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3) 孔子穿珠(공자천주), 不恥下問(불치하문)
상태바
[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3) 孔子穿珠(공자천주), 不恥下問(불치하문)
  • 이형로
  • 승인 2021.05.03 17:1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모란과 다알리아 혼동한 모녀 대화에 간섭했다가 마음 상하게한 필자
- 오지랖 넓은 잘못…'아랫사람에 묻는것 창피한 일 아냐' 상대방도 유연함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
아래 사람에게 묻는 것이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의 도예가 박현강의 작품 不恥下問(불치하문, 사진 위)'과 다알리아(아래사진 왼쪽)와 모란 꽃봉오리. 필자는 다알리아와 모란을 혼동한 모녀의 대화에 오지랖 넓게 끼여들었다가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다만 상대방도 불치하문의 유연함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벌써 5월이다. 올봄엔 날씨탓인지 봄꽃이 한꺼번에 폈다가 한꺼번에 졌다. 예년 같으면 5월에나 피고 질 모란도 벌써 다 떨어졌다.

지난주 빗방울이 모란잎에 호닥이던 날이었다. 덕수궁 연못가 화단을 지나는데 벙글어진 모란 꽃봉오리가 눈에 띄었다. 마치 갓난아기가 엄마 품에서 세상 구경하려고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 모습처럼 앙증맞았다.

꽃봉오리에 빗방울 돋은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뒤에서 대화소리가 들렸다.

"야, 귀엽다! 엄마 이거 무슨 꽃이야?"
"응, 이게 바로 다알리아란다. 예쁘지?"

그러면서 다알리아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1963년에 멕시코 국화(國花)로 지정되었다. 덩이줄기인 뿌리는 아즈텍에서 식용으로 길러졌으나 스페인에 정복된 이후 150여년 동안 관상용으로 개량, 지금은 전세계에 1400여 품종이 있다. 다알리아(dahlia)라는 꽃이름은 스웨덴의 저명한 식물학자 안드레아 달(Andreas Dahl, 1751~1789)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다.

엄마인듯한 여인은 아이에게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필자가 무의식중에 "이거 다알리아가 아니라 모란인데..."라고 중얼거리자 갑자기 말소리가 끊겼다. 사진을 다 찍고 돌아보니 30대 후반의 여인과 일고여덟 살쯤 되는 소녀가 뒤에서 필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인은 내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흥 코웃음을 치고는 아이의 손을 잡아채서 대한문 쪽으로 횅하니 가버렸다. 아차!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이 마음을 상하게 한 모양이다. 모란을 보고 다알리아라며 딸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었건만 별 볼일 없는듯한 사람이 다알리아가 아니라 모란이란다. 딸에게 민망하기도 하고 필자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갓 올라온 꽃봉우리만 언뜻 봐서는 모란과 다알리아가 헷갈릴만하다. 일본에서는 활짝 핀 다알리아꽃과 모란이 서로 닮았다 해서 천축모란(天竺牧丹) 또는 양모란(洋牧丹)이라 부르고 있기도하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국화를 닮았다며 대려국(大麗菊) 혹은 대리국(大理菊)이라 부른다. 大麗나 大理는 다알리아의 중국어 음역으로 발음은 모두 다리(dali)가 된다.

지당(芝堂) 이화자의 '孔子穿珠(공자천주) 작품과  중산(重山) 조태수의 '三人行 必有我師焉(삼인행 필유아사언)'. 공자가 시골아낙에게 물어 구곡(九曲)의 옥에 실 꿰는 법을 알았다는 말과 세사람이 길을 가다보면 (그안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말로 '지위고하,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누구에게 물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불치하문과 같은 의미다.

공자가 제자들과 더불어 주유천하하면서 진(陳)나라를 지날 때 일이다. 누군가에게 아홉 구비로 구멍이 있는 진기한 구슬을 얻었다고 한다. 양쪽으로 구멍은 있지만 직선으로 뚫려 있지 않고 구슬속으로 아홉번 구부러져(九曲) 있는 구슬이었다. 그냥 가지고 다니면 잃어버릴까 실을 꿰어 목에 걸고 다니려고 갖가지 방법을 궁리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바느질하는 아낙네라면 그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근처에서 뽕잎을 따고 있는 여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아낙은 이렇게 말했다. "차근차근 생각하고, 다시 생각을 차근차근 해보세요(密爾思之 思之密爾 밀이사지 사지밀이)."

아낙네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공자는 발밑에 기어 다니는 개미를 보고 이마를 쳤다. 바로 개미허리에 실을 묶어 구슬의 한 쪽 구멍으로 들어가게 하고, 반대쪽 구멍에는 꿀을 발라 놓았다. 실을 허리에 맨 개미는 꿀을 찾아 다른쪽 구멍으로 나왔다.

박학다식한 공자도 방법을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던 참에 시골 아낙이 던져준 말을 듣고 힌트를 얻었다. 바로 차근차근(密)이라는 말에서 꿀(蜜)을 떠올렸던 것이다. 이는 송나라 승려 선경(善卿, 호 睦庵, 1088~1108년경 활약)이 저술한 조정사원(祖庭事苑)에 실려있는 고사다. 여기서 '공자가 구슬에 실을 꿰다'라는 뜻의 '공자천주(孔子穿珠)'라는 성어가 유래하였다.

물론 이 이야기는 공자의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학구적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 지어낸 것이다. 공자같은 지성인도 구슬에 실을 꿰는 일은 바느질하는 아낙네보다 못하다는 의미심장한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한 비유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라는 뜻의 '불치하문'은 본래 논어 공야장편(公冶長篇)에서 유래한 말이다.

춘추시대 위(衛)나라의 대부 공어(孔圉)는 부하인 태숙질을 부추겨 본처를 내쫓고 자기 딸을 아내로 삼도록 했다. 태숙질이 송나라로 달아나자 공어는 딸을 데려와서 태숙질의 동생에게 아내로 맞도록 했다. 공어가 죽은 후 위왕은 그에게 공문자(孔文子)라는 시호를 추증하였다.

이를두고 공자 제자인 자공(子貢)이 공어 같은 인물이 어떻게 '문(文)'자가 들어간 시호를 얻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그는 똑똑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했고, 아랫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시호를 문이라 한 것이다(敏而好學 不恥下問 是以文也 민이호학 불치하문 시이문야)"라고 대답해 주었다.

즉 공어가 총명하면서도 또 배우는데 부지런하며, 지위가 자신보다 낮거나 학문이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문'으로 그의 시호를 삼았다는 것이다. 시호를 정하는 시법(諡法)에 의하면 '근학하문(勤學下問)' 즉 부지런히 배우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文'이라 한다. 이 말은 공문자라는 시호가 붙여진 이유를 설명한 것이지만, 사실 공자 자신의 평소 학구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불치하문을 넓게 풀이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물어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이는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 보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焉 삼인행 필유아사언)'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말 또한 어떤 사람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는 의미가 내포된 표현이다.

모녀간의 다정한 대화에 쓸데없이 끼어든 필자의 오지랖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여인이 어머니로서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였더라면, 아이에게 보다 좋은 교훈이 되지 않았을까. 한편으론 나의 평소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그 아쉬움을 다소나마 달랠 수 있었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진한 2021-05-04 10:08:39
聖人에 이르신 스승(至聖先師). 은나라 왕족의 후손이신 공자님. 참고로 하면, 공자님 아버지 시호는 계성왕(啓聖王)이시고 공자님 어머니 시호는 계성왕 부인(啓聖王夫人)이십니다.

http://blog.daum.net/macmaca/3127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석전제사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

윤진한 2021-05-04 10:07:51
동아시아 세계종교로 수천년 이어진 유교의 하느님(天).공자님과 맞지는 않습니다. 불교는 원래부터 창조신 브라만에 항거하여 부처가 새로 만든 후발신앙으로 브라만을 섬겨온 인도에서도 다시 배척받게 된 인도발 신앙입니다. 창조신보다 높다는 Chimpanzee류의 부처를 받드는 무신론적 Monkey철학임을 염두에 두고, 불교와 섞인 후대의 중국 도교도 그런 위험을 가지고 있는 철학임을 염두에 두고 철학.민속적으로만 접근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세계종교인 유교나, 서유럽의 세계종교인 가톨릭의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신 절대적 초월자이십니다.

@ 공자님의 시호.

공자님의 시호. 하늘이 보내신 성자이신 성인 임금 공자님은 황제 칭호인 문선제(文宣帝).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圣文宣王)의 오랜 전통으로 호칭되어 오고 있습니다

윤진한 2021-05-04 10:07:20
나이 일흔관련 공자님의 체험을 기록한 내용. 七十而從心所慾 不踰矩(나이 일흔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 논어 위정편에 나옵니다. 그런데 공자천주(孔子穿珠)는 송나라때 선향(善鄕)이 지은 불교설화 형식의 조정사원(祖庭事苑)이란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요즘 보면, 공자님관련, 언행에서 유교 경전이나 正史에 의하지 않고, 야담.설화.야사등 유림들이 인정하지 않던 내용들이 자주 보여서 우려됩니다.@하느님의 종교인 수천년 동아시아 세계종교인 유교의 정체성을 확실히하고, 하느님과 별개의 철학인 도교,불교를 이해하는것도 어느정도 필요합니다.도교는 유교처럼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天生蒸民)하신 점에 주안을 두지 않고, 후대에 갈수록 불교의 보살같은 용어도 사용하여, 동아시아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35길 93, 102동 437호(신천동,더샵스타리버)
  • 대표전화 : 02-3775-4017
  • 팩스 : -
  • 베트남 총국 : 701, F7, tòa nhà Beautiful Saigon số 2 Nguyễn Khắc Viện, Phường Tân Phú, quận 7, TP.Hồ Chí Minh.
  • 베트남총국 전화 : +84 28 6270 1761
  • 법인명 : (주)인사이드비나
  • 제호 : 인사이드비나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16
  • 등록일 : 2018-03-14
  • 발행일 : 2018-03-14
  • 발행인 : 이현우
  • 편집인 : 장연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진
  • 인사이드비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사이드비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sidevina@insidevina.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