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누드화, 해외에서 고가 국내에서는 찬밥

- 레포의 작품, 크리스티경매서 150만달러에 낙찰 - 1929년 누드화 처음 등장, 많은 화가들이 그려온 장르 - 베트남 관습문화상 금기시, 국내선 수요 없어

2019-07-08     투 탄(Thu thanh) 기자

[인사이드비나=호치민, 투 탄(Thu thanh) 기자] 베트남 누드화가 해외에서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베트남 누드화는 외국 경매에서 가끔 100만달러 이상에 경매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의 후기인상주의 거장 레포(Le Pho)의 ‘코아 턴(누드)’ 유화는 지난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40만달러에 팔려 공개 경매에서 판매된 베트남 그림 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세기&컨템포러리아트 경매에서 레포의 또 다른 작품인 ‘땀 비엔(해수욕)’이 50만5,000달러에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 경매에 나온 총 232점의 작품 중 138점이 베트남 작가들의 작품이며, 이 작품들이 모두 완판됐다고 말했다.

누드 장르 자체로는 부 까오 덤(Vu Cao Dam)의 ‘응이 응어이 사우키 땀(목욕 후 휴식)’이 작년 소더비(Sotheby) 홍콩에서 62만9,219달러에 팔린 바 있다.

베트남 미술계에서는 1929년 남션(Nam Son)의 ‘깜 요 팟(부처님을 유혹하다)’과 함께 누드화가 처음 등장했지만, 국내 미술가들에게는 아직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국내 화가들은 누드화가 베트남에서 인기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화가 부이 탄 프엉(Bui Thanh Phuong)에 따르면 누드화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로 여겨지는 반면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민감한 장르이다.

또 다른 화가 쩐 탄 깐(Tran Thanh Canh)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누드화를 그리고 있지만 작품을 전시하거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를 원하지 않으며, 그들만의 작은 프로의 세계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누드화가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수요 때문이다. 미술학자인 응오 킴 코이(Ngo Kim Khoi) 교수는 누드화가 미술학과에서 필수적인 과목이지만, 베트남의 '관습문화’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많은 베트남 대중들에게는 금기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관계자들은 누드화가 금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제로 취급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누드 작품과 전시회에 대한 허가서가 발급되고 있지만, 누드화 작품 개인전을 위한 신청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작년 하노이에서 처음으로 누드 사진전이 열렸다. 이 행사는 정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했기 때문에 역사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다. 모든 관람객에게 공개돼 수위 등의 논란이 없도록 조심스럽게 선정된 사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누드 작품이 개방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사진작가 하오 니엔(Hao Nhien)의 2017년 호치민시 누드작품 전시회 또한 베트남에서의 이런 인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