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52) 교학상장(敎學相長), 여조삭비(如鳥數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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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52) 교학상장(敎學相長), 여조삭비(如鳥數飛)
  • 이형로
  • 승인 2021.09.0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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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것…이상적 사제관계이기도
- 어린 새. 하늘 날려면 날개짓 끝없이 반복하며 익혀야…배움(習)도 마찬가지

남계(南溪) 조중국의 작품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성장시킨다는 뜻으로 이상적인 사제관계라고 할 수 있다.

9년 전, 덕수궁에 근무를 시작한 지 이틀쯤 되었을 때다. 한 관람객이 전각 지붕 밑에 그물이 왜 쳐있느냐고 묻는데, 알아야 대답을 하지.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필자의 위아래를 훑어보고 휑하니 가버린다.

다음날에는 중화전 좌우에 있는 정(鼎)에 대해 묻는 관람객의 질문에 '미안하다. 엊그제 근무 시작해서 모르겠다'라는 대답으로 대신했지만, 귀가하는 내내 자괴감이 들었다. 한편으론 '근무한지 며칠 되지 않았으니 그렇지'라고 자위를 하면서, 다음날부터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자료를 찾아 공부를 시작했다.

그후 관람객들이 물어오면 공부한 바를 성심껏 설명하고 모자란 부분은 다시 채워넣고 이러구러 몇 년이 지났다. 그렇게 공부한 것을 정리할 겸 또 보충할 것은 보충한다는 마음으로 덕수궁에 관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키운다'라는 뜻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이 있다. 예기 학기편(禮記 學記篇)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학연후지부족 교연후지곤)
知不足然後能自反也 知困然後能自强也(지부족연후능자반야 지곤연후능자강야) 
故曰敎學相長也 (고왈교학상장야)“

“사람이 배우고 나서야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쳐보고 나서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나면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려움을 안후에야 스스로 강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르침과 배움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사람은 배울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티끌 정도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지를 느낄 수 있다. 

교학상장은 스승과 제자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서경 열명(書經 說命)에서도 '남을 가르치는 일은 자기 학업의 반을 차지한다'는 '효학반(斅學反)'을 다시 한번 강조했던 것이다.

하늘에 뭉게구름 피어나는 요즘같은 초가을이었다. 중화전에 근무하고 있는데 서쪽 월대에서 딸과 아들인 듯한 아이들과 30대 후반의 부부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초등학교 5-6학년쯤 되는 여자아이가 다가오더니 "할아버지 처마에 왜 그물이 있어요?" 똘망똘망한 목소리로 묻는다.

보통 그물은 새나 물고기를 잡을 때 쓰지만, 저 그물은 새가 처마 밑에 집을 짓지 못하게 막기 위한 그물이란다. 새가 저 곳에 집을 지으면 첫째 함부로 똥을 싸서 지저분해 지고, 둘째 알이나 새끼를 노리고 구렁이 같은 뱀들도 꼬이는걸 막기 위해 쳐놨단다. 이런 그물을 부시(罘罳)라고 하지.

설명이 대강 끝나자 같이 듣고있던 아이의 엄마는 "거봐라, 할아버지께 여쭙기를 잘했지?"라며 딸아이에게 웃으며 말한다. 원래는 아빠•엄마에게 물었으나 모르니 저기 궁지기 할아버지께 여쭤보라 했다고 한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1학년으로 이름이 아롱이와 다롱이란다. 귀여운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예쁜 이름이다.

다음에 또 온다는 일방적인 약속을 하고 간 아롱이는 그후에는 아예 질문거리를 메모해 와서 물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께 질문하면 처음의 궁금증은 풀리지만 묻고 싶은게 더 생기니 이상하다고 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는 병아리는 알속에서, 어미닭은 밖에서 껍질을 동시에 쪼아야 부화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선가(禪家)에서는 스승이 제자를 지도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인터넷 캡처) 

송나라 때 출간된 선종의 대표적인 공안집인 벽암록(碧巖錄) 제16측에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화두가 있다. 달걀이 부화하여 병아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알을 깨고 나가야 한다. 이때쯤이면 알 속의 병아리 주둥이에는 난치(卵齒)라는 제법 단단한 돌기가 생긴다. 이것을 사용해서 알의 안쪽에서 껍질을 쫀다. 이것이 줄(啐)이다.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마주 쪼아 알껍질을 깨뜨려 주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여기서 병아리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수행자 즉 제자이고, 어미닭은 제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지도해 주는 스승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야 온전한 병아리로 부화할 수 있다. 이를 선가(禪家)에서는 스승이 제자를 지도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에 비유한다. 풍선에 바람이 꽉 차있을 때 바늘로 살짝만 찔러도 빵 터지는 것과도 비유할 수 있다. 그냥 놔두면 저절로 바람이 빠져 쭈그러드는 풍선이다. 아롱이나 다롱이의 경우는 나름 작은 풍선을 여럿 터뜨린 경우로 비유될 수 있다. 비록 작은 줄탁동시이지만 이 또한 그들의 성장에는 필요한 과정이다.

여조삭비(如鳥數飛)'는 새가 하늘을 날기위해 끊임없이 날개짓하는 것처럼 배움도 쉬지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인터넷 캡처)

논어는 '배우고 그것을 항상 익혀나간다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로 시작한다. 주자(朱子)는 익힐 습(習)에 대해 '習鳥數飛也 學之不已 如鳥數飛也 습조삭비야 학지불이 여조삭비야‘라는 말로 설명했다. ’익힐 습은 어린 새가 반복하여 나는 것이다. 끊임없이 배우기를 어린 새가 반복하여 날개짓을 하는 것처럼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여조삭비(如鳥數飛)'란 성어가 유래했다. 어린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날개짓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어린 새끼 때부터 잘 나는 새는 없다. 수없는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창공을 훨훨 나는 어미새로 성장한다. 그후로도 아롱이는 이메일 혹은 카톡 문자로 많은 질문을 해왔다.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으나 궁지기 할아버지의 설명을 들어야 궁금증이 풀린다고 했다. 그런 아롱이가 어느덧 고3 대입수험생이 되었다. 사학과나 문화재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란다. 요즘은 식물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다롱이가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이 녀석도 벌써 중학생이다.

어제 중화전에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쉰 중반쯤 되는 사내가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처마 밑 그물을 턱으로 가리키며 "저게 왜 저기 있는거요?"라며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오늘 근무 첫날이라 모른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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