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1000조 넘어서, 사상 처음…주택담보대출 계속 증가

- 한은 ‘2월중 금융시장 동향’…1003조1000억원, 전월대비 6.7조원↑ - 아파트 전세가•매매가 지속상승…‘영끌’까지 동원한 ‘패닉바잉’ 영향 -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은 줄어…증시조정 따른 ‘빚투’수요 둔화된 듯

2021-03-10     조길환 기자

[인사이드비나=조길환 기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은행의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치솟는 아파트값과 전세값이 가계대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1년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7000억원 증가했다. 한달전(7조6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2월 기준으로는 지난해 2월(9조3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주택담보대출은 6조4000억원 늘어났다. 전월 증가폭(5조원)보다 1조4000억원 많은 것으로 2월 기준으로는 지난해 2월(7조8000억원) 이후 역대 두번째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이 약 3조4000억원 늘어 한달전(2조4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커졌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전셋값 상승, 그리고 아파트가격의 지속 상승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까지 동원한 ‘패닉바잉(panic buying)’ 등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수없는 부동산안정대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지금이라도 사지 않으면 영원히 내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이다.

연초 급증했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3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전월 증가폭(2조6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설 상여금 효과와 함께 지난달 증시조정에 따른 ‘빚투(빚을 내서 투자) 감소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 1월 25조9000억원에서 2월에는 9조6000억원으로 크게 줄어 주식투자 관련 자금수요가 둔화된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코로나19 이후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가격 상승과 함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은 995조3000억원으로 전월대비 8조9000억원 증가하며 2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대기업대출은 6000억원 증가에 그친데 반해 중소기업대출이 8조4000억원 늘어나 기업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등으로 4조1000억원 늘어나 증가폭이 전월(2조2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커지며 2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