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한국정부 책임 첫인정 판결’에 베트남도 비상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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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한국정부 책임 첫인정 판결’에 베트남도 비상한 관심
  • 이희상 기자
  • 승인 2023.02.0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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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당사자 응웬 티 탄씨 “너무 기쁘다…피해자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 현지매체들, 일제히 보도하며 다른 피해자들의 줄소송 예고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로 지난 2020년 4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던 응웬 탄 티(63)씨. 티씨는 한국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 소식을 듣고 "피해자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VnExpress)

[인사이드비나=하노이, 이희상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해 한국정부의 책임을 처음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자 베트남 언론들도 즉시 이 소식을 일제히 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베트남 여성 응웬 티 탄(Nguyen Thi Thanh, 63)씨가 2020년 4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탄씨측이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액 3000만100원 모두는 인정했고, 지연손해금 일부는 기각함으로써 법원이 사실상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탄씨는 소장에서 1968년 2월 중부 꽝남성(Quang Nam) 디엔안사(Dien An xa, 읍단위) 퐁녓(Phong Nhat)과 퐁니(Phong Nhi) 마을에서 한국군이 탄씨의 가족과 마을주민 74명을 학살했다며 3000만1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탄씨는 당시 한국군이 집 방공호에 숨어있던 자신과 오빠,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동생 등 가족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으며, 탄씨와 오빠는 가까스로 생존했으나 나머지 5명의 가족들은 모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일대에서 베트남군을 섬멸하는 대형작전 과정에서 해병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작전중 원고의 집에 들어가 총격을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베트남과 한미(韓美)간 약정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게릴라전이 많았던 베트남전쟁의 특성상 정당행위였으며, 해병대의 학살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52년이 지난 사건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배상법을 적용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한국군의 ‘계룡1호작전’ 수행중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으며, 그동안 한국정부가 피해를 규명하려고 제대로 노력하지 않아 소멸시효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 한국정부의 주장을 기각했다.

베트남 매체들은 이번 판결 소식을 잇따라 보도하며 다른 피해자들의 잇따른 줄소송을 조심스럽게 예고했다.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소송당사자인 탄씨는 판결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다"며 “피해자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탄씨측 박진석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한국 사법기관이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보내는 최초의 위로문이자 사과문”이라며 “이전에는 민간인 학살에 대해 군인 개인이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 판결은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탄씨에 따르면 베트남전쟁 당시 중부지방의 여러 마을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이 학살 사례가 더있다. 탄씨는 한국군의 지프차가 지뢰로 폭파된지 불과 며칠후인 1968년 2월12일 아침 탄씨의 어머니와 남동생, 언니가 총격으로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앞서 2019년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정부의 사과와 사실 인정 및 피해회복 조치를 요구했었다.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부인했던 국방부는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관계기관(국가보훈처)과 협의를 통해 후속조처를 검토할 것”이라고 항소의사를 시사했다.

한국군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30만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했다. 한베평화재단에 따르면 꽝남성 외에 빈딘성(Binh Dinh), 푸옌성(Phu Yen), 꽝응아이성(Quang Ngai) 등에서도 한국군의 학살행위가 다수 보고됐으며 이로인해 사망한 민간인은 약 9000명에 이른다.

한베평화재단은 2015년 베트남전쟁에 있어 한국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민간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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