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도박 역사…1697년 대월사기전서 ‘왕실정원에 도박장’ 기록 있어
-징역, 재산몰수등 처벌 엄격하지만 별무효과…캄보디아등 해외원정 도박
베트남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곳은 라스베가스의 한 카지노일수도 있고 아니면 축제나 뗏(설) 기간 동안의 베트남 어느 시골일수도 있다.
1697년 완성된 베트남 후레(Hậu Lê) 왕조의 공식역사책인 ‘대월사기전서’(Đại Việt sử ký toàn thư/大越史記全書) 기록에 따르면 쩐왕조(Trần dynasty/陳왕조)의 쩐유똥(Trần Dụ Tông/陳裕宗/진유종) 왕은 왕실정원에 도박장을 열고 부자들을 초청하여 함께 도박을 했다.
이것은 선조들이 엄격하게 금지한 규칙을 정면으로 어긴 것인데, 이러한 폐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게 되었고, 왕실의 권위는 떨어지고 결국에는 나라가 망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1915년 발행된 ‘베트남 풍습’에서 말하기를 “어리석은 사람들이 종종 도박에 중독되곤 한다. 보통 즐기는 달이라고 부르는 음력 설 이후 첫 세 달 동안 어른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아이, 아녀자도 여기 저기 모여서...사람들은 어디서나 도박에 대해서 얘기하곤 한다. 이것은 단지 봄 동안만의 취미이지만 도박에 미친 사람들은 1년 내내 도박을 한다.”
이런 역사의 기록만 보더라도 도박은 아마도 세대와 세대를 이어오며 베트남인들에게 뿌리 깊게 박힌 취미나 악습인지도 모른다.
보건부장관의 예비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도박사이트인 ‘Rik-vip/Tip.clup’에 2015년 4월18일부터 2017년 8월29일까지 카운터 된 도박인의 수는 4,290만명 이상인데, 한 사람이 평균 3회 참가했다고 가정하면 도박인의 수는 1,400만명 이상이다. 이는 15세 이하의 청소년을 제외한 인구의 23.5%로, 성인 인구의 20%가 이 거대한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이용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경찰이 발견한 도박사이트에 국한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충격적이며 믿을 수 없는 비율이다. 만약 다른 불법 도박 사이트나 도박장 또는 닭싸움 도박 등과 같은 수많은 비공식 도박을 더한다면 도박인의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현실과 수치는 베트남에서 도박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국은 도박 중독에 대해 당근과 채찍 둘 다 사용하는데, 우선 법에서는 도박을 하는 자와 도박장을 개설한 자는 10년의 징역형과 1억동 이상의 벌금형, 도박과 관련된 모든 재산의 몰수라는 법정 최고 형량으로 엄벌하고 있다. 지방 정부는 도박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으며 도박자들은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가혹한 방법만으로는 도박의 유혹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들은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떠이닌(Tây Ninh)성 목바이(Mộc Bài) 국경검문소를 지나서 캄보디아에서 카지노를 하거나, 홍콩이나 마카오 또는 싱가포르 등 해외로 원정 도박을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국은 당근책으로 우선 몇 개 지방 정부에서 카지노장을 허가하여 도박인들이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만 했다.
카지노 사업 합법화에 대한 법령 'Decree 03/2017/ND-CP'과 정부 이행 지침 재정 회람 ‘102/2017’ 이후 많은 사업자들이 카지노장 운영, 특히 광닌(Quảng Ninh)성 번돈(Vân Đồn), 끼엔장(Kiên Giang)성 푸꾸옥(Phú Quốc), 깐화(Khánh Hòa)성 박반퐁(Bắc Vân Phong) 3곳의 경제특구에 대해서 문의를 하였다. 현재까지 8곳의 카지노가 허가를 받았으며 그 중 6곳이 운영중에 있다.
또한 지난해 초 정부는 경마, 경견, 국제축구에 대한 공식적 베팅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면서 경마, 경견, 국제축구 베팅에 대한 법령 'Decree 06/2017'을 발표하였는데, 이 법령의 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공표되면 많은 투자자들이 이처럼 돈이 되는 베팅 시장에 확실히 참가할 것이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도박의 합법화는 도박산업과 그 종사자들을 투명하게 하고, 당국의 도박에 대한 감독을 더 쉽게 하며, 국가예산 수입의 증가와 도박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도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있다.
스코틀랜드 사회 조사 센터의 2006년도 연구에 따르면 카지노와 다른 합법적인 도박 산업은 저임금 근로자, 낮은 교육 수준, 직업이 없는 사람들과 같은 사회 취약 계층을 더 빈곤하게 하고, 카지노가 있는 곳의 도박 중독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또한 캐나다 레스브리지(Lethbridge) 대학의 2011년 연구에서는 범죄율의 증가와 사회적 평등 격차가 증가함을 지적한다.
베트남은 몇 가지의 도박산업이 합법인 영국, 미국, 호주나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국과는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 취약한 공공시스템, 범죄조직과 부패한 공무원이 결탁한 심각한 부패와 같은 과도기적 국가의 양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역으로 도박의 위험성이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가 도박은 정실자본주의의 가장 전형적인 산업이라고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므로 도박의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깨끗한 제도, 곧고 명확한 법률 체계 그리고 투명한 정보와 같은 거시적 수준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인 ‘Rik-vip/Tip.clup’는 전례없는 규모로 아마도 특별한 경우일지도 모른다. 도박이 쉽고 인기가 있는 한 도박을 통제할 해법은 없다.
정부는 앞으로 합법적인 도박에 가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도박은 고객이 돈은 지불하지만 그 실제의 가치는 알지 못하는 산업이다. 많은 도박인들은 심지어 그들이 하는 게임이나 슬롯머신의 승률과 배당률조차도 모르는 실정이다.
때문에 정부가 제공하는 그러한 정보들은 도박인들로 하여금 그들만의 지식으로 큰 행운을 기대할 수 없으며, 연속해서 진 후에 한탕 크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고, 그리하여 언제 게임을 그만둬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이 무엇이던지 도박의 인기는 시들 줄 모른다. 여전히 사람들은 능력 대신에 행운으로부터의 부를 기대하고 있으며, 도박으로부터의 파산은 늘 그곳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