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0) LH사태와 斷尾求生(단미구생), 雄鷄斷尾(웅계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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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0) LH사태와 斷尾求生(단미구생), 雄鷄斷尾(웅계단미)
  • 이형로
  • 승인 2021.03.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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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기위해 꼬리자르는 도마뱀, 아름다운 꼬리깃털 잘라내는 수탉
- 斷尾, 이유는 같지만 결과는 달라…도마뱀 위상추락, 수탉은 여전히 당당
- 여야 의원 땅보유 전수조사, ‘묘서동면(猫鼠同眠)’ 결과 안돼야
정부의 LH 임직원 투기의혹 조사는 야당으로부터 '꼬리자르기'라는 공격을 받았다. 도마뱀은 살기위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며(단미구생), 수탉은 제사의 희생물(犧牲物)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꼬리 깃털을 자른다(웅계단미)고 한다.

춘분이 지나 봄으로 들어섰건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와 불청객 황사•미세먼지로 봄을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의혹 사건이 불거지며 그나마 간간히 들리던 산수유, 매화 꽃소식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LH 비리사건에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때마침 4•7 재보궐선거와 맞물려 야권의 대정부 공세는 드세기만 하다. 급기야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아울러 강력한 비리 척결을 지시했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의 토지거래 조사결과 의심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발표했다. 이어 정부가 LH임직원의 투기의혹에 대하여 1차조사를 벌인 결과 20명을 밝혀냈다고 하자 야당은 '꼬리자르기'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꼬리자르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타의에 의해 자르는 경우와 자의로 자르는 경우다. 도마뱀은 천적에게 위협을 느낄 때 꼬리를 잘라주고 도망가며 생명을 구한다.

도마뱀의 꼬리세포는 쉽게 죽기 때문에 스스로 절단하고 도망갈 수 있다. 아무곳이나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탈리절(脫離節) 부분에서만 떨어져 나간다. 탈리절이란 위험에 처했을 때 여기서 자르리라 미리 정해놓는 절단될 부분이다.

도마뱀과 수탉의 단미(斷尾) 이유는 '살기위해서'로 같지만 결과는 다르다. 꼬리를 자른 도마뱀은 2~3개월후 꼬리가 재생되지만 볼품없어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는 등 위상이 추락하지만 수탉은 여전히 홰를 치며 당당하다. LH사태 꼬리자르기의 결과가 단미구생이 될지, 웅계단미가 될지 주목된다.   

꼬리를 자르는 건 도마뱀에게 큰 부담이다. 더 이상 자를 꼬리가 없으니 잡아먹힐 위험이 크고, 새로운 꼬리를 만드는 동안 몸통은 자라지 못한다. 동작이 굼떠지고 동료들 사이에서 지위가 낮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꼬리자르기는 그야말로 목숨과 바꾸어야할 경우가 아니면 쉽게 단행할 일은 아니다.

떨어진 꼬리는 약 3분동안 팔딱거리며 도마뱀이 천적으로부터 벗어날 시간을 벌어준다. 동물학자들은 도마뱀의 이런 행동을 자절(自切, Autotomy)이라 한다. 사자성어로는 '꼬리를 잘라 천적에게 던져주고 목숨을 구한다'라는 뜻의 '단미구생(斷尾求生)'이란 말을 쓴다.

비록 도마뱀처럼 꼬리를 완전히 자르는 것은 아니지만, 수탉이 아름다운 꼬리 깃털을 일부러 잘라 스스로 보잘것없는 몰골을 한다는 고사가 있다. 

춘추시대 좌구명(左丘明, BC 556~BC 451)이 지었다는 '춘추좌씨전'과 '국어 주어(國語 周語)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빈맹(賓孟)이 교외를 지나다 어느 집 마당에 있던 멋진 수탉이 제 부리로 꼬리 깃털을 물어뜯는 것을 보았다. 그 연유를 물으니 시종은 ‘雄鷄自斷其尾 憚其犧也(웅계자단기미 탄기희야)’라고 대답했다. 스스로 꽁지를 자르는 것은 희생(犧牲)으로 쓰일 것을 겁내서 그렇게 하고있다는 것이다.

희생이란 천지(天地)나 종묘에 제사지낼 때 쓰는 소•양•돼지•닭 등을 말한다. 수탉에게 멋진 꼬리 깃털은 자부심과 긍지의 상징이다. 이런 수탉이 제 꼬리를 자른다는 사실은 비극이다. 그러나 수탉은 스스로 꼬리를 잘라서 희생을 면하였다. 여기서 '수탉이 위험을 미연에 차단코자 자신의 멋진 꼬리를 미리 자른다'는 '웅계단미(雄鷄斷尾)'란 고사성어가 유래하였다.

고려의 국운이 다해갈 무렵 선승(禪僧) 선탄(禪坦)은 새벽녘 개경 동문을 지나다 장닭이 홰치는 소리를 듣고 시 한 수를 읊었다. 그 시의 후렴구가 조선 성종 때 성현(成俔, 1439~1504)의 수필집 용재총화(慵齋叢話)에 실려있다.

千村萬落同昏夢 (천촌만락동혼몽)
斷尾雄鷄不失時 (단미웅계불실시)

"세상사람 모두 미몽에 빠졌는데, 
꼬리 자른 수탉만이 때를 잃지 않았구나“

LH 투기의혹 사건과 관련, 여야는 전체 의원 및 보좌관, 그 가족들의 토지보유에 대한 전수조사에 합의했는데 '묘서동면'의 결과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당은 LH 투기의혹 사건에 대한 들끓는 민심을 수습하고자 여야 국회의원 모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자고 야당에 제안하였다. 그러면서 당내 윤리감찰단을 통해 소속 국회의원•보좌진과 가족 등에 대한 3기 신도시 토지보유 현황 자진신고를 받고 자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수사를 거쳐 특검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던 야당도 여야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받아들였다.

신당서 오행지(新唐書 五行志)에 '묘서동면(猫鼠同眠)'이란 말이 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잔다는 말이다. 고양이와 쥐는 천적관계인데 부부처럼 함께 잠을 잔다는 것은 매우 친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침하다보면 누군가 '베갯머리 송사'로 무언가 함께 도모할 수가 있다. 이는 '위와 아래가 부정하게 결탁하여 나쁜 짓을 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앙숙이나 원수끼리도 나쁜 짓을 할 때는 서로 보듬고 잔다니 그 얼마나 역겨운 짓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하고 정의롭게 부를 축적한 이들은 존경받아야 한다. 하지만 내부 정보나 권력과 지위를 악용한 경우라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이번 기회에 LH임직원은 물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부정•부패 또한 발본색원해야 한다. 4•7 선거가 끝나도 '꼬리자르기'로 유야무야 끝낼 일이 아니다.

타의에 의해 꼬리를 자른 도마뱀은 2~3개월 후에 새살이 돋아 꼬리가 재생되지만 원래 모습보다 형편없어 짝은 물론 동료조차 등을 돌린다. 그러나 꽁지를 제 스스로 자른 수탉은 바로 다음날에도 여전히 홰를 치며 새벽을 열 수 있다.  

'LH 사태의 꼬리자르기' 결과가 주목된다. 도마뱀의 단미구생(斷尾求生)일지, 아니면 장닭의 단미웅계(斷尾雄鷄)일지, 묘서동면(猫鼠同眠)'으로 끝날지 두고 볼 일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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