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5~64세 여성 경제활동비율 79%…세계 최고수준

- 英 이코노미스트, 54개국 비교분석…대부분의 OECD회원국보다 높아 - 남성과 여성 사업가 비율 1 : 1.14, 세계최고…여성이 훨씬 도전적

2019-06-11     이희상 기자

 

[인사이드비나=하노이, 이희상 기자] 생활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베트남 여성들의 취업률이 수치로 확인됐다.

영국의 경제전문매체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베트남 여성 노동참여율이 전세계에 가장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라며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 실태를 자세히 소개했다.

하노이 남쪽에 위치한 한 농장의 여성 주인  동티빈(Dong Thi Vinh)씨는 파란 들판을 씩씩하게 걷곤 한다. 이따금씩 그녀는 잡초나 자몽을 따기 위해 걷다 멈춰 서기도 하는데, 7년전 친구와 함께 시작한 유기농 채소사업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 중국보다 10%포인트나 높아오랜 전쟁, 여성들 자연스럽게 노동시장 편입

회사 설립 후 그녀는 주변 학교들에 채소를 공급하기 시작해 매출이 매년 10%씩 성장했고, 이후 그녀는 스스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 그녀의 회사에는 19명의 정규직원이 있다. 흥미로운 점 하나는 이들 모두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딸 역시 가업을 잇기 위해 안정적인 공무원의 삶을 포기하고 현재 어머니의 야채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여성경제활동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15세부터 64세까지 여성인구의 79%가 노동에 참여한다. 이 수치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스웨덴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높은 것이며 중국보다는 10%포인트나 높다.

1960년 25~45세의 베트남 남녀 성비는 남성 100명당 여성 97명이었으며, 전쟁이 끝난 1975년에는 이 수치가 93명까지 떨어졌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많은 사람들 역시 전쟁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제는 백발노인이 되어버린 빈씨의 남편도 전쟁으로 몸이 피폐해져 버렸다고 그녀는 말했다. 빈씨의 남편은 짧은 시간의 가내노동조차 힘들어했고, 현재 이 마을에는 빈씨의 남편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남성들이 수없이 많다.

전세계 많은 학자들은 베트남이 기원전부터 모계사회라고 추정하고 있다. 오랜 역사속에서 중국, 프랑스,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남자들이 전사하거나 다치면서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으로 편입되었다.

베트남의 여성노동 참가율이 높은 데는 유교사상 역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교사상은 베트남전쟁으로 촉발된 민족주의와 결합돼 여성들도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부여했다.

거리에는 군복을 입은 여군의 이미지가 출력된 선전물들이 부착되어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독려했으며, 정부의 여성지원정책 역시 맥을 같이해 2013년에는 출산여성의 육아휴직 기간이 역내 평균보다 6개월 이상 많았다.

◆ 가사일은 여전히 부담…산업구조 변화하며 여성들의 독립성도 두드러져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유형의 일을 선호하는데, 남성은 일반기업이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직업군에서 일자리를 얻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은 보다 도전적인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조사에서도 나타나는데, 조사대상국 54개국의 전체 사업가 중 남성과 여성 사업가의 비율은 베트남이 1 : 1.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베트남 여성들은 가사일뿐 아니라 직업활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여성인 응웬 티 홍(Nguyen Thi Hong)씨는 하노이시의 한 큰 시장에서 매일 10시간동안 생닭을 판매하는데, 이렇게 번 돈으로 남편과 세 명의 자녀를 돌보고 시부모, 시숙까지 모신다. 그녀는 “내가 일하지 않으면 우리 가족은 살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베트남 여성들에게도 가사일은 여전히 부담이다.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남자들에 비해 많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사일의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른바 가정내 역할불평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여성들의 독립성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메콩강발전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메콩삼각주에 새로 생겨난 섬유 및 포장 공장들의 노동수요 급증으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더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때에도 남자들은 집에 있거나 가축을 키우는 일에 종사했으며, 이 지역의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여성과 남성의 권력균형이 바뀌게 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혼은 점점 더 늘어났고 가정폭력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마침내 베트남 여성들은 본인 스스로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