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1) ‘의사선생님’과 杏林春滿(행림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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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로의 고사성어로 보는 세상] (41) ‘의사선생님’과 杏林春滿(행림춘만)
  • 이형로
  • 승인 2021.04.05 14: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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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비 대신 살구나무 심게해 그 열매로 가난한 이웃 도운 신의(神醫)
- 스승 사(師)+극존칭 ‘선생’+님…의사들, ‘절대 존경’호칭 의미 깨달아야
덕수궁 석어당 앞뜰의 살구나무(사진 위)와 미국 휴스턴 한방병원에 걸려있는 행림춘만(杏林春滿) 글귀. 행림춘만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명의 동봉이 치료비 대신 살구나무를 심게 하고 그 열매로 가난한 이웃들을 도왔다는데서 유래한 말로 이후 살구나무숲(杏林)은 의학계와 의술의 고명함을 칭하는 말이 되었다. (사진=이형로)

어제는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 이었다. 그제 봄비답지 않은 많은 비가 하루종일 내린 탓인지 맑은 하늘이 절기대로 청명했다. 황사•미세먼지가 봄꽃의 찬란함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덕수궁 석어당 앞뜰의 우아한 귀부인과 같았던 살구꽃이 비바람에 꽃이 모두 흩어져 아쉽다.

매년 이맘때 살구꽃을 보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서양의학이 전해지기 전까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의(中醫), 한의(韓醫)라 부르지 않고 몇가지 별칭으로 불렀다. 기황(岐黃), 청낭(靑囊), 현호(懸壺), 행림(杏林)이 그것이다.

기황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유래한다. 2000년 이상 중의학의 근본적인 자료로 취급된 고대중국의 의학서다. 전설적인 인물인 황제(黃帝)와 신하 기백(岐伯)이 의학을 논하였다고 하여, 황제내경을 '기황지술(岐黃之術)'이라고도 한다. 이런 연유로 '기황'이란 말은 자연스럽게 한의학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청낭은 삼국시대 명의 화타(華佗, 145~208)와 관계가 있는 말이다. 전설에 의하면, 그는 조조의 병을 고쳐주지 않아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죽기 전 자신을 잘 보살펴준 옥리(獄吏)에게 평생 습득한 의술을 적어 푸른 주머니(靑囊)에 넣어 주었다. 이것이 바로 화타 의술의 정수인 청낭서(靑囊書)다. 화타 사후 옥리는 이를 연구하여 또한 명의가 되었다. 이러한 사연을 아는 사람들이 그의 의술을 '청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청낭은 의사들이 약을 넣어 다니는 약주머니(藥囊)를 가리키기도 한다.

중국의 전설적 명의 화타(사진 위, 중국화가 화일륙 작)와 현호제세((懸壺濟世, 중국 서예가 유병삼 작). 

비장방(費長房)은 의술을 배우고자 하였으나 훌륭한 스승을 만나지 못하였다. 그러던중 대나무 지팡이에 표주박을 달고 다니며 약을 파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그의 의술이 고명하다는 말을 듣고 뒤를 쫓아가던 비장방은 밤이 되자 노인이 표주박 속으로 한줄기 연기가 되어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범상한 노인이 아니란걸 눈치챈 비장방은 설득 끝에 그를 스승으로 모실 수 있었다. 수년간 노인을 모시고 장생불사의 의술을 배운 비장방은 스승이 전해준 표주박과 대나무 지팡이를 가지고 하산하였다. 그도 노인 처럼 지팡이에 표죽박을 매달고 환자를 구제하는 이른바 '현호제세(懸壺濟世)'를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의사가 허리에 차고 다니거나 진료소 앞에 걸어두는 표주박은 의원이나 의술의 상징이 되었다. 이 일화는 후한서 비장방전(後漢書 費長房傳)에 전해진다.

삼국지 사섭전(三國志 士燮傳)에 '행림춘만(杏林春滿)'이란 말이 있다. '살구나무 숲에 봄이 가득하다'라는 뜻으로 사람 됨됨이와 의술이 고명함을 칭송하는 고사성어다. 진정한 의술을 펴는 의사를 행림(杏林)이라 하고, 의사들의 사회를 행림계(杏林界)라 한다. 하다못해 의학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곳을 행림서점이라 한다. 예전에는 의원을 개업했을 때 살구나무를 마당에 심기도 하였다.

'행림춘만'이란 말은 오(吳)나라에 실존했던 동봉(董奉, 221~264년)과 관련된 전설에서 유래됐다. 그는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 화타, 상한론의 저자 장중경(張仲景, 150~219)과 더불어 건안 삼대명의로 명성을 떨치던 인물이었다.

그의 전설적인 행적은 진(晉)나라 갈홍(葛洪, 283~343년)의 저서인 신선전 동봉편(神仙傳 董奉篇)에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동봉이 개업하자 의원은 늘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 까닭은 간단했다. 그는 치료비대신 완치후에 자기집 주위에 살구나무를 심게했다. 중병이었던 사람에게는 다섯그루, 비교적 가벼운 사람에게는 한그루를 심게 했다. 몇년후 그의 집 둘레에는 수십만 그루의 살구나무 숲이 조성되었다. 사람들은 그 살구나무 숲을 동선행림(董仙杏林)이라 불렀다.

이후 동봉은 뭇 짐승들을 살구나무 숲에서 놀게 하고 자기를 대신하여 지키게 했다. 그는 살구가 익을 때면 살구 한 바가지를 곡식 한바가지로 바꿔가게 했다. 동봉 자신에게는 알릴 필요없이 그저 알아서 바꿔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끔 반바가지의 곡식을 놓고, 살구 한바가지를 따가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때 그런 사람 앞에는 어김없이 호랑이가 나타났다. 당사자는 혼비백산 살구를 흘리는 지도 모르고 줄행랑을 친다. 정신없이 집에가서 보면 살구는 자기가 가져간 곡식의 가격만큼만 남아 있었다.

이렇게 동봉은 살구와 바꾼 곡식을 해마다 빈곤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런 세월을 어언 300여년 봉사하다 그는 우화등선(羽化登仙)하게 된다.

그후 살구나무숲(杏林)은 의학계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으며, 행림춘만이란 말과 함께 ‘행림춘난'(杏林春暖; 살구나무 숲에 봄 기운이 따뜻하다)’ 또는 '예만행림'(譽滿杏林; 살구나무 숲에 명예가 가득하다)이라는 말도 의술이 고명함과 그 명예를 칭송하는 말이 되었다.

중국에서 예전에는 의사를 보통 의생(醫生)으로 불렀으나, 차츰 사람의 생명을 다루어 존경한다는 의미로 낭중(郎中) 혹은 대부(大夫)라는 관명을 붙여 불렀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이런 관습이 남아 중•양의를 막론하고 의사를 '다이푸'(大夫)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스승 사(師)에다 그것도 모자라 공자시대에 그와 버금가는 성인에게만 붙인 선생(先生)이란 칭호에, 다른 나라에는 찾아볼 수 없는 '님'자를 붙이고 있다. 師자도 존칭인데 거기다 先生이란 극존칭도 모자라 '님'자까지 붙여 존경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의사선생님!' 왜 이런 칭호로 불리는지 당사자인 의사들이 잘 알아야 한다.

이형로는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대만대학 철학연구소와 교토대학 중국철학연구소에서 수학 후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며 스스로를 '덕수궁 궁지기'라고 부른다.
저서로는 ‘궁지기가 들려주는 덕수궁 스토리’, ‘똥고집 궁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2018년)에 이어 2019년말 '궁지기가 들려주는 꽃*나무의 별난 이야기' 1권을 펴내기 시작해서 현재 7권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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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4-06 08: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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