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1) 아동학대…烹子獻糜(팽자헌미), 역아증자(易牙蒸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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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21) 아동학대…烹子獻糜(팽자헌미), 역아증자(易牙蒸子) 
  • 이형로
  • 승인 2020.06.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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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육 핑계로 아이에게 잔혹행위를 해 숨지게 하는 비정한 부모들
- 자식을 죽여 왕에게 요리해 바친 비정한 애비, 역아와 다를 게 있나
아동학대 사건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와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3%가 부모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코로나19에 날씨까지 더워져 그렇지 않아도 짜증나는 요즘 우리들 마음을 더욱 뒤집어놓는 아동학대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온다.

며칠 전 자신의 집에서 계부와 친모의 학대를 당하던 9살 아동이 베란다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극적으로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쇠사슬을 풀고 탈출한 아이의 온몸엔 후라이팬 등으로 맞은 멍자국이 가득했다. 9살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하고, 7개월된 딸아이를 6일동안 방치해서 죽게하기도 했으며, 네살배기 딸이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가둬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가해자의 83%가 부모…짐승도 제 새끼 귀한 줄 알건만

2년여간 잔혹한 학대로 7살 원영이를 숨지게 한 사건은 우리 모두를 분노케하였다. 어려서부터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난방도 되지 않는 화장실에 발가벗겨 가두고,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려 할 때마다 구타를 일삼아 전신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계모는 부부싸움 화풀이로 애꿎은 원영이 몸에 청소용 락스를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혔고 이를 본 친부는 원영이를 구하기는 커녕 찬물을 끼얹고 화장실에 그대로 방치해 죽게하고 아이의 시신을 암매장까지 했다.

정신장애가 있는 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여 필리핀 현지 보육원에 버리고 연락을 끊은 의사 부부가 4년 만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아이는 이역만리 필리핀에 홀로 버려진 사이 정신장애가 악화되고 한쪽 눈까지 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는 또다시 버려질까 봐 가정으로 돌아가길 거부했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가 학대당하고 유기되면 우리는 금방 알 수 있다. 집 밖에서 먹을 것, 쉴 곳을 찾기위해 배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대당하는 아이는 알아채기 힘들다. 아이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 바로 그 안에서 학대당하고 버려지기 때문이다. 한 시간에 한 아이 꼴로 학대를 당하고, 한 달에 한 아이가 이로인해 사망한다. 지난 해 학대를 당한 아이는 6천여명, 가해자의 83%는 부모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훈육하다 그렇게 됐다는 핑계를 댄다. 자식이나 제자의 잘못을 고치려는 훈육과 그것을 빙자한 학대는 분명히 다르다. 지도나 훈육은 반드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해야 한다.

고사성어집의 삽화 역아증자헌미도(易牙蒸子獻糜圖).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의 궁중요리사였던 역아는 4살된 아들을 죽여 요리해 환공에게 바친 비정한 아비로 이 사건에서 '팽자헌미(烹子獻糜)', '역아증자(易牙蒸子)'라는 고사가 유래됐다.

옛날 중국에서는 자식을 훈육하다 숨지게 한 것이 아니라 아예 자식을 식재료로 삼아 바친 비정하기 그지없는 인물도 있었다. 관자 소칭편(管子 小稱篇)에서 '팽자헌미(烹子獻糜)' 또는 '역아증자(易牙蒸子)'라고도 하는 고사가 바로 그것이다.

역아(易牙)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주사(廚師), 즉 궁중요리사로 중국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당시 제나라에는 '구합제후 일광천하(九合諸侯 一匡天下, 아홉 제후국을 아울러 천하를 평정하다)'를 이루어 제나라를 춘추오패의 반열로 끌어올린 걸출한 군주 제 환공(齊 桓公, B.C.720?~B.C.643)이 있었다. 그의 업적은 당시 명재상인 관중(管仲, B.C.725?~B.C,645)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 환공은 말년에 주지육림에 빠져 혼용무도한 군주가 되었다. 산해진미마저 질린 그는 인육이 맛있다는 소릴 듣고 역아에게 한번 먹어봤으면 한다. 이에 역아는 4살짜리 아들을 요리해 바쳐 환공의 측근으로 중용된다. 관중은 역아를 멀리하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환공은 그의 말을 듣지않았다.

관중이 죽은 후 자신의 행위를 뒤늦게 뉘우친 역아는 환공이 병석에 눕게 되자 궁문을 폐쇄하고 담장을 높여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아 그를 굶겨 죽인다. 아들의 복수는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죽여 요리한 아들이 살아 돌아올 리 만무했다.

◆훈육을 빙자한 학대…아이들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아야

개과(改過), 개선(改善) 등의 말에는 고칠 '개(改)'를 사용한다. 이 改자는 갑골문자로도 사용된 의외로 오래된 글자다. 몸 기(己)자는 어린아이가 무릎 꿇고있는 모습을, 칠 ‘복(攵 혹은 攴)’자는 손에 회초리를 들고 있는 모습을 상형한 글자다. 어린아이가 무언가 잘못하여, 부모나 선생이 회초리로 훈육한다는 의미다.

우리 조상들은 아이를 훈육할 때 회초리도 아무 나무나 쓰지 않았다. 싸리나무를 많이 쓴 이유는 주위에서 구하기도 쉬웠으며 잘 부러지고 어혈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서당에서는 회화나무 가지를 회초리로 썼다. 회화나무는 삼공(三公, 주나라에서 제왕을 보필하던 태사太師, 태부太傅, 태보 太保)을 상징하는 출세의 나무로 인식되어 그 기를 받고자 했기 때문이다. 회화나무 역시 잘 부러지는 나무다.

그러나 대나무는 쪼개질지언정 부러지지 않아 자라나는 아이들 피를 말린다는 핑계로 사용하지 않았다. 복숭아 나무는 무당들이 축귀(逐鬼) 의식 때는 썼지만 서당에서는 복숭아나무 회초리로 때리면 학동의 문재(文才)가 달아난다고 여겨 절대 금하였다. 말채나무의 낭창낭창한 가지는 질겨서 말채찍으로 쓰기에는 알맞지만 아이들은 동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금하였다.

고칠 '개(改)'자 화상석(畵像石). 아이가 잘못해 회초리로 훈육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회초리를 사용하는 훈육은 4000~5000년 묵은 구습으로 '아이들은 꽃으로라도 때려서는 안된다'는 말처럼 훈육을 내세운 학대는 사라져야한다.

이처럼 박달나무, 물푸레나무, 대나무, 복숭아나무, 말채나무 등은 잘 부러지지 않는 단단하고 질긴 나무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회초리로 쓰지 않았던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어린 자식이나 학생들을 훈육하기 위한 방편으로 회초리를 들었지 아이들을 학대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훈련시킬 때도 회초리를 들지 않는다. 하물며 인간임에랴! 인간이 인간인 까닭은 조물주가 주신 이성이란 신성한 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다. 아이들은 말로 타일러도 충분하다. 아이들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동물들도 자기 새끼를 훈련시킬 때 죽도록 때리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이미 어른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말로써 안될 일은 없다. 회초리를 사용하는 훈육은 4000~5000년이나 묵은 구습일 뿐이다.

◆민법상 ‘부모의 징계권’ 폐지 검토, 만시지탄…주변의 아이부터 살펴보자

폭력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60% 이상이 폭력을 일삼는 당사자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아동 학대사건이 발생했을 때 비정한 부모에 대한 규탄과 처벌만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

현행 민법 제915조에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있다. 그동안 이 '징계권'은 훈육을 넘어 이른바 '사랑의 매'라는 미명하에 체벌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따라 법무부가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하는 방안과 아울러 부모의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도 새로 만들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 법무부가 징계권 삭제에 나선 건 1960년 민법이 첫 시행된 이래 60년 만이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법적인 보완과 제재도 필요하지만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부모를 대상으로 교육과 재발 방지를 위한 상담•치료 등도 병행•확대돼야 한다. 아동들이 폭력예방교육을 받거나 상담 과정에서 피해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하니 아동대상 교육과 상담을 강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아동을 부모의 부속물로 보는 인식,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르는 척하는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아이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우리 주변의 아이부터 살펴보자. 아이의 눈이, 아이의 몸이 우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지 늘 주의를 기울이자.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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