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33) 솥바위(鼎巖)와 창업대국의 꿈…삼성•LG•효성 태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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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33) 솥바위(鼎巖)와 창업대국의 꿈…삼성•LG•효성 태동지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2.04.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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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수초등학교, 창업의 성지…이병철•구인회•조홍제 창업자 공부한 곳
- 창업기풍 이어져 제2의 경제도약 원동력 되기를
(왼쪽부터) 이병철 삼성, 구인회 LG(옛 럭키금성),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 한국 기업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3명의 창업자는 경남 남강(南)의 솥바위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 같은 초등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이들이 창업한 회사명에 별 성(星)자가 들어있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삼성/LG/효성) 

과거 벤처캐피털(VC) 회사에서 근무할 때 언론사와 공동으로 ‘창업대국’ 캠페인을 기획한 적이 있었다. 기획내용 가운데는 우리나라 대표적 창업 기업인들의 생가를 찾아 그들의 창업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우리경제의 미래 동력으로 삼자는 취지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솥바위(鼎巖)가 눈에 띄었고 살펴보니 가히 창업의 성지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솥바위는 경상남도 의령군과 함안군을 경계짓는 남강(南江)에 있다. 경상남도 의령군 정암리,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왜군을 무찌른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의 승전고가 울려 퍼진 곳이다. 이 마을에 흐르는 남강 가운데 4m 높이로 솟아있는 바위, 모양새가 솥을 닮았다고 하여 솥바위(鼎巖)로 불리운다.

남강 물위에 드러나 있는 부분은 솥뚜껑이고 물 속에 있는 세 개의 발이 각기 남쪽, 북쪽, 동남쪽을 향하고 있다고 전해 내려온다. 솥은 밥을 하는 그릇이다. 따라서 예로부터 솥은 부(富)를 상징하는 의미로 여겨졌다. 그런데 조선시대 말기 한 도사가 이 솥바위에 앉아 머지않아 이 솥바위를 받치고 있는 3개 다리의 방향으로 반경 20리 (8km) 이내에 큰 부자 3명이 난다고 예언했다고 한다. 물론 확인할 수 없는 전설 같은 얘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재벌 창업주 3명이 솥바위 근처에서 나왔다.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이병철 생가(솥바위로부터 8km 북쪽),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구인회 생가(7km 남쪽),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조홍제 생가(5km 동남쪽)가 예언처럼 솥바위에서 반경 20리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예언이 현실로 된 것이다.

이병철 삼성, 구인회 LG, 조홍제 효성 창업자 등이 다닌 경남 의령의 지수초등학교와 생가 인근의 솥바위(鼎巖). 지수초등학교는 이들 3명을 비롯해 1980년대 국내 100대 기업인중 30명을 배출했으며 중소벤처진흥공단의 K-기업가정신센터 개소 등에서 보듯 창업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사진=전경련/ 경남 의령군)
이병철 삼성, 구인회 LG, 조홍제 효성 창업자 등이 다닌 경남 의령의 지수초등학교와 생가 인근의 솥바위(鼎巖). 지수초등학교는 이들 3의 창업자를 비롯해 1980년대 국내 100대 기업인중 30명을 배출했으며 중소벤처진흥공단의 K-기업가정신센터가 개소되는 등 창업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사진=전경련/ 경남 의령군)

풍수지리에서는 솥바위를 별자리로 보는 이도 있다. 고대에 사람들은 뭐든지 별과 함께 생각했다고 한다.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세개가 오리온 별자리의 삼태성 별과 방위각이 같다고 하는 ‘신의 지문’도 있다. 

그래서인지 솥바위 부근 창업자들이 세운 기업에는 별(星) 이름이 들어간다. 삼성(三星), 럭키금성(金星, LG의 옛사명), 효성(曉星) 등의 회사이름에 별이 들어가 있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만은 어렵다.

게다가 삼성 이병철 회장의 호는 호암(湖巖)이고 LG 구인회 회장의 호는 연암(蓮庵)이다. 이들의 호에 같은 발음의 글자가 들어가 있는 것도 정암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정암리 마을에는 예로부터 솥을 걸어놓고 밥을 지어먹는 풍습이 있었다. 솥밥은 혼자 먹지 않고 나눠 먹는 것이다. 지은 밥을 혼자 먹는 것은 장사치나 할 몫이고 밥을 지어 나눠 먹는 것은 기업인들의 몫이다. 그래서 솥바위 부근에서 걸출한 기업인들이 탄생한게 아닌가 싶다. 

또 곽재우 장군의 애국충절의 혼이 서린 곳이라 이들은 일제하 독립운동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조홍제 회장은 6.10 만세운동의 주역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구인회 회장은 동업자 허만정 회장과 함께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자금을 대기도 했다. 백산상회의 안희제 선생을 통해서였다. 걸리면 패가망신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일을 태연히 해낸 것은 솥바위에 서린 충절의 기를 물려 받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이었다. 기업경영으로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것으로 나라의 발전과 회사의 성장을 별개로 보지않는 사업의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주고 있다. 당대에 부(富)를 일궈 사회와 나누며 나라에 보답한다는 기업의 존재 이유와 창업 철학을 솥바위는 또렷이 가르쳐주고 있다.

솥바위 인근 또 다른 창업의 성지는 지수초등학교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1년 개교했고 창업주 3명이 모두 이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그래서 2018년 7월 한국경영학회에서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수도를 진주로 선포할 때 지수초등학교 본관은 기업가정신 교육센터, 체육관은 기업가정신 도서관과 체험센터로 탈바꿈시켰다. 

한 일간지에서는 1980년대 당시 100대 기업인중 30명이 지수초등학교 출신이라고 보도했을 만큼 수많은 기업인이 이곳에서 배출됐다. 이들 기업인들이 우정을 다지며 꿈을 키웠던 역사의 현장인 지수초등학교가 청년들에게는 창업의 의지를 불태우며 기업가들에게는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 정신을 되새기는 성지가 된 것이다. 

올해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K-기업가정신 센터를 이곳에 개소해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학계의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4년간(2017~2020) 신설된 법인수는 2만7000개에 달해 지난 20년 증가수의 절반에 육박한다. 벤처기업은 3만5000개에서 3만9000개로 늘어났다. 스타트업의 위상도 높아져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기업은 2017년 3개에서 지난해 7월에는 18개로 늘어났다. 

모처럼 활성화된 창업의 기풍이 계속 이어져 우리나라를 창업의 대국으로 만들고 제2의 경제도약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솥바위는 그 때가 되면 세계적인 창업의 성지가 되고 한국은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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