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법원, 베트남전쟁 당시 ‘고엽제 피해’ 재판 시작

- 베트남계 여성, 몬산토 등 14개 화학회사 상대로 제소 - ”나 자신뿐 아니라 내 아이들과 수백만명의 다른 피해자들 위해 싸우고 있다" - '에이전트오렌지' 피해 베트남인들에 대한 첫 민사소송 인정

2021-01-26     투 탄(Thu thanh) 기자

[인사이드비나=호치민, 투 탄(Thu thanh) 기자] 프랑스 법원이 베트남전쟁 당시 일명 ‘에이전트오렌지(Agent Orange)’로 불린 다이옥신 고엽제로 피해를 입은 베트남 출신 여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26일 AFT통신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올해 79세인 베트남계 프랑스인 쩐 또 응아(Tran To Nga)씨가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측에 에이전트오렌지를 공급한 몬산토(Monsanto)를 포함한 14개 화학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당시 14개 화학회사는 현재 독일기업 바이엘(Bayer)과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이 그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

파리 남쪽 에브리(Evry) 지방법원에서 25일 시작된 이번 재판은 당초 작년 10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었다.

이번 소송의 변호인단에 참여한 국제법 전문가 발레리 카바네스(Valerie Cabanes) 변호사는 "베트남인 피해자들에 대한 민사소송 인정은 향후 소송의 법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송 당사자인 응아씨는 베트남전쟁 당시 기자였으며 NGO(비정부기구) 등 여러 단체에서 약 60년간을 활동해왔다. 2014년 응아씨는 여러 NGO의 지원으로 이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그녀는 “독극물을 공급한 회사들은 나와 내 아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 책임을 져야 하며, 동시에 수많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재앙적인 환경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피고측인 해당기업들은 미군이 사용한 제품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이엘 대변인은 “에이전트오렌지는 오로지 군사적 목적을 위해 미국 정부의 특별통제하에 생산됐다”고 항변했다.

현지매체에 따르면, 응아와 그녀의 변호인단은 당시 제조업체들이 에이전트오렌지의 진정한 독성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미국 정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에이전트오렌지에 의한 피해를 보상받은 국가는 미국을 포함해 호주, 한국 뿐이다.

카바네스 변호사에 따르면, 에이전트오렌지는 글리포세이트(glyphosat)와 같은 기존 제초제보다 독성이 13배 더 강하다. 미군은 베트꽁을 소탕하기 위한 명분으로 약 7600만리터의 제초제와 고엽제를 뿌렸다. 이 때문에 베트남과 인근 라오스, 캄보디아 주민 4백만명 이상이 10년동안 에이전트오렌지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미국은 1971년 제초제 및 고엽제 사용을 중단했다. NGO들은 에이전트오렌지가 풀과 나무를 고사시키고 토양을 오염시키며 사람과 동물에게 암 등 각종 질병과 기형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응아씨는 "나는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내 아이들과 수백만명의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응아씨는 소장에서 에이전트오렌지가 신체의 면역체계를 공격하며 그 독성으로 자신이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희귀질환인 인슐린 알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응아씨는 또한 두번의 결핵과 암에 걸렸으며 심장질환으로 딸을 잃기도 했다.

카바네스 변호사에 따르면, 매년 약 6000명의 베트남 어린이들이 선천적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기형으로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