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56) 박영주 회장과 솔로몬군도 ‘이건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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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재계춘추(財界春秋)(56) 박영주 회장과 솔로몬군도 ‘이건나비’
  •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그룹 사장)
  • 승인 2024.04.12 14: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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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재회사 이건산업, 벌목만 아닌 조림사업 병행
-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경영철학…현지정부 마음 움직여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과 솔로몬군도 조림지 및 이건나비. 박영주 회장은 원자재 안정적 확보를 위해 솔로몬에 진출하면서 벌목만 아니라 조림사업 병행, 병원건립 약속으로 현지정부의 마음을 움직여 벌채권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경영철학 대로 조림사업과 병원 건립을 실행했다. (사진=이건산업)

 남태평양의 솔로몬군도에는 국내 건축자재업체인 이건산업의 이름을 딴 ‘이건나비’가 서식하고 있다. 1997년 영국 자연사박물관 소속 나비학자 존 태넌이 발견한 이 신종나비는 3년동안 세계나비 관련 학회의 공증을 받아 2000년 호주 곤충학회지에 의해 새로운 종임이 공표됐다.

이건나비(학명 Deudorix Eagon)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나비가 발견된 곳이 이건산업의 사업장인 솔로몬군도 조림지였기 때문이다. 보통 동물이나 식물에는 발견된 지역명을 붙이는 게 일반적인데 기업명을 딴 것은 이건나비가 세계최초다. 그만큼 이건산업의 친환경적이고 지역 친화적인 개발행위가 현지에서 인정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건산업은 재계의 신사로 불리는 고(故) 박영주 회장이 지난 1972년 창업했다. 박 회장은 스스로를 ‘나무쟁이’라 부르며 1980년대 이후 사양산업이 된 합판업계에서 첨단기술개발과 해외진출로 불황을 모르는 건실하고 모범적인 기업으로 이건산업을 성장시켰다.

1980년대 초 솔로몬군도에 진출한 이야기는 박영주 회장의 기업관을 잘 보여준다. 1970년대 말 산림자원이 풍부한 파푸아뉴기니로 진출한 박 회장은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솔로몬군도의 초이셀 섬을 적지로 선정하고, 약 11억평에 달하는 거대한 산림의 20년간 벌채권을 획득했다. 

그는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장장 8년여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솔로몬 정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있었던 것은 현지인의 미래와 삶의 질을 함께 고민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나무만 베어가는 다른 목재회사들과 달리 조림사업을 함께 추진했다. 당시 원목 벌목회사는 많았지만 조림사업을 하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특히 순수 민간기업으로 조림사업을 하는 곳은 이건산업이 유일했다.

이건음악회 공연 모습. 기업의 사회공헌 필요성을 강조해온 박영주 회장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으로 문화활동을 적극지원했다. (사진=이건산업)   

솔로몬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어 벌채권을 확보한 박 회장은 개발에 앞서 두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첫째 장기발전계획으로 추진할 것, 둘째 직경 50센티미터 이하의 나무는 절대로 손대지 않는 것이다. 1991년에는 초이셀 섬에 ‘승민기념병원’을 열고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개원이후 수만명의 현지인들이 의료혜택을 받았고, 솔로몬의 많은 신생아들이 건강히 태어날 수있었다. 

현지인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이건산업은 이후 솔로몬군도 조림지에서 70여년간 유칼립투스를 벨 수있는 벌채권을 얻었다. 벌목과 식재를 병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한정 나무를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돈 이전에 사람을 먼저 보고, 수십년이 걸려도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박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메세나협회의 회장을 역임한 박 회장은 “메세나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구심을 갖지만, 결국 최대 수혜자는 기업이 된다”면서, “문화활동을 통해 기업내 자긍심을 주고, 사회적 이미지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메세나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은 메세나뿐 아니라 모든 나눔 활동을 할 때 ‘경제적 여유’가 아닌 ‘기업가의 철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전경련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재계에 기업의 사회공헌 필요성과 책임을 누누히 역설했던 박영주 회장은 비록 일찍 타계(1941~2023)했지만, 이건나비와 함께 오랫동안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권오용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기획홍보본부장, 금호그룹 상무, KTB네트워크 전무를 거쳐 SK그룹 사장(브랜드관리부문), 효성그룹 상임고문을 지낸 실물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공익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로 기부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혁신민국(2015),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2012),가나다라ABC(2012년), 한국병(2001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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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현 2024-04-15 10:54:12
감동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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