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7) 평형과 상생의 교훈, 宥坐之器(유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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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7) 평형과 상생의 교훈, 宥坐之器(유좌지기)
  • 이형로
  • 승인 2019.12.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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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을 채우면 저쪽은 기울기 마련이다
-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용(中庸)의 미학
난지공원의 시소벤치. 어느 한쪽이 무거우면 평형이 이뤄지지 않아 기울어진다. 공자가 노나라 환공 사당에서 발견한 유좌지기(宥坐之器)의 중용(中庸)의 교훈을 일깨워준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 동네 불광천을 따라 한강을 다닌지 벌써 15년이다. 한강을 그렇게 누비고 다녔어도 눈에 띄지 않더니, 엊그제 난지공원에서 '시소벤치'를 발견했다. 생김새와 같이 어느 한쪽이 무거우면 평형이 유지되지 않아 서로 대화를 나누기는 커녕 앉아 있기도 힘든 벤치다. 서로 몸무게를 맞추고 평형을 유지해야 정담을 나눌 수 있다. 연인들도 스킨십이나 키스를 하려면 평형을 이뤄야 가능하다. 자칫 어긋나면 벤치에서 굴러떨어지기 십상이다.

◆비어있으면 기울고, 적당히 차면 바로 서고, 가득차면 엎어져 

공자가 열국을 주유하다 노나라에서 거기서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던 모양이다. 순자 '유좌편(宥坐篇)'과 공자가어 '삼원편(三怨篇)'에 이에 관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노나라 환공의 사당에 들렸다가 종전에 보지 못했던 의기(儀器)를 보았다. 관리인은 '유좌지기(宥坐之器)'라는 것으로 늘 군주의 오른쪽에 놔두고 교훈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비어 있으면 기울고, 적당히 차면 바로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지는'(虛則敧 中則正 滿則覆)‘ 기기(攲器)라 한다. 당시 실제 물건은 유실되고 한나라 이후 재현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공자가 이를 마음깊이 간직했던 까닭은 자신의 마음을 알맞게 적정선으로 유지하여 너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게 조절한다는 중용의 뜻이 있었다.

또 사당에서 제사 지낼 때 쓰던 술잔이 있었는데, 잔을 아무리 채워도 넘치지 않는 잔이다. 일단 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그 이상은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이란 뜻으로 '계영배(戒盈盃)'라 한다. 그밑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물이나 술을 부어도 새지않지만, 7할이상 채우게 되면 밑에 있는 구멍으로 전부 쏟아져 나간다.

이는 사이펀(siphon)의 원리를 이용한 화학기구인 '속슬렛 추출기(Soxhlet extracter)‘와 같은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만든 것중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발명했다는 술잔도 있다.

중국 산동성 곡부의 석각 '관기논도(觀器論道)'의 유좌지기(사진 위)와 청나라 광서제때 재현한 유좌지기.

자신이 감당할 정도가 지나치면 미련없이 빗방울을 비워버리는 연잎이라고나 할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사고영역은 비슷해서 같은 원리의 기물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소벤치, 유좌지기, 계영배는 결국에는 '적당함'(中)의 중요함과 '알맞음'(庸)의 쓰임새를 말하는 것으로 모두 우리의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기해년 마무리, 경자년 앞둔 시점…'적당함(中)'과 '알맞음(庸)' 의미 새겨보자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덕수궁 정전의 이름은 '중화전(中和殿)'이다. 이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중용(中庸)'의 첫 장에서 따온 이름이다.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등 우리 인간의 감정이 표현되기 이전의 순수한 상태를 '중(中)'이라 하고, 그 모든 것이 표현되어 세계와 조화로운 상태를 일러 '화(和)'라 한다. '중'이란 우리들의 본성이요, '화'란 우리가 준수해야할 원칙이다(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공자나 유가에서 중요시하는 '중용'의 대전제가 되는 구절이다. 필자는 '중화'의 의미를 '나와 세계와의 조화'(balance of my mind and the World)로 풀이하고 싶다.

전국교수협의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라 한다. 공명조(共命鳥)는 불경인 아미타경이나 아함경 등에 등장하는 한 몸에 두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새다. 머리 하나는 낮에 일어나고 또 하나는 밤에 일어난다. 또한 머리 하나는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는다. 이를 시기 질투한 다른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먹게 해 죽였는데 결국 자신도 죽었다.

이는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 혼자 잘 살 것처럼 생각되지만 동시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로 우리 사회가 극심한 좌우분열을 겪는데 대한 안타까움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들은 정치의 기술적인 요체를 대화요 타협이며 양보라고들 말한다. 이런 말의 바탕에는 '평형'을 깔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면 통보에 지나지 않는다. 통보란 일방적이다. 힘센 쪽에서 약한 쪽에 대한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 약한 쪽에선 당연히 반발할 수 밖에 없다. 반발은 평형을 잡아먹는 가장 무서운 천적인 것이다.

내년 2020년은 쥐띠인 경자년(庚子年)으로 새로운 지지(地支)가 시작되는 해다. 우리 모두 마음 속에 '유좌지기'를 한 대씩 품고 사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3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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