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1) 美, 홍콩 민주화시위 지지 VS 中, 현애늑마(懸崖勒馬)

- 미 하원, 홍콩시민지원 3개법안 통과…중국, '후회할일 말고 멈춰라' 으름장 성명

2019-10-18     이형로

[인사이드 비나=이형로] ‘懸崖勒馬(현애늑마)’. 미국 하원이 지난 15일 홍콩 민주화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자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이 발표한 반발성명에 들어있는 표현이다. 

현애늑마는 청나라 건륭제 때 사고전서(四庫全書)를 편찬한 기윤(紀昀,1724~1805)의 ‘열미초당필기(閲微草堂筆記)에서 유래한 말로 '말등에서 졸다가 천길 낭떠러지에 이르러 정신 차리고 말고삐를 죄다'라는 뜻이다.

원래는 ‘위험에 처해 정신을 바짝 차리다'라는 좋은 의미이지만 ’위험을 겪고 나서야 잘못을 깨닫는다‘는 부정적 의미도 있다. 중국의 성명은 미국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정신을 차리라‘는 으름장이다.

미 하원의 홍콩지원 법안은 3개다. 먼저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벤 카딘 상원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무부가 매년 홍콩의 자치수준을 평가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 지속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은 관세나 투자•무역•비자발급 등에서 중국과 다른 특별대우를 받고있다.

두 번째 법안에는 중국의 홍콩 자치권 침해를 규탄하고 홍콩 시민의 시위권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세번째 법안에는 홍콩 인권문제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고무탄과 최루탄 같은 시위 진압장비의 홍콩수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홍콩 시위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민주화투쟁에 대한 지지 표명을 촉구했으며, 특히 이 법안을 생명줄로 여겨 미국 의회에 관심을 호소해왔다. 지난 14일 밤에는 15만명의 시위대가 홍콩중심가인 체이터가든에 모여 대형 성조기를 앞세운채 법안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홍콩은 국제 금융과 무역의 허브로 중국의 대표적인 금융 수익원이다. 만일 미국이 부여하는 특별지위를 잃는다면, 홍콩의 위상은 물론 중국정부의 경제적 이득에도 타격을 받게 된다.

홍콩 시민들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수준을 평가하게 된다면, 중국이 노골적인 홍콩의 중국화를 멈추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중국의 반발성명은 이들 법안이 통과된지 6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왔다. 그만큼 홍콩 민주화시위와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심각하게 여기며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겅솽 대변인은 “격하게 분노하며 결단코 반대한다”고 입을 연뒤 ”미 하원은 시위대의 방화와 파괴,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를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로 왜곡하며 극단적으로 위선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겅솽은 “만일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중국의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 자신의 이익도 크게 훼손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단호하게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이 정세를 분명히 파악하여 ‘현애늑마’하기 바란다고 말을 마쳤다. ‘미국, 너희들 정신차려!’라고 경고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현애늑마 인용은 이번 뿐만 아니다. 지난 2017년 3월 외교부장 왕이(王毅)도 우리나라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비판하면서 이 표현을 썼다.

“中方敦促韓方 懸崖勒馬(우리 중국은 한국당국에 현애늑마하기를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다)". 당시 왕이가 한 말이다. '돈촉(敦促, 간절히 촉구한다)‘이란 점잖은 말을 써가며 사실은 협박을 한 것이다.

이같이 중국의 외교부나 지도자라는 인물들은 상대방에 경고할 때, 아니 겁박할 때 현애늑마라는 고사성어를 애용한다. 이들의 현애늑마는 ‘관을 보고 나서야 눈물 흘리며 후회하지 말라’는 보복성 말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사드배치로 우리는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봤다. 중국의 현애늑마 위협이 통한 셈인데 과연 미국에도 먹혀들지 궁금하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3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