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자본금 62억달러 초대형회사 창업 해프닝…'술취해 실수?'

- 삼성전자 자본금 7780억원보다 9배나 큰 규모 - 설립자 3명중 1명 "술마시다 실수한듯, 아무것도 기억안나" 해명

2020-03-02     이희상 기자

[인사이드비나=하노이, 이희상 기자]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자본금 62억달러(약 7조원)의 초대형 회사가 설립돼 큰 관심을 끌었으나 투자자들의 숙취로 벌어진 해프닝으로 판명됐다.

지난 1월 베트남의 신규등록기업 자본금은 77% 급증했는데, 이는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생소한 부동산기업 USC인터코(USC Interco)의 설립 때문으로 밝혀졌다.

USC인터코의 자본금은 1월에 신규등록된 8300개 기업의 총등록자본금의 절반을 넘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USC인터코의 자본금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베트남(PVN)과 베트남전력공사(EVN)에는 못미치지만 최대 국영통신사 비엣텔(Viettel)보다 규모가 크다.

세계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의 자본금 7780억원보다는 9배나 많은 규모다.

현지매체들은 거대 자본금의 이 신생 부동산기업을 취재하기 위해 본사를 찾았지만, 본사 소재지가 평범한 3층짜리 단독주택인 점을 보고 회사설립에 착오가 있음을 알게 됐다.

USC인터코 설립자 3명중 1명이자 해당주택에 거주중인 낌 티 프엉(Kim Thi Phuong) 대표는 “자본금의 30%에 해당하는 43조2000억동(18억6000만달러)을 내가 출자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후 큰 충격에 빠졌다”고 밝혔다.

프엉 대표는 “투자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실수를 한 것 같다”며 “회사설립 과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현재 프엉 대표는 식수배송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프엉 대표는 USC인터코의 지분 40%로 등록된 공동창업자인 응웬 호안 선(Nguyen Hoan Son) 대표의 조언에 따라 자본금을 출자하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엉 대표는 “다행스럽게도 조기에 이 사실을 알게 돼 기획투자부에 폐업허가를 긴급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USC인터코는 총 59개 사업유형으로 등록됐으며 주 사업분야는 부동산업이다. 회사의 대표는 지분 30%를 보유한 쩐 지아 퐁(Tran Gia Phong)으로 등록됐지만 등기인은 다른 명의로 등록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프엉 대표와 함께 공동창업자로 등록된 퐁과 손 등 2명의 대표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프엉 대표가 실수라고 고백한 것처럼 두사람 역시 자본금을 출자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하노이 소재 한 법인등록대행사 대표는 “기업들은 행정절차 간소화로 인해 자유롭게 자본금을 등록할 수 있긴 하지만 등록과정이나 자본금 규모로 볼때 USC인터코의 실수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법인설립에 있어 대표는 각 항목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요청받으며, 기업등록 관계자들 역시 전례없이 큰 자본금 때문에 USC인터코 설립과정에서 세부사항에 대한 확인을 거듭했을 터인데 그대로 등록된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