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도 응웬, 저 사람도 응웬...’…왜 이렇게 응웬이 많아?

- 응웬(阮, NGUYEN)은 성(姓)…베트남 전 인구의 39% - 우리의 김(金), 이(李), 박(朴)씨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 - 중국서 유래, 왕조교체될 때마다 확산된 듯 -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구엔’으로 표기된 적도 - 베트남 성명, 성+이름+마지막이름 3~4개 음절로 구성 - 성빼고 이름만 부르는 경우 많아…콩푸엉, 꽝하이 등

2019-04-18     투 탄(Thu thanh) 기자

 

응웬


베트남의 문화와 풍속은 우리와 다른 것이 많다. 베트남의 고유문화와 관행 등을 알아두면 여행을 가거나 베트남 사람들을 만났을 때 도움이 된다. 알아두면 쓸모있을 베트남만의 것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인사이드비나=호치민, 투 탄(Thu thanh) 기자]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에는 베트남 선수가 있다. 응웬 콩 푸엉((Nguyen Cong Phuong•24). ‘베트남 메시’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실력이 뛰어나 베트남에서 ‘인기짱’이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에는 콩푸엉에 버금가는 스트라이커 응웬 꽝하이를 비롯해 응웬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9명이나 된다.

정치지도자들도 응웬이 많다. 응웬 푸 쫑(Nguyen Phu Trong) 공산당서기장겸 국가주석, 쑥(Nguyen Xuan Phuc) 총리, 응웬 티 킴 응언(Nguyen Thi Kim Ngan) 국회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인사이드 비나 베트남총국에도 현지인 기자가 4명 있는데, 응웬 떤 풍(Nguyen Tan Phung), 응웬 투 탄(Nguyen Thu Thanh) 응웬 늇( Nguyen Nhut) 등 3명이 응웬이다.

응웬(阮, NGUYEN) 성(姓)이다. 베트남에는 100여개의 성이 있고 이 가운데 14개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 그 중에서도 응웬이 이같이 압도적으로 많다. 응웬이 전 인구의 39%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10명중 4명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金)씨가 21% 정도로 가장 많고, 이어 이(李)씨 14%, 박(朴)씨 8% 순으로 많다. 응웬은 김, 이, 박씨를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다. 그러니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이사람도 응웬, 저사람도 응웬, 모두가 응웬’이다.

쑥(Nguyen

응웬이 많은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중국 전래설과 왕조교체에 따른 확산설이 그럴듯해 보인다.

5세기 중반 중국 안후이(安徽), 저장성(浙江省) 등에 사는 응웬씨들이 혼란과 위험을 피해 베트남으로 넘어와 이들의 정착과정에서 점점 퍼졌고, 이후 1200년대 리(Ly)왕조가 무너지고 쩐(Tran)왕조가 들어서면서 크게 늘어났다는 설이다.  

쩐 왕조는 Ly왕조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 후예들에게 응웬으로 성을 바꿀 것을 강요했고, 이후 새왕조가 들어설 때마다 관행적으로 이전 왕조의 성이 응웬으로 바뀌게 됐으며, 그러다가 마침내 1802년 응웬왕조까지 등장하며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1945년까지 140여년을 통치한 응웬왕조는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데, 왕이 성을 하사하기도 하고 왕족과 같은 성이면 혜택이 많아 일반인들도 자발적으로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고려 태조 왕건이 왕씨 성을 하사하고 그 성을 가진 사람들이 관직에 많이 오르는 등 특혜를 누린 것과 비슷하다.

인천

 

베트남의 사람 성명은 대부분 성, 중간이름, 마지막 이름 등 3~4개 음절로 이뤄지는데, 이름을 부를 때 성을 생략하고 이름만 부르는 경우가 많다. 숫자가 많은 응웬은 더욱 그렇다. 응웬 콩푸엉은 K리그의 등록 이름이 콩푸엉이고, 응웬 꽝하이도 그냥 꽝하이로 불린다. 

그러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경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직책 앞에 성과 이름을 다 부르는 것이 예절에 맞는 것이라고 한다.

응웬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구엔’으로 표기된 적이 있다. 첫자인 N을 묵음으로 해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전 남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이 응웬 반 티유(Nguyen Van Thieu) 였는데 그가 방한했을 때 당시 우리 언론 등 여러 기록을 보면 구엔 반 티유 대통령이라고 표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