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이건희 회장 유족, 유산 60% 사회환원…상속세, 의료부문 1조 기부, 예술품 기증

- 유산•세금•유족별배분 등은 미공개…상속세는 5년 분할 납부키로 - 감염병전문병원설립 등 감염병 대응에 7000억, 어린이 암환자 지원 3000억 - 지정문화재 60점 등 고미술품 2만1600여점 국립박물관에 기증 - 모네•달리 등 서양명화,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 한국근대미술품…국립현대미술관, 지자체로

2021-04-28     조길환 기자

[인사이드비나=조길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12조원의 상속세를 납부하고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어린이 암환자 지원을 위해 1조원을 기부하며 2만3000여점의 ‘이건희 컬렉션’ 예술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 유족들의 상속세는 국내 최대규모이자 세계적으로도 최고수준에 달한다. 기부금과 예술품 등까지 포함하면 유산의 60%를 사회에 환원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같은 이재용 회장 유족의 상속세 납부 계획과 함께 사회 환원 계획 등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세금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인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상속세 12조원 이상…국내외 역대 최고수준, 작년 정부 상속세수의 3~4배 규모

유족들이 납부할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으로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수준이며 지난해 우리 정부의 전체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유족들은 연부연납제도를 통해 4월부터 앞으로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은 앞서 상속세를 신고할 때 신고세액의 6분의 1인 2조원을 먼저 내고 나머지 6분의 5를 5년간 분납하기로 했었다.

삼성전자는 유산의 규모와 유족 배분 내역, 정확한 상속세액과 유족별 상속세액 등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상속세가 12조원 이상으로 전체 유산의 절반이상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유산은 22조~23조원으로 추산된다. 

유산은 주식과 예술품, 한남동 자택과 에버랜드 땅 등 부동산 등이다, 주식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 ▲삼성생명 (4151만9180주) ▲삼성물산(542만5733주) ▲삼성SDS(9701주) 등 19조여원에 달한다. 이건희 컬렉션은 2조~3조, 부동산은 2조원 등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주식의 개별상속 지분은 앞으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사항이라 상속세 납부 마감인 30일이후에는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 배분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쪽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뤄져있는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최대주주이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1%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삼성생명(20.76%)과 삼성전자(4.18%) 지분을 모두 넘겨받지 않겠느냐게 일각의 관측이다.

◆감염병전문병원설립등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

유족들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 감염병 대응과 어린이 암환자 희귀질환자 지원등 의료공헌에 1조원 규모의 기부 계획을 밝혔다. 

먼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어린이 암환자•희귀질환 환자 지원에 3000억 기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한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기부한다. 향후 10년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게 된다. 서울대와 외부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의료부문 기부는 고인의 '인간과 생명 존중' 경영철학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며 남다른 '어린이 사랑'도 반영됐다는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개인소장 미술품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국민 품으로"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에 이르는 이건희컬렉션도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