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양국관계 추이 예의주시하며 리스크관리등 대응책 마련해야’ 강조
[인사이드비나=하노이, 장연환 기자] 베트남이 한국과 일본 관계악화의 유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삼성전자 등 전자업계의 부품조달 차질로 수출이 감소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이에대해 한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종료로 대응하며 양국관계는 첨예하게 맞서고있다.
이같이 양국관계가 진정보다는 악화일로를 보임에 따라 일본의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핵심소재 등 전자제품 부품 수출규제가 장기화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베트남의 수출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 중앙경제관리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보 찌 탄(Vo Tri Thanh)박사는 “한일간 무역전쟁은 불매운동 차원을 넘어 글로벌 전자산업의 공급망을 흔들어 베트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일무역전쟁→글로벌 전자산업 공급망 혼란→베트남 수출 충격
베트남이 이같이 한일관계 악화의 자국경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전자제품이 베트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런 전자제품의 수출에 큰 몫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때문이다.
삼성전자베트남은 16만명이 넘는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베트남 전체수출의 25%를 차지할 만큼 베트남 경제와 수출에서의 비중이 크다.
휴대전화•컴퓨터•, 전화•, 카메라 등 전자제품은 베트남 수출의 약 35%를 차지한다. 비엣드래곤증권(VDSC)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들 제품의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베트남의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해관총국에 따르면 7월말 현재 한국은 베트남의 3위 수출국으로 수출액은 30억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컴퓨터와 전자제품 및 부품 등이 16억달러로 전체수출의 절반이 넘는다.
삼성전자의 핵심소재 및 부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베트남의 전자제품 수출 차질로 이어지게 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현재 제품 생산을 줄이지 않기 위해 일본산 부품을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다.
◆ 베트남 수출의 35%는 전자제품…한일관계 진정 조짐없어 촉각 곤두세워
일각에서는 한일관계 악화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싱가포르 유나이티드오버씨즈은행(UOB)의 수안 테크 킨(Suan Teck Kin) 리서치본부장은 "한일무역긴장의 영향이 미중무역전쟁만큼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했다.
미국이나 중국이 서로에게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전세계의 경제•생산•최종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한일무역긴장은 공급망마다 다르며, 전자제품과 반도체관련 제품을 제조하는 삼성과 같은 기업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은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그 파장과 리스크에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탄 박사는 "파트너, 시장,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국내 리스크 관리 개선 등 국제 및 역내 무역전쟁에 대한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베트남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베트남 내 한국슈퍼마켓 체인 K마켓은 8월초부터 일본산 수입제품 판매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