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27)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색다른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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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 (27)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색다른 퇴진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1.07.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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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전 입식부엌으로 주부들 허리 펴준 가구장인, 공익(公益)으로 ‘제2의 창업’
- 회사매각 자금, 연구재단 출연…국가미래전략 개발과 인재육성 전념
조창걸 한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이 보유지분을 매각해 그 자금을 연구재단인 태재재단에 출연한다. 50년전 입식부엌을 도입해 주부들의 허리를 펴게 해준 가구장인이 이제 국가전략개발과 인재육성 등 공익사업으로 제2의 창업을 하는 셈이다.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이 매각된다. 한샘의 창업자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30.21%가 매각대상인데 공시된 거래가 성사되면 한샘의 경영권은 사모펀드인 IMM PE로 옮겨가게 된다. 

조창걸 명예회장은 지분매각으로 마련된 자금을 태재재단(옛 한샘 드뷰 연구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을 통해 국가 미래전략 개발과 인재육성에 전념할 것이라고 한다. 창업세대의 통상적인 승계 패턴을 거부한 조창걸 명예회장의 과감한 행보는 재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은 마포구 상암동에 지상 22층의 커다란 사옥을 가진 한샘이지만 그 시작은 7평(20m²) 남짓한 비닐하우스였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조 명예회장은 1970년 한샘산업을 창업했다. 한국의 부엌을 바꿔 주부들의 등을 펴게 해주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내세웠다. 대학 동창인 김영철 전 퍼시스 회장과 손을 잡고 서울 변두리였던 연신내에 둥지를 틀었다. 

1970년대는 집장사들의 시대였다. 아파트는 비싸 쳐다볼 엄두도 못낸 중산층은 집장사들이 변두리에 블록으로 찍어내듯이 세워놓은 주택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내 집이 됐다. 집값은 아파트에 턱없이 못미쳤지만 한샘의 입식 주방은 아파트에 버금가는 편리함이 담겨 주부들의 로망이 됐다. 싱크대 상판과 싱크볼 정도를 만들었지만 한샘은 이를 주방 가구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탄생 시켰다. 

80년대 이후 아파트 생활이 대중화되면서 한샘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조 명예회장은 그 때까지 부엌가구로 한정됐던 한샘의 영역을 종합인테리어로 확장시키며 또 다른 도약을 펼쳤다.

사업에 색다른 개념을 도입해 회사를 성장시킨 조 명예회장은 경영에도 결이 다른 개념을 도입했다. 1994년 그는 최양하 전무를 공동대표로 발탁해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일선에서 퇴진했다. 전문경영인 시대를 연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은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찾아 회사의 성장동력을 확충시켰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은 성공적이었다. 1995년 1618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3년 1조원, 2017년 2조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두해동안 내리막길을 걷긴 했지만 지난 해 인테리어 수요증가에 힘입어 3년만에 2조원대로 복귀했다. 

그 사이 조창걸 명예회장은 미래사회를 연구했다. 그리고 동서양의 문명이 조화를 이뤄내는 새로운 접점을 디자인에서 찾아 “드뷰”(Design Beyond East & West)라는 색다른 개념을 창안했고 사재를 털어 한샘 드뷰(DBEW)연구재단을 설립했다. 드뷰재단에는 자신이 보유한 한샘 지분의 절반인 260만여주를 출연한다고 발표했고 지금까지 166만주를 출연했다. 그리고 이번 매각으로 재단 출연약속을 다 지키게 됐다. 

태재(泰齋)재단에 더해 조 명예회장은 회사경영을 떠난 또 다른 화두를 준비했다. 이를위해 2차대전 이후 미국의 부흥을 이끈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를 벤치마킹해 여시재(與時齋)를 재단법인으로 2015년 출범시켰다. 초대 이사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맡았고 재계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박병엽 팬텍 창업자가 참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브레인이었던 이광재 의원이 참여한 것도 특이했다. 

사업을 하면서 조창걸 명예회장은 외아들을 잃었다. 장남이 펼치던 리조트사업, 다빈치 미술관 등을 접고 지주회사, 지분매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회사의 미래와 나라의 미래를 일치시킬 방안을 강구해 온 것같다. 그리고 창업자 겸 오너인 자신이 떠나며 공익사업에 전념하되 회사는 적임자에게 물려주어 계속 성장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50년전 조창걸 명예회장은 주부들의 피곤한 허리를 펴게 해주겠다며 한샘을 창업했다. 그의 바람은 이뤄졌고 덩달아 회사도 한국을 대표하는 인테리어 회사로 성장했다.

50년후 조 명예회장은 한국인의 허리를 한번 더 펴게 해 줄 요량으로 공익사업에의 전념을 선언했다. 제2창업에 버금가는 그의 희망이 실현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의 유례없는 어려움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한국인들이 허리를 펴고 활짝 웃게 되기를 바란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코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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