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55) 대선후보 확정…합종연횡(合從連衡), 연옹지치(吮癰舐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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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55) 대선후보 확정…합종연횡(合從連衡), 연옹지치(吮癰舐痔)
  • 이형로
  • 승인 2021.11.0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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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캠프의 참모들, 한사람 위해 뛰게 돼
- 네거티브•마타도어 버리고 공약(空約)아닌 실현성있는 정책대결 기대
이합집산(離合集散)과 합종연횡(合從連衡). 여야의 대통령선거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그동안 서로 다른 경선후보의 참모들은 이제 후보 한사람을 위해 뭉쳐 뛰게 될 것이다. 여야 후보와 참모들은 네거티브, 마타도어 등의 캠페인 대신 공약(空約)아니 실현가능한 정책 대결로 내년 3월9일을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어주기 바란다. (사진=인터넷캡처)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이렇게 시작한다. "천하대세를 논하자면,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통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나눠진다(說話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진(秦)나라가 무너진뒤 통일왕조를 이뤘던 한(漢)나라가 다시 분열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한마디로 축약한 구절이다. 위•촉•오 삼국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나관중의 묘사는 일종의 역사 순환론이다.

대부분 새 왕조가 시작할 때는 덕망과 열정을 가졌다는 창업자가 등장해 새로운 시대를 연다. 그러나 마지막 군주는 덕망은 커녕 통치자의 기본자세마저 잊고 무능하거나 포악한데다 주색과 사치로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리거나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 결국엔 멸망으로 이어지는 일이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이같은 역사적 상황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정해진 룰처럼 딱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유사하다. 돌고도는 왕조 교체의 역사 속에서 권력의 행태와 변화의 필연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비단 국가에만 해당되는 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여당과 야당은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나서야 후보가 결정됐다. 이 와중에 정치인들은 서로 세를 불리느라 또는 줄서기를 하느라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했다.

계파의 의미는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본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서는 나방이 등불에 달려드는 꼴과 같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다분히 정치적 냄새가 나는 슬로건이 있다. 혹자는 뭉쳐서 살지만 혹자는 뭉쳐서 함께 죽는다. 누구는 흩어져서 죽지만 누구는 흩어져서 산다. 이익을 위해 모이고, 이익을 좇아 흩어지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이합집산의 중심에는 반드시 이(利)가 있기 마련이다. 다만 이익만을 내걸면 모양새가 빠지니 이런저런 명분을 앞세울 뿐이다.

진•연•제•초•한(韓)•위•조 소위 전국칠웅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을 치렀다. 서쪽의 대부분을 진나라가 차지하고 나머지 6개국이 동쪽을 분할한 시기, 귀곡자에게 수학한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세치 혀로 명성을 날렸다. 먼저 소진이 여섯 나라를 돌며 남북의 여섯 나라가 한마음으로 맞선다면 진나라에 충분히 대적할 수 있다고 유세했다. 이것이 바로 남북의 나라들이 연합한다는 의미의 합종(合從)이다. 소진은 군사동맹을 성사시킨 공로로 여섯나라의 재상직을 겸하게 된다.

이렇게 진나라 대 6개국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을 때 장의가 연횡(連衡)을 들고 나왔다. 장의는 약한 나라들끼리 손잡아 봐야 강대국인 진나라를 당하지 못하니 화친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토리 키재기 같은 남북 약소국의 종(從)보다 강대국과 손을 잡는 횡(衡)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장의의 각개격파가 먹혀들면서 소진의 합종책은 결국 파탄이 났다. 진나라는 장의의 연횡책으로 여섯 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켜 천하를 통일하게 된다.

이처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을 수가 있다. 그러나 개인 특히 정치인이 이합집산에 자신의 이익과 영달만을 추구한다면 길을 잃기 쉽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다가 전부를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옹지치.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 것처럼 지나친 아첨을 의미하는 말이다. 여야의 대선후보들은 캠프에 이런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진=인터넷캡처)

장자(莊子) 열어구(列御寇)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조상(曹商)이라는 사람이 진왕(秦王)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수레 백대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장자는 진왕이 등창과 치질을 앓아 천하의 명의를 불러 모아 "등창을 터뜨려 고름을 짜낸 자는 수레 한대, 치질을 핥아서 병을 고친 자는 수레 다섯대를 상으로 받았다. 아래쪽을 치료할수록 더욱 많은 수레를 얻었다(破癰潰痤得車一乘 파옹궤좌득거일승 舐痔者得車五乘 지치자득거오승 所治愈下得車愈多 소치유하득거유다)"고 하면서 어떻게 비위를 맞췄기에 그렇게 많이 받았느냐고 나무란다.

뱃사공에서 일약 전한(前漢)의 문제(文帝)의 총신이 된 등통(鄧通)도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있었다. 문제는 종기를 달고 살았는데 "등통은 항상 황제를 위해 고름을 빨아주었다(鄧通常爲帝唶吮之 등통상위제책연지)." 사마천 사기의 영행열전(佞倖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자와 사기의 고사에서 유래한 성어가 연옹지치(吮癰舐痔) 또는 연저지치(吮疽舐痔)다.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지나치게 아부•아첨한다는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주로 쓰고있는 '애널 서킹(Anal Sucking)'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여야의 대선 주자가 확정됐다. 그동안 후보 경선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이합집산은 마땅히 정리돼야 한다. 주나라 초기 정치가인 강태공은 병법에서 분열의 끝을 ‘四分五裂者 所以擊圓破方也(사분오열자 소이격원파방야)"라고 설파했다. 사분오열되면 사방에서 공격을 받아 결국 깨진다는 것이다. 

사분오열되었던 각 당은 원팀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일 때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주자를 위해 뛰던 각 진영의 참모들은 이제는 한 사람만 열심히 모셔야 한다. 새가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틀듯(擇木), 신하도 자기와 코드가 맞는 주군을 선택(擇君)하는 능력 또한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열심히 뛰다보면 수레, 아니 제네시스 한 대라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여야 대선주자들에게 권하노니,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비난하거나, 네거티브 혹은 마타도어식의 전략은 집어치우고 공약(空約) 아닌 실현성있는 정책으로 승부하기 바란다. 

훌륭한 쇼는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고, 순금은 도금하지 않아도 빛을 발한다. 여야가 비록 가는 길은 다를지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목적지는 같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내년 3월9일을 신명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해본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8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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