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50) 일액현상(溢液現象)과 지족상락(知足常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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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50) 일액현상(溢液現象)과 지족상락(知足常樂)
  • 이형로
  • 승인 2021.08.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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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이상의 물은 저장하지 않고 배출하며 비우는 식물…안분지족(安分知足) 교훈 알려줘
- 내일에 저당잡혀 살지말고 ‘지금 여기에’ 만족하면 늘 즐겁지 않겠는가
지족상락, 완재(玩齋) 송기영의 지족상락(知足常樂)과 성담(性潭) 스님의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늘 즐겁고, 적당히 멈출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말로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내일에 저당잡혀 살거나 명예와 재물을 욕심내지 말고 '여기 이 순간'에 만족하며 살자는 의미다.

해 뜨기전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풀잎에 맺힌 이슬에 바짓단이 젖는 줄 모른다. 이슬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기온이 내려가거나 찬 물체에 부딪칠 때 엉겨서 생기는 물방울이다. 아침이나 저녁에 잔디나 나뭇잎 등 얇고 노출된 물체에 나타나는 물방울 형태의 물이다.

그러나 풀잎 끝에 달린 물방울이라해도 전부 이슬은 아니다. 간밤에 내린 빗방울일 수도 있고, 식물 자체에서 물을 방출하는 과정인 일액현상(溢液現象, Guttation)에서 나온 물일 수도 있다. 일액현상은 기온이 낮고 습한 새벽, 식물 이파리 끝이나 톱니에 이슬처럼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은 증산작용이 억제되고 뿌리의 수분 흡수가 활발할 때 잘 일어난다. 즉 식물이 필요 이상의 물을 가지고 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토란 같은 식물은 특히 왕성하게 일어나 적당한 조건에서는 1분 동안 150방울 정도가 연속해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식물의 이러한 배수현상은 세포의 수분 포텐셜(Potential)이 0이 되어 더 이상 수분을 흡수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일어나므로, 야외에서는 늦은 밤부터 이른 아침에 걸쳐서 일어나고 한창 수분이 필요한 낮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식물은 잎맥마다 숨구멍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작은 구멍으로 몸 안에 필요 이상을 수분을 배출한다. 동물에 비유하자면 소변이나 땀이라 할 수 있지만 식물은 제 몸의 찌꺼기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거르고 거른 물 가운데 가장 깨끗한 물이라 할 수 있다.

새벽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웃집 화단의 꽃들은 이처럼 제 몸속에 남아도는 물을 실핏줄처럼 이어진 이파리의 맥을 따라 수분을 내어놓은 것이다. 이 작은 식물체에서 마치 실개천과 이어지는 냇물, 냇물과 이어진 계곡과 강으로 바다로 이어지는 물줄기를 보는 듯하다. 그들이라고 목이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기 이 순간(here and now)’ 필요이상의 물은 저장하지 않고 비운다. 내일에 저당잡혀 살지않고 지금 여기에 집중할 뿐이다.

토란 등 식물의 일액현상((溢液現象)으로 잎에 맺힌 물방울. 식물은 필요이상의 물을 배출하며 계속 비우는 것은 필요이상의 물을 품고 있으면 뿌리가 썩기 때문으로 우리에게 지족상락(知足常樂),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교훈을 일깨워 준다. (사진=위키피아)

'지족상락(知足常樂)'이란 '만족할 줄 알아야 늘 즐겁다'라는 뜻으로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한다. 도덕경에는 '지족'에 관한 말들이 많이 보인다.

名與身孰親(명여신숙친, 명예와 생명 어느 것을 더 사랑하는가)
身與貨孰多(신여화숙다, 생명과 재물 어느 것을 더 중히 여기는가)
得與亡孰病(득여망숙병, 이중에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는다면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운가)
是故甚愛必大費(시고애필대비, 이런 까닭에 애착이 크면 큰 대가를 치르고)  
多藏必厚亡(다장필후망,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잃는다)
知足不辱(지족불욕, 만족할 줄 아면 욕되지 않고)
知止不殆(지지불태, 적당히 멈출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可以長久 가이장구, 그러기에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노자는 또 이렇게도 말한다.

禍莫大於不知足(화막대어부지족,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고)
咎莫大於欲得(구막대어욕득, 욕심부리는 것보다 터 큰 잘못은 없다)
故知足之足 常足矣(고지족지족 상족의,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줄알면 언제나 부족함이란 없다)

우리들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오늘을 빌려주며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 비울 줄 모르고 쌓아두기만 한다. 우리들로 하여금 끝도 모르게 욕심부리게 만드는 그것이 바로 명예요 재물이다. 식물은 왜 제 몸에 필요 이상의 물을 열심히 내어놓을까. 그것은 바로 필요 이상의 물을 품고 있으면 뿌리가 썩기 때문이다.

노자는 '지족'과 상대되는 말은 '욕심'이라며 이를 경계했다.

五色令人目盲(오색영인목맹, 갖가지 빛깔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五音令人耳聾(오음영인이롱, 갖가지 소리가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五味令人口爽(오미영인구상, 갖가지 음식이 사람의 입을 망쳐 놓는다)
難得之貨令人行妨(난득지화영인행방, 얻기어려운 귀한 재물은 사람 행동에 장애를 일으킨다). 是以聖人爲腹不爲目(시이성인위복불위목, 그래서 성인은 속을 채울뿐 겉치레는 하지않는다)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그러므로 물욕을 버리고 가장 기본적인 욕구만 취한다)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중요한 일부이다. 그 곳에 명예나 재물에 대한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해가 되는 것은 명예나 재물에 대한 우리의 집착이다.

이처럼 욕심은 바로 사람의 오관(五官)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분수를 알고 적당히 만족할 줄도 알아야(안분지족 安分知足)',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고 멈출 수도 있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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