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6) 我田引水(아전인수)•確證偏向(확증편향)과 코로나19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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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36) 我田引水(아전인수)•確證偏向(확증편향)과 코로나19 논쟁
  • 이형로
  • 승인 2021.01.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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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역조치•백신•지원금 높고 엇갈리는 의견…‘코로나 블루’ 더 키워
- ‘나에게 유리한 것,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인식의 결과
일본작가 이토아호(伊藤啞壺)의 그래픽 작품 '我田引水(아전인수)'와 청곡(晴谷) 박일규의 작품 '견강부회(牽强附會)'. 코로나19 방역조치, 백신, 지원금 정책을 놓고 첨예하게 엇갈리는 논쟁은 아전인수와 견강부회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들 마음의 방역에도 이상이 생겼다. 코로나19로 비롯된 우울증은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용어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코로나 레드', 더 나아가 '코로나 블랙'이란 신조어마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용어는 코로나19 스트레스 과부하로 인한 울화•분노 또는 암담한 감정이 그만큼 심화된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백신, 지원금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를 더 울적하게 만든다.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Cognitive Dissonance)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또는 자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과 다른 모순이 생길 때, 이런 모순과의 부조화로 인한 불편한 심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1989)의 '인지부조화이론(1963)'에서 유래된 용어다.

태도와 행동이 서로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둘중 하나를 바꿔 불일치를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미 일어난 행동은 바꿀 수 없으니 행동과 일치하도록 신념이나 태도를 바꾸게 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가 인용된다. 여우는 높이 달려있는 포도를 따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포도를 따지 못했다. 여우는 포도 따기를 포기하고 '저 포도는 신 포도라서 어차피 따도 먹지 못할거야'라고 생각한다. 포도를 따지 않기로 한 행동과 '신 포도'라는 생각은 서로 논리적으로 일치하므로 심리적 불편함이 해소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부조화에 의한 자기합리화를 '신 포도(Sour grape)'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는 인지부조화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우는 맛있는 포도가 먹고 싶긴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면 된다. 그러나 여우는 그렇지 않고 신념을 바꾼 것이다. 신념에 일치하도록 행동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인데, 행동에 일치하도록 신념을 바꿈으로써 이에 대한 변명이나 핑계의 방어기제(防禦機制, Defence Mechanism)가 필요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자기합리화 또는 오류정당화이다.

자기합리화를 위해서 어리석은 선택이나 결정을 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든 그 선택과 결정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하거나 끝까지 자신이 옳았다고 우기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지부조화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불편함과 불쾌감을 안겨주지만 사회적으로는 불신과 갈등을 초래한다. 처음부터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해결방안도 중요하다. 자기합리화는 인간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지만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책임감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인지부조화가 내적일관성을 위한 편향이라면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은 외적일관성을 위한 편향이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말한다. 자신에게만은 유독 유리하게 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향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란 직역하면 '제 논에 물 대기'란 말로 이웃 논 주인이 열심히 채워 놓은 물을 몰래 훔쳐 자기 논에 댄다는 뜻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태나 자기에게 유리한대로 해석함을 꼬집어 하는 말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해서 논농사를 짓는 천수답(天水畓)은 가뭄이 들면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성실한 농부가 열심히 물을 길어 논에 채워 놓으면 옆 논의 뻔뻔하고 게으른 농부는 야밤에 몰래 이웃 논둑을 헐어 자기 논으로 물을 댄다. 날이 밝으면 논두렁에서는 고함이 오가다 드잡이질을 하기 일쑤다. 심지어 살인사건으로 번진 경우도 어릴 적 신문기사에서 본 기억도 있다.

아전인수는 일본 사자숙어(四字熟語) 즉 일본식 사자성어다. 일본에서는 논을 田(ta) 혹은 水田(suiden), 밭은 畑•畠(hatake)라 하며, 응용력이 뛰어난 우리나라는 畓(답)이란 글자를 만들어 쓰고 있다.

아전인수와 비슷한 의미로 '견강부회(牽强附會)'란 말이 있다. 이는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 또는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조건이나 이치에 꿰어 맞추려고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처음에는 송나라 이강(李綱,1083~1140)이 '재이론(災異論)'에서 '견합부회(牽合附會)'란 말을 쓴 것이 유래다.

또한 정초(鄭樵, 1103~1162)도 통지총서(通志總序)에서 같은 말을 썼으나, 청말(淸末) 증박(曾朴, 1872~1935)이 그의 소설 '얼해화(蘖海花)'에서 '견강부회'라 표현하며 굳어졌다. 아전인수는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는 것이 견강부회와 다른 점이다.

법원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상'. 최근의 한 조사결과 법관의 확증편향이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나 주목된다.

확증편향은 모든 '인지적 오류(認知的誤謬, Cognitive Error)'의 시발점이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이러한 확증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을 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관찰 결과가 자신의 이론과 어긋날 때 오히려 주의했으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섰을 때 그의 이론과 모순되는 증거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집하려 했다.

이러한 잘못된 확증편향은 삽시간에 가짜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전문가의 말인 양 잘 짜인 시나리오야말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의 맹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우생학자들처럼 인종차별주의자들 또한 확증편향에 빠져들기 쉽다. 이들은 피차별인종이 열등하다는 전제를 깔아 놓고, 피차별인종에게서 보이는 자기들 백인과의 차이점을 열등함의 증거로 포장하고 있다. 자기들이 경멸하는 유색인종이 열등하다는 증거를 찾고자 또는 만들고자 한다.

학계의 논문이나 정치인들의 정책에는 도덕적인 문제가 종종 있다. 표절이나 차용도 문제지만,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확증편향을 만들어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설과 맞지 않는 일부 데이터를 버리거나 조작 혹은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결과다.

법에서도 판사가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예컨대 검사가 유죄로 판단해 기소를 했더라도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피고인이 무죄인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수사기관이 제공한 증거를 미리 못보도록 하는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도 있다.

일정한 법칙에 따라 판단하는 훈련을 받은 판사라면 적어도 직무영역에서 만큼은 일반인들보다 확증편향이 적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판사들의 확증편향이 일반인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지 않고 선입관을 가질 때 확증편향에 빠지게 된 결과다.

코로나 블루를 표현한 그림. 방역조치•백신•지원금 논쟁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아전인수, 견강부회, 확증편향식 사고와 인식에서 벗어나 균형감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고려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흔히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진보적 성향의 매체를 언론사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진보라는 사람들은 보수성향의 신문을 ‘찌라시’라 폄하하며 읽지 않으려 한다. 그럴수록 서로 다른 논조의 신문을 나란히 놓고 이른바 교차검증하는 것이 필요할텐데 나의 사고와 신념에 맞지않으면 외면하고 더 나아가 적대시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견해나 신념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도전적인 정보를 꺼린다. 그러기에 확증편향을 극복하고 올바른 '지적 성실성(Intellectual lntegrity)'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용기가 필요하다.

영국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의 말처럼 "우리가 옳다고 하는 만큼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언제 틀릴지는 알지 못한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와 같은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내가 잘못했을 리는 없다"라는 독단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런 태도가 곧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 정신적 피로도를 낮추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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