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14) 중국의 코로나19 억지(상)…賊喊捉賊(적함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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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14) 중국의 코로나19 억지(상)…賊喊捉賊(적함착적)
  • 이형로
  • 승인 2020.03.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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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이 ‘도둑잡아라’ 소리쳐 궁지모면하려는 뻔뻔한 태도
- ‘발원지 중국 단정못해’→‘외국에서 들어온 것’ 주장…다른 나라에 떠넘기기
홍콩작가 쯔양(紫羊)의 적함착적(賊喊捉賊) 포스터 작품. 적함착적은 도둑이 '도둑잡아라'라고 소리쳐 붙잡히는 것을 피한다는 말로 민주화 시위와 관련 홍콩경찰의 태도를 비꼰 포스터다.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어와 우한에서 폭발한 것'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적함착적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의 속뜻은 주객전도(主客轉倒), 시비전도(是非轉倒)라는 의미다. 말그대로 주인(是 옳음)과 손님(非 그름)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뜻으로 앞뒤 관계가 바뀐 것을 의미한다.

영미권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꼬리가 개를 흔든다(The tail wags the dog)', '말 앞에 마차를 매단다(putting the cart before the horse)', 혹은 말 그대로 '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바뀌었다(The tables has turned)' 등이 그것이다. 동서양의 문화는 달라도 인간의 사고영역은 비슷한가 보다.

◆관영매체 “발원지 중국 아닌 미국일 가능성“

중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안정세에 들어서는 듯하자 중국 정부는 시진핑을 시작으로 관영매체를 동원하여 반격에 나섰다. 한국, 일본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를 향해 적반하장식 훈계에 이어 한걸음 더 나아가 2003년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를 내세워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아니라는 주장까지 했다. 얼마 전까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당연히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젠 꼭 중국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중난산의 코로나19 발원지 부인은 책임회피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면 중국은 오히려 피해자가 된다. 사과할게 아니라 사과와 동정을 받아야할 입장으로 바뀐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자가 중난산의 말을 인용하며 코로나19가 "다른 나라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나"라는 첫 질문을 던졌고 WHO 신종질병팀장은 "아직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현재 조사중이라고만 답했다.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는 대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국이란 말도 아니다. 중국으로선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중국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발원지가 중국이 아닌 미국일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중국정부의 입장을 강변했다.

사스퇴치의 영웅으로 꼽히는 중난산은 '사스의 발원지를 중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있으며 관영매체들은 한술 더 떠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미국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전문가나 이해할 복잡한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연구진은 다른 곳에서 기원한 코로나19가 나중에 우한의 화난(華南)시장으로 들어와 큰 폭발을 일으켰다면서 이제는 화난시장이 발원지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런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적함착적…삼국지 ‘조조와 원소, 잔머리로 궁지 모면’에서 유래

시진핑은 8년간 중국을 통치하면서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돼 장기집권까지 가능하게 됐으나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그로인한 경제적 고통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시진핑 책임론이 비등해질 수 있다.

면피, 더나아가 다른 나라에 떠넘기기 전략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중국의 태도는 바로 "도둑이 '도둑잡아라'라고 소리 쳐서" 위기를 벗어났다는 ‘적함착적(賊喊捉賊)’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적함착적은 남북조 시대 송나라 유의경(劉義慶, 403~444년)의 세설신어 가휼편(世說新語 假譎篇)에서 유래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와 원소는 어릴 때부터 매우 친한 친구였다.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당시 실세인 내시에게 양자로 간 인물이다. 원소는 조상 대대로 조정의 높은 벼슬을 한 명문가의 자제다. 이들은 이런 배경을 믿고 온세상이 자기네 세상인 양 못된 짓은 다하고 다니던 개망나니였다.

적함착적의 고사가 유래된 조조의 초상. 조조는 난세의 간웅이라는 별명답게 어렸을 때부터 남을 속이는데 타고난 재주를 가진 인물로 꼽힌다.

특히 조조는 어릴 때부터 남을 속이고, 골탕먹이는데 이골이 난 인물이었다. 오죽했으면 아명을 아만(阿瞞)이라 했을까. 阿는 애칭으로 쓰이는 접두사이며 瞞은 남을 속인다는 뜻이다. 어려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별명이 붙은 조조다.

한번은 이 개망나니들이 어떤 혼인집에 몰래 들어가 신부를 겁탈했다. 신부 하나를 두고 윤간을 한 것이다. 그러다 범행이 발각되어 도망가게 되었다. 어둠 속으로 급히 몸을 피해 달아나는데 담 밑에 가시덩굴이 쳐져 있었다.

몸이 날렵한 조조는 금방 빠져나왔으나 몸집이 크고 꿈뜬 원소는 가시덩굴에 걸려 낑낑거리며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온갖 무기를 들고 뒤쫓아 오는걸 본 조조는 갑자기 칼을 빼들고 원소를 겨누며 "도둑이 여기 있다"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원소는 젖먹던 힘까지 내어 가시덩굴을 헤치고 도망가고 조조는 마을사람들에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들으며 유유히 빠져나오게 되었다.

위기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게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게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뻔히 보이는 수법을 쓰고 있는 중국은 이에 비할 바 아니다. 요즘 중국, 시진핑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잔머리 굴려 궁지에서 빠져나온 조조는 시쳇말로 '새발의 피'라고 하겠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최근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이야기' 1권과 2권, 3권을 잇따라 펴냈으며 현재 4권을 준비중이다.
구산스님께 받은 '영봉(0峰)'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받은 '한골', 그리고 스스로 지은 '허우적(虛又寂)'이란 별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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