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한 1600만원 찾아준 아파트 경비원과 입주민…한파녹인 ‘기분좋은 사건’

- 부산 사상구 괘법2차 한신아파트 김영근씨…"할일 했을 뿐", 한사코 사례 고사 - 돈주인, 경비원들 위해 컵라면 20박스 선물…입주자대표회의, 포상하기로

2021-02-18     오태근 기자

[인사이드비나=오태근 기자] 18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전해진 경비원과 입주민의 ‘정직과 배려, 감사’의 미담이 영하 10℃의 한파로 얼어붙은 세상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부산 사상구 괘법2차 한신아파트의 경비원 김영근(67)씨가 현금 1600만원이 들어있는 가방을 습득해 주인인 입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했는데 돈 주인의 사례를 한사코 고사했으며 이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포상을 하기로 했다고 JTBC가 보도했다.

JTBC에 따르면 설날인 지난 12일 저녁 8시쯤 김 씨는 순찰 도중 바닥에 떨어진 두툼한 목욕가방을 발견하고 주워서 경비실에서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돈뭉치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곧바로 인근 덕포파출소에 습득물 신고를 하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목욕가방을 넘겼다. 가방에 들어있는 돈은 1632만원이었다. 다행히 가방안에는 주인의 연락처가 있었다.

경찰은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달려온 주인에게 가방을 돌려줬다. 돈가방의 주인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입주민이었다. 경찰은 분실한 현금의 5~20% 정도를 습득한 사람에게 사례비로 줄 수 있도록 돼있는 분실물 습득 사례규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가방을 찾아준 김 씨는 경비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극구 사양했다. 그러자 가방 주인은 고생하시는 경비원들을 위해 간식이라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주겠다’, ‘괜찮다’는 유쾌한 실랑이 끝에 지난 16일 결국 컵라면 20박스(120개)를 주고 받았습다. 김 씨는 동료 경비원들과 컵라면 잔치를 했고 동료들은 김 씨의 선행을 칭찬했다. 김씨는 따끈한 컵라면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그저 족하고 감사할 뿐이라고 답했다.

훈훈한 소식을 전해들은 입주민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1094세대 아파트 각동 게시판에 김 씨의 미담글을 게시했고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조만간 김 씨에게 상패와 부상도 주기로 했다.

게시된 미담글 말미에 ‘소작복덕(所作福德) 불응탐착(不應貪着)’ 이라는 구절이 눈에 띤다. 금강경(金剛經)에 있는 말로 ‘선한 일을 하더라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직업의식이 투철한 아파트 경비원의 정직함, 그리고 돈주인과 입주자들의 감사와 배려의 마음이 흐뭇한 미소와 가슴 따뜻해지는 스토리를 엮어낸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입주민들의 갑질 소식을 잊게 해주는 ‘기분좋은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