제쳐두고, 정치 신인이나 적어도 차차기를 노리는 정치인에게는 발상의 전환을 해보라 권하고 싶다. 중상모략이 3000여년전 공자 시대부터 이어온 우리 인류의 유서깊은(?) 무형문화유산이어서 지켜야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폐단이라 생각된다면 과감히 버려라. 그 대신 시종일관 상대방을 추켜세워봐라. 요즘은 예전하고 달라서 자판 몇번 두드리는 수고로 수십년 전의 일도 곧바로 소환할 수 있는 세상이다. 아직도 중상모략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결과는 유권자가 확인시켜줄 것이다.

오소리 학(狢)자에는 담비(貂)라는 의미도 있다. 담비는 냄새 고약한 오소리와 달리 그 체취가 향기로우며, 예로부터 꼬리털로는 고급 붓인 황모필을 만들었고 모피는 호피만큼 선호하였다. 정치 신인들여, 오소리 무리에서도 담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마시라.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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