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4) 種豆得豆(종두득두), 反面敎師(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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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4) 種豆得豆(종두득두), 反面敎師(반면교사)
  • 이형로
  • 승인 2021.05.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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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地奐) 함두빈의 '種瓜得瓜 種豆得豆(종과득과 종두득두)' 작품.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는 뜻으로 우리 속담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와 같은 말이다. 아이들은 부모들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좋은 언행을 하는게 중요하다.

지난 금요일은 기온이 30°C로 본격적인 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더니, 봄비가 그제부터 여름 장맛비처럼 내린다. 대부분의 봄꽃은 지고 덕수궁 산책로에는 초여름 꽃인 국수나무꽃이 한창이다. 등나무꽃, 초롱꽃 그리고 단풍취꽃도 피기 시작했다.

올봄에도 기분좋은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계절은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 우리 인간세와는 달리 말없이 그저 제 역할에 충실할 뿐인데 내 마음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리라. 

지난 14일 ‘정인이 사건’의 양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양부는 징역 5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다. 정인이 사건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한 당시 8개월의 정인이를 양모•양부가 장기간 심하게 폭행•학대하여 16개월이 되었을 때 죽음에 이르게한 사건으로 지난해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온사회가 경악했다. 

정인이 사건과 같이 보통사람의 상식과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인륜적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8살짜리 딸을 살해한뒤 일주일 동안 시신을 집에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어머니, 친누나와 다투다 살해한 뒤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한 청년, 말다툼 끝에 아내의 목을 밟아 살해하고 유기한 50대 남성, 택시에 구토한 것을 지적한 운전기사를 무차별 폭행한 20대 승객, 술값 시비로 손님을 살해한 후 시신을 야산에 묻은 노래방업주 등등. 다시 거론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참담한 사건들이다.    

그런가하면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1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은 독자 투고형식으로 한 일간지에 딸 정유라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구구절절이 어미로서 딸에 대한 애틋한 정이 넘쳐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후회나 충고의 말은 없었다.

끔찍한 사건들과 최서원씨의 투고를 접하면서 불현듯 명심보감 효행편에 나오는 구절이 떠올랐다.  

孝順還生孝順子(효순환생효순자)
忤逆還生忤逆子(오역환생오역자)
不信但看簷頭水(불신단간첨두수)
點點滴滴不差移(점점적적불차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은 다시 효도하는 자식을 낳고
부모님께 거역하는 사람은 다시 거역하는 자식을 낳는다
믿지 못하겠다면 처마 끝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라
똑똑 방울방울 떨어지는 모양이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효행과 자녀 사랑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자식이나 아이들은 부모나 어른들이 자신의 부모나 어른들에게 하는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는 점이다.

 청곡(靑谷) 박일규의 '反面敎師(반면교사) 작품.

명심보감 천리편(天理篇)에는 ‘種瓜得瓜 種豆得豆(종과득과 종두득두)'라는 말도 있다.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는 뜻으로 우리 속담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다. 결과는 원인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으로 인과관계를 간명하게 표현한 말이자 넓은 의미로는 효행편과 같은 뜻을 내포한 말이기도 하디.

폭력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라서 60% 이상이 폭력을 일삼는 당사자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또한 "부지깽이로 맞던 며느리가 며느리 맞아오니 방망이로 때린다"는 속담이 있는데서 보듯,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던 며느리는 더욱 혹독한 시어머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있다. 과연 우리 인간의 삶에서도 낙숫물이 한곳에 떨어지고, 콩 심은 데는 콩만 나오는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자는 이를 경계하여 논어 술이편(述而篇)에서 타인의 좋은 점은 더할 나위도 없고, 나쁜 점 또한 반면교사(反面敎師)나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며 다음과 같이 설파하였다.

三人行 必有我師焉(삼인행 필유아사언)
擇其善者而從之(택기선자이종지)
其不善者而改之(기불선자이개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만한 사람이 있으니
좋은 점은 기꺼이 본받고
나쁜 점은 스스로 고쳐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배움을 구할 수 있다. 공자의 말은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보기에 충분하다. 내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평생 배우고 공부하며 노력해야 멈추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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