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26) 환경과 조화로 지속가능한 성장 이뤄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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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태문 박사의 VINA프리즘] (26) 환경과 조화로 지속가능한 성장 이뤄야(상)
  •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업경제학박사)
  • 승인 2019.12.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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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그림자…대기•수질 오염 심각, 위기의식 가져야
- ‘대기오염 관련 질병•사망으로 GDP의 5~7%p 감소’ 지적도
최근 하노이는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10대 도시에 오르며 사람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대기질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진=VTV)

경제성장에 힘을 쏟는 베트남은 성장의 반대급부인 환경오염의 위기를 의식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일반인들이 환경문제에 얼마나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환경오염은 서서히 지속적으로 위험을 가중시킨다. 사람들이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를 다녀온 적이 있다. 수라바야는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도 보도블록이 흔치 않았다. 거리를 걷노라면 약간의 바람에도 흙먼지가 날린다. 거리 양옆의 집과 아스팔트 사이는 맨흙 그대로여서 집과 시설들이 다 하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보도블록이 거의 깔려 사정이 훨씬 나은 다낭의 길거리도 사정은 유사하다. 작은 리어카를 끈 여성 인력으론 흙먼지 가득한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리라.

◆고소득층은 부패 등 사회문제, 저소득층은 개인 삶 관심…소득계층별 인식 차이

청결한 도시 유지를 위해서는 보도블록이 기본이다. 거리청소, 시설물 관리와 더불어 적정 수리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대기·수질오염도 방지하고, 각종 사고도 대응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기술과 재원은 물론, 최적 도시경영 기법도 같이 확립해야 한다.

의식주 안전은 인류의 오랜 소망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시작한 개발은 환경과 조화를 이룰 때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베트남 사회는 조속히 환경공존형 성장전략을 짜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난 5월 인도차이나 리뷰가 하노이와 호치민의 18~60세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관련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은 식품안전, 대기오염, 수질오염을 나란히 1~3위로 꼽았다. 베트남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시민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소득 계층별 환경인식 차이가 매우 뚜렷하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은 건강관리, 깨끗한 물, 교육기회 등 자신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고소득층은 성희롱, 부패 등 상대적으로 사회문제에 주목하였다.

고소득층은 유기농산물, 유기식품을 상시 이용한다. 오염식품에 대한 우려가 적다. 반면,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농산물을 구입한다. 식품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이다.

대기오염 문제는 하노이 시민이 호치민 시민보다 더 민감했다. 바다가 없는 하노이의 미세먼지 농도는 호치민보다 더 높다. 동남아 주요도시의 대기오염도를 보면 하노이 2위, 호치민이 5위로 오염도 차이가 있다.

건기시 베트남 대도시 도심의 소규모 하천은 늘 오염수가 흐르며 악취를 풍겨 사람들을 질색하게 만든다. (vietnam net)

◆식중독 사고 빈번…길거리에서 육류해체, 위생의식 의문

대기·수질오염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 호흡의 원천인 공기가 안전하지 않고, 불안감 없이 물을 마시지 못하는 사회는 숨 쉴 권리, 물 마실 권리가 상실된 사회이다.

환경위기로 파국을 맞은 SF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의 인류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산다. 무한정 쓸 수 있다고 여겼던 공기가 더 이상 공짜 자원이 아님을 SF 영화가 말하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발명한 자랑스러운 대량생산 기술은 원치않은 부산물을 낳았다. 신선농산물을 더 오래 보관하고, 더 멀리 유통하기 위한 식품산업은 식품의 안전성 우려를 낳았다.

베트남에서 식중독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낭의 새벽 한강변의 한시장(Han Market)엘 가면 시민들의 식품안전 의식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다. 길거리 바닥에서 쇠고기, 돼지고기 해체 작업을 한다. 현장에서 고기를 사고팔면서,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식품위생 의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무실 동료와 현장이야기를 하면서 약간 충격을 받았다. “현대식 마트 냉장고에 있는 육류는 오래 되었어요. 재래시장 육류는 당일 도축한 것이라 더 신선합니다.” 식품안전, 위생 관념이 필자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정하늘을 자랑하는 다낭도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일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모습들이 점점 일상으로 파고 들어오는 것 같다. 환경과 성장의 공존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베트남의 인구는 2019년 4월1일 기준 9620만명이다. 세계 15위 인구대국으로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의 반대급부는 심하다. 심각한 산림 벌채, 무방비 상태의 차량배출 기준, 오토바이 과다 운행, 적정 도시계획·관리 부족으로 대기오염이 악화하고 있다.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 대도시에서는 수돗물은 쉽게 얻을 수 있다. 중소도시는 수돗물 변동성이 60%나 된다. 중소도시의 수돗물 공급이 안정되지 못한 것이다.

농촌지역은 주민의 10%만이 수돗물을 공급받는다. 우물에 의존하는 농촌주민은 39~44%나 된다. 농촌 가구의 51%만이 위생적인 화장실 접근이 가능하다. 문제는 도·농간 환경 위생 차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콩강 삼각주에 사는 주민들은 수질오염 피해가 심각하다. 강의 지표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저소득층 주민들은 설사 등 수인성 질환을 달고 산다.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세균성 설사, A형 간염 등이 흔한 수인성 질환이다.

콜레라 사망자는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환자는 많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04년 베트남의 수인성 질환 사망자 수는 5938명인데 그중 4905명이 5세 미만의 어린이 희생자였다.

호치민시의 쓰레기 처리는 여전히 부조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플라스틱 배출량 세계 4위…대기오염 사망자, 교통사고보다 5배 많아

지난 9월 26일 오전, 하노이는 원치 않는 세계 기록 하나를 세웠다. AirVisual에 의해 측정된 대기오염 지수가 240까지 치솟았다. AirVisual이 측정한 대기오염 지수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베트남은 대기오염 사망자가 자동차사고 사망자보다 많다. WHO는 베트남의 지난 2016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만2000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기오염 사망자 수는 이보다 다섯 배나 많은 6만명 이상이라고 발표하였다.

풀브라이트(Fullbright)재단의 레 비엣 푸(Le Viet Phu) 박사는 베트남은 대기오염 관련 질병과 사망으로 매년 GDP의 5~7%p가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성장의 대가라고 보기에는 희생이 너무 큰 것이다.

호치민시는 공식 인구수 850만명(2017년 추계), 비공식 거주인구까지 포함하면 1000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토바이가 야기하는 과잉 교통량으로 정상적 도시기능이 마비될 정도이다. 호치민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9%가 도시교통에서 발생한다.

정부가 하노이, 호치민에서 오토바이 신규 면허 중단, 중심지 통행금지 등 극약처방까지 고려할 정도라니 그 심각성이 이해된다. 

소득이 오르면 자가용차 이용이 증가하게 된다. 교통난과 대기오염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는 대부분 식당의 일부나 오토바이 주차공간으로 이용된다. 무엇보다 베트남의 좁은 도로는 자동차에 적합하지 않다.

경제성장에 힘입어 일반 시민들이 중산층의 상징인 자동차 구입에 너나없이 나서기 전에 적절한 교통·환경대책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베트남은 플라스틱 배출량 세계 4위이다. 본격적으로 경제성장을 시작한 지 20여년에 사용량 4위란 수치는 의아하다.

현지에서 살다보니 충분히 나올 법한 수치라고 생각된다. 현대식 마트, 재래시장, 동네가게, 식당 어디를 가든 비닐봉지, 플라스틱 사용은 매우 활발(?)하다.

무엇보다 아침을 거리에서 사먹을 때 담아주는 스티로폴 그릇, 길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커피숍의 테이크아웃 커피가 그 주범으로 보인다. 

석태문 박사의 칼럼은 본지와 '뉴스퀘스트'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석태문 박사는
경북대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경상북도 능금산업 발달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대구경북 지역 사회 및 경제발전 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고있으며 지난 3월부터 베트남 다낭사회경제연구원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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