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62) 친구의 종류…지음지교(知音之交), 백아절현(伯牙絶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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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62) 친구의 종류…지음지교(知音之交), 백아절현(伯牙絶絃)
  • 이형로
  • 승인 2022.02.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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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 표현 성어 수없이 많아…관포지교, 경개여고, 간담상조, 교칠지교 등등
- 우리 삶에 그만큼 중요한 부분 차지하기 때문 아닐까
친구사이의 우정을 표현한 사자성어는 수없이 많은데, 우리 인생살이에서 친구가 그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인터넷 캡처) 

얼마전 방어회 먹으러 속초에 간다고 카톡방에 문자를 띄운 친구가 있었다. 먹다 남거든 몇 점 싸오라고 하자마자, 서울에 도착하면 바로 연락을 하겠다는 답글이 떴다. 아차 싶었다, 이런 우직한 친구에게는 장난을 하면 안되는데....

친구 사이의 정인 우정(友情)을 표현한 말은 많다. 물과 물고기와의 관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수어지교(水魚之交)라 하고, 당송팔대가 가운데 두 사람인 한유와 유종원처럼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했던 우정에서 서로 간과 쓸개까지 내보인다는 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말도 있다.

벗을 위해 목숨마저 기꺼이 내놓으려는 문경지교(刎頸之交)는 전국시대 초나라 혜문왕을 함께 받들던 인상여와 염파의 우정을 나타낸 성어다. 막역지우(莫逆之友)라는 말처럼 친구와 서로 가리고 감출 것 없는 우정도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의 대신이었던 관중과 포숙아가 보여준 뜨겁고 깊은 우정에서 비롯한 관포지교(管鮑之交)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 중 가장 편한 친구인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있다. 천진난만한 어릴 때부터 온갖 개구장이 짓을 함께하던 벗이다. 전라도 말에 '깨복쟁이 친구'라는 말과도 통한다. 서로 발가벗고 놀던 벌거숭이 친구를 이르는 말이다.

쌍산(雙山) 김동욱의 ‘管鮑之交(관포지교)’ 작품.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관중과 포숙아의 친구관계를 표현한 말로 우정의 대명사처럼 회자되고 있다.

사기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에는 추양(鄒陽)이 옛날 중국의 '백발이 되도록 사귀어도 새로 사귄 친구 같고, 만난지 얼마 안돼도 오랜 친구 같다(白頭如新 傾蓋如故 백두여신 경개여고)'란 속담을 인용한 상서문(上書文)이 실려 있다.

백두(白頭)는 백수(白首) 혹은 호수(皓首)라고도 하며 백발을 뜻한다. 경개(傾蓋)는 비나 햇빛을 피하기 위해 수레에 덮은 '덮개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옛날 승용차인 수레는 멈추면 수레가 앞으로 기울고 덮개도 따라 기울게 된다. 경개는 그래서 '수레를 멈추다'라는 말도 된다.

경개여고(傾蓋如故)란 수레를 타고가다 처음 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오랜 친구인 것처럼 정감이 간다는 뜻으로, 한번 만나보고도 친해짐을 이르는 말이다. 반대로 백발이 되도록 사귀어도 서로의 의중을 알 수 없을 만큼 늘 새로 만나는 것 같은 만남을 백두여신(白頭如新)이라 한다. 우정의 깊고 옅음은 시간의 장단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는 의미다.

깊은 우정을 담고 있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게 바로 '지음지교(知音之交)'다.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지기지우(知己之友) 즉 지기의 대명사이자 우정을 표현한 단어 중 최고로 꼽는 말이다. 보통은 '지음(知音)'이라는 말로 많이 쓰고 있다.

열자 탕문편(湯問篇)에 실린 고사로  순자와 여씨춘추에서도 인용한 유명한 백아절현(伯牙絶絃)의 일화가 바로 그것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대부인 유백아(兪伯牙)는 원래 초나라 사람으로 진나라에 출사한 거문고 연주의 대가다. 어느날 고국인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다가 모처럼 고향을 찾았다. 마침 보름달이 밝아 흥이 난 백아는 소나무 밑에서 거문고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 나무 뒤에서 쉬고있던 나뭇꾼 종자기(鐘子期)는 연주가 끝났는데도 눈을 지긋이 감고 여운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렇게 시작한 첫만남에서 몇 곡 더 들려주는대로 백아의 작곡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는 종자기였다.

통성명을 한 후 두 사람은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忘年之交)가 되었다. 이듬해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후 헤어진 두 사람. 이듬해 백아는 약속대로 종자기를 찾아갔으나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무덤 앞에서 마지막 연주를 한 백아는 거문고 줄을 모두 끊어 버렸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알아주는 이(知音)가 이미 없으니 내 소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록 한번의 만남이었지만, 자신의 예술정신을 오롯이 알아준 친구를 위해, 신분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백아는 그의 모든 것을 버렸다. 그야말로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저 옛날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까닭이기도 하겠다.

이밖에도 쇠와 돌처럼 굳은 사귐을 나타내는 금석지교(金石之交), 지초와 난초의 향기같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타낸 지란지교(芝蘭之交), 매우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는 사귐을 표현한 교칠지교(膠漆之交), 매우 두터운 사이를 단금지교(斷金之交)라 표현했으며, 곤궁한 상황임에도 더욱 우정을 돈독히 한 포의지교(布衣之交) 등 수없이 많다.

그 만큼 친구와 그 사이의 정이 우리 인생살이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리라. 이는 역으로,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 많았다는 말도 된다.

오후 9시 퇴근 시간이 되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방어회를 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단다. 혹시 상할까 얼음까지 채워 왔단다. 오전에 장난으로 한번 해본 말이니 개의치말라고 답한다는걸 깜빡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어디 들어갈 데도 없어 다음에 보자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그날 밤 방어회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친구란 무엇인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를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9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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