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긴 후에왕궁 분홍 벽오동꽃만 만개

- 예년엔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곳…코로나19로 폐쇄돼 쓸쓸함 느끼게 해

2020-03-30     임용태 기자

[인사이드비나=다낭, 임용태 기자] 응웬왕조 2대 민망왕(明命, 1791~1841)이 심은 벽오동꽃이 개화시기를 맞아 후에왕궁을 분홍빛으로 수놓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왕궁이 폐쇄되며 인적이 끊긴 이곳엔 홀로 벽오동꽃만이 만개해 왕조 흥망의 쓸쓸함과 왕궁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중국 자금성을 본떠 지은 타이호아전(Thai Hoa, 태화전) 뒤로 자리잡은 벽오동나무는 잎이 다 떨어지고 분홍꽃이 만개해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 섬돌 앞에 떨어지는 오동잎사귀에 이미 가을소리가 들리네)’. 옛사람들이 오동잎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었듯 활짝 핀 벽오동꽃을 보고 있노라면 봄의 한가운데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후에왕궁의 오동나무는 늦봄과 초여름에 꽃이 핀다. 해마다 이맘 때쯤에 만개하는 벽오동꽃은 후에왕궁의 특별함을 더한다.

후에왕궁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벽오동꽃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아 이 시기를 전후해 수많은 인파가 북적이나 올해는 괴이한 전염병으로 사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고요한 바람소리뿐이다.

벽오동나무는 응웬왕조 민망왕 집권 당시 중국에서 묘목을 가져와 타이호아전 앞에 위치한 껀짠전(Can Chanh)과 왕궁내 주요 시설들에 가장 먼저 심어졌다. 이 때문에 벽오동꽃은 민망왕의 상징인 테미에우(The Mieu) 사원에 새겨져 있다.

분홍빛 벽오동꽃을 보고 사람들은 분홍색 아오자이(Ao Dai, 베트남 전통의상)를 떠올리곤 한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타이호아전 지붕에 장식된 벽오동꽃 문양은 뒤쪽에 선 실제 벽오동꽃과 조화를 이룬다.

(사진=vnex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