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비나=오태근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파문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태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홍원식 회장은 경영권을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홍원식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 와 과거의 대리점 ‘갑질행위’, 외조카 황하나 마약사건 등 그동안의 불미스런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읽던 도중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홍 회장은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어 “2013년 회사의 물량 밀어내기 파문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홍원식 회장은 그러면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또한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원식 회장의 장남 홍진성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는 이번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사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등 공금유용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홍 회장은 끝으로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홍 회장의 퇴진 기자회견에 앞서 2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밝혔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 큰 후풍을 불렀다.

불가리스를 사려는 사람로 인해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불가리스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에 대해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에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혐의 고발 및 수사, 생산의 40% 가량을 담당하는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 등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게됐다.

1950년생으로 올해 71세인 홍원식 회장은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77년 남양유업에서 이사로 시작해 부사장을 거쳐 1990년 사장, 2003년 회장에 취임해 남양유업 경영을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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