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0) 21대 국회와 選擇賢良(선택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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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0) 21대 국회와 選擇賢良(선택현량)
  • 이형로
  • 승인 2020.06.0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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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질고 착한 사람 뽑는다’는 뜻…선량이 될지, 한량이 될지는 의원들 선택에 달려있어
21대 국회가 시작
지난 4•15 총선에서 선출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게될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의원들은 선량(選良)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선택현량(選擇賢良)의 줄임말로 어질고 현명한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다. 의원들이 선량이 될지, 한량이 될지는 오롯이 자신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사진=국회 홈페이지 캡처)

여름의 길목 망종(芒種, 양력 6월6일)이 지났다. 망종이란 까끄라기(벼같은 낱알 껍질에 붙은 수염=芒)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며 모내기나 보리 베기가 완성되는 시기다. 옛 문헌에 이때는 까마귀의 활동이 활발하고,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직박구리가 울음을 멈춘다는 계절이라 하였다.

이맘때면 조선시대 성균관 관리들은 벽송연(碧松宴)이란 연회를 개최했다. 이에대한 내용이 조선 초기의 문신 성현(成俔, 1439~1504)의 수필집 '용재총화(慵齋叢話)에 자세히 기술돼 전해온다.

조선조 초기 임금들은 3관(館)에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였다. 이른바 역성혁명으로 이루어진 왕조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정신문화 창달에 매진한 면이 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3관에서 행한 향연이다.

조선시대의 3관이란 교서관(敎書館), 예문관(藝文館), 성균관(成均館)을 지칭한다. 3관 모두 정신문화를 장려, 관리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교서관은 1392년(태조 원년)에 설치돼 후기 정조대에 이르러 규장각의 부속기구로 개편, 규장각은 내각으로 교서관은 외각이라 일컬어지기도 하였다. 교서관이 담당했던 주업무는 서적 인쇄, 도서의 반포 및 판매, 주자(鑄字)의 관리 등이었다.

예문관은 연구기관으로 국왕의 문예에 관한 자문기관이다. 왕족을 봉하는 책문과 신하와 백성에게 내리는 교시, 장상을 임명하는 임명장인 제고(制誥), 임금의 회답인 비답(批答) 등 왕명과 표(表)•전(箋) 같은 외교문서를 왕을 대신하여 작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성균관은 고려말과 조선시대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의 이름이다. 성균관은 문묘를 통해 유교이념을 강화하였으며, 유생들의 교육을 통해 국가에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였다.

인재를 양성하고 풍속을 바르게 하는 최고 국립교육기관으로서 '成'은 인재를 이룬다는 의미이고, '均'은 풍속을 바르게 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성균'은 음악의 조율을 맞춘다는 뜻으로 어그러짐을 바로 잡아 이루고, 과불급(過不及)을 고르게 한다는 뜻이다.

3관에 해당하는 모임의 성격에 따라 향연 명칭도 달랐다. 잔치, 음주 그리고 술잔도 각각 그 기관에 따라 특성이 있다. 결국 임금이 하사한 술인 궁온(宮醞)과 술잔에 따라 그 연회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3년마다 복사꽃이 피는 봄이면 교서관에서 개최하는 홍도연(紅桃宴)이 있고, 초여름 예문관에서는 장미 향기를 맡으며 벌어지는 장미연(薔薇宴)이 있고, 한여름 성균관에서는 푸른 소나무 그늘에서의 벽송연(碧松宴)이란 술자리가 있었다.

홍도연에는 봄 복사꽃에 맺힌 이슬을 털어 교서관에서 만든 술을 마시고, 장미연은 예문관에서 초여름 장미에 맺힌 이슬로 빚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벽송연에는 여름 솔잎에서 턴 이슬로 성균관에서 빚은 술을 마셨다.

이때 쓰는 큰 잔은 각각 홍도배, 장미배, 벽송배라 하여 그 잔으로 돌려마시는 회음(回飮)을 하였다. 이때 쓰던 큰 술잔을 '대포(大匏)'라 했으니, 지금도 쓰고 있는 '우리 대포나 한잔 합시다'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중국 원나라 시대의 홍도배(紅桃杯). 조선시대 교서관은 3년마다 복사꽃이 피는 봄이면 홍도연(紅桃宴)을 열어 복사꽃 이슬을 털어 만든 술을 홍도배로 돌려마셨다. 21대 국회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 반쪽 개원한데 이어 원구성도 난항을 겪고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원구성을 잘 마무리하고 홍도연과 같이 다같이 즐겁고 향기나는 '여의연(汝矣宴)', 선량연(選良宴)을 열기를 바란다.

또한 이들은 술안주로 오르는 물고기는 용, 닭은 봉이라고 부르고, 탁주는 현자(賢子)로 청주는 성인이라고 부르며 즐겼다. 호들갑스럽긴 하지만 지금과 완연히 다른 술문화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연회와 사용한 술잔의 명칭을 달리한 이유는 각 관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과 그 관원이 지녀야 할 품성에 따른 임금의 배려에서 주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서 관원들 간의 화목과 단결은 물론 다른 관과의 건전한 라이벌 의식을 불러일으켜 업무 진작은 물론 국가경영에 일조한다는 의미까지 내제한다.

지난 4•15 총선에서 선출된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게 되는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국회의원은 ‘선량(選良)’이라고 불린다. 선량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인물을 가려 뽑음, 가려 뽑힌 인물‘이다.

비록 특정 지역구에서 당선되고 특정 분야를 대표하여 선출되지만, 자신의 지역구와 당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통제•감독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량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선량은 '선택현량(選擇賢良)'의 준말로 '어질고 착한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그럴까?

중국 한나라 때 관리를 선발했던 기준에 효렴(孝廉)과 현량방정(賢良方正)이 있었다. 효렴은 효성이 지극하고 청렴결백한 사람을 일컫는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도 얼마든지 관리가 될 수 있었다. 즉 주군(州郡)의 장이 효렴으로 이름난 사람을 조정에 천거하면 그 중에서 선발했다.
이것이 바로 '선거(選擧)'였다. 따라서 효렴에 중시되었던 덕목은 그 인물의 품행이었다.

반면 현량방정은 문재(文才)가 뛰어난 사람을 선출하였으니 품행보다는 재능이 기준이 되었다. 그러므로 품덕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더러 섞일 수가 있었다.

이를 응용한 제도가 조선조에도 있었다. 중종은 조광조(趙光祖, 1482~1519)의 건의로 현량방정과(賢良方正科)를 두어 관리를 선발했다. 국정쇄신 차원에서 재주와 품행을 겸비한 인재를 선발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선량'이란 말이 국회의원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21대 국회의 선량들이 과연 문자그대로 국가를 위해 땀을 흘리는 '선량'이 될것인지, 그저 시간만 때우며 놀고먹는 '한량(閑良)'이 될 것인지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원구성을 위한 잇따른 회동에도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때문에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원구성 협상이 잘 마무리 될 경우 벽송연처럼 품위있고 아름다운 ‘여의연(汝矣宴)’ 혹은 ‘선량연(選良宴)’을 권하고 싶다. 비록 코로나19로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층 강화되었지만 각 위원회 별로 소모임이라도 좋다. 그것을 '선량연'으로 만들것인지 '한량연(閑良宴)'으로 만들 것인지는 오롯이 의원들의 몫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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